트럼프가 원했던 노벨평화상, 나비 필레이는 어떻게 신뢰를 쌓았나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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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수상 의지를 밝혀온 노벨평화상. 10월 9일 발표된 수상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85세 법률가 나바네템 나비 필레이 전 유엔인권최고대표, 일명 나비 필레이였다.
반면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수상 소식을 접한 필레이는 축하 박수가 이어지자 박수를 조금 더 크게 치면 트럼프와 상을 나눌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필레이는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법률가로 활동했고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ICC),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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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수상 의지를 밝혀온 노벨평화상. 10월 9일 발표된 수상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85세 법률가 나바네템 나비 필레이 전 유엔인권최고대표, 일명 나비 필레이였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국제법과 평화 증진을 위한 그의 오랜 활동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트럼프는 같은 날 뉴욕주 시러큐스 유세에서 자신이 상을 받지 못한 데 불만을 나타내며 노벨위원회를 비판했다. 반면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수상 소식을 접한 필레이는 축하 박수가 이어지자 박수를 조금 더 크게 치면 트럼프와 상을 나눌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두 사람의 대조적인 반응은 흥미롭다. 다만 필레이가 트럼프 대신 선택됐다고 해석할 근거는 없다. 주목할 부분은 명예를 둘러싼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소통 방식이다.
필레이는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법률가로 활동했고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ICC),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거쳤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는 특정 사건의 임시재판관으로도 참여했다. 수십 년에 걸친 그의 경력은 한 사람의 공적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펴볼 좋은 사례다.
Appearance
검은 법복에 붉은 안경, 역할에 따라 달라지는 옷차림
2019년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필레이는 검은 법복에 흰색 법정용 목 장식을 착용했다. 감비아가 미얀마를 상대로 제기한 사건의 임시재판관으로 선서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얼굴에는 붉은색이 도는 갈색 안경테를 선택했다. 절제된 법복 속 선명한 색채가 시선을 얼굴로 모으고, 엄격한 인상에 개인적 개성을 더한다.
2022년 유엔 팔레스타인 관련 독립 조사위원회 기자회견에서는 남색 의상에 청록색과 금색 문양의 스카프를 길게 둘렀다. 남색은 차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밝은 스카프는 한층 부드럽게 보이게 한다. 민감한 국제 현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무게감과 접근성을 함께 보여주는 조합이다.
2026년 10월 노벨상 수상 관련 연설에서는 하늘색 재킷과 흰색 이너를 입었다. 검은 단추가 밝은 재킷의 윤곽을 잡아주고 장신구는 과하지 않다. 법복이 제도의 권위를 드러냈다면 하늘색 재킷은 청중에게 한층 열린 인상을 준다. 법복의 넉넉한 실루엣은 몸의 선보다 직무의 형식을 강조한다.
반면 스카프는 직선적인 의상에 부드러운 흐름을 만들고 하늘색 재킷은 연설자의 얼굴과 손짓에 시선을 모은다. 같은 사람이지만 장면에 따라 관객이 먼저 읽는 정보가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복장이 자신의 역할을 앞지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정에서는 법관으로, 기자회견에서는 조사위원장으로, 연설 무대에서는 청중을 만나는 화자로 읽힌다.

Behavior
인기보다 오래 남는 것은 행동의 기록
필레이의 경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유명세와 거리가 멀다. 남아공에서 차별적 제도에 맞서 법률가로 활동한 뒤 국제재판과 인권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그 과정이 늘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그가 이끈 유엔 조사위원회는 2025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행위에 대해 집단학살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위원회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는 조사위원회의 판단이지 국제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것은 아니다.
이처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인물의 신념을 무조건 칭찬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자료와 절차에 근거해 판단했는지, 반론에는 어떻게 답하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필레이가 여러 직책을 거치면서 국제법과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왔다는 점은 확인 가능한 행동의 일관성이다. 국제기구에서 쌓은 직함이 신뢰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활동의 목적과 결과를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적 브랜드는 좋은 평판뿐 아니라 비판을 견디며 쌓인 기록에서도 형성된다.
Communication
트럼프를 향한 유머, 세계를 향한 열린 손짓
필레이의 소통에서 흥미로운 장면은 수상 발표 직후의 농담이다.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에 대한 기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는 사실을 활용해 짧은 유머로 청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민감한 정치적 상황에서도 여유를 드러낸 순간이다.
유엔 기자회견에서는 두 손을 펼쳐 청중을 향하는 제스처가 포착된다. 손바닥을 위로 향한 동작은 시각적으로 개방적인 인상을 준다. 진지한 표정과 비교적 큰 손동작이 함께 나타나 설명에 힘을 싣는다.
다만 한 장면만으로 그의 평소 성격이나 소통 습관을 단정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자료는 실제 발언이다. 당시 필레이는 조사위원회가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적 갈등을 다루는 인물에게 소통이란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노벨상 이후의 과제, 반대하는 사람에게도 설명할 수 있는가
필레이의 가장 큰 과제는 수상 자체보다 수상 이후의 신뢰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처럼 첨예한 사안에서는 판단의 증거와 절차, 법적 한계를 더욱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비판받는다고 원칙을 바꿀 필요는 없지만 비판하는 사람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확신을 줄 책임은 커졌다.
또 하나는 전문적인 법률 언어를 시민의 언어로 바꾸는 일이다. 판결과 보고서가 누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해시키지 못하면 국제적 명성도 제한된 울림에 그칠 수 있다. 트럼프와의 대비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면 이제 필레이는 그 관심을 국제법의 의미를 설명하는 기회로 바꿔야 한다.
수상으로 주목도가 높아질수록 이전 발언과 판단도 다시 검증받는다. 그때 필요한 것은 반대 의견을 무시하는 단호함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을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용기다. 상은 한 번 받지만 신뢰는 매번 다시 쌓인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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