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22주째 하락…ℓ당 1850원대서 제자리

전국 주유소 휘발유값이 2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을 4주 더 묶으면서 기름값은 1850원대에 사실상 멈춰 선 분위기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가운데, 다음 달 말 끝나는 유류세 인하가 연말 기름값 흐름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1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856.6원, 경유는 1842.8원이다. 한 주 새 내린 폭은 각각 0.9원, 0.5원이다. 이번 주 전국 휘발유 일평균 가격은 1856~1857원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소폭’이지만 22주 연속 하락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11차 석유 최고가격을 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동결했다. 6월 말 150원씩 내린 7차 가격이 다음 달 13일까지 이어지게 됐다. 국제 시세가 주유소 가격으로 넘어오는 통로가 사실상 막히면서,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박스권'이 굳어진 모습이다.
정부는 물가 부담을 동결 이유로 들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내려왔지만 석유류만 떼어 보면 1년 전보다 14.8% 비싸다. 9월 휘발유 판매가 전년보다 늘어난 데 대해서는 연휴가 짧아 귀성·귀경 차량이 한꺼번에 몰린 데다 고속도로 휴게소 기름값 할인까지 더해진 결과로 봤다.
실제 추석 연휴 하루 평균 고속도로 통행량은 1년 전보다 12.6% 늘었다. 휘발유와 경유를 합친 9월 판매량은 오히려 3.7% 줄었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국제 시장 흐름은 유종별로 엇갈린다. 이번 주 두바이유는 배럴당 108.6달러로 소폭 올랐고, 국제 자동차용 경유도 171.2달러로 강세를 이어갔다. 중동·러시아발 공급 차질에 중국의 수출 중단까지 겹친 경유 시장은 여전히 빠듯하다.
반면 국제 휘발유는 138.5달러로 한 주 새 7.8달러 떨어졌다. 국제 시세가 보름에서 3주가량 지나 국내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상승 압력은 휘발유보다 경유 쪽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상한이 유지되는 동안 이 부담은 소비자보다 정유사와 정부 재정이 떠안게 된다.
연말 기름값 진짜 시험대는 세금으로 꼽힌다. 휘발유 15%, 경유 25%를 깎아주는 유류세 한시 인하는 다음 달 30일 끝난다. 인하가 종료되면 ℓ당 유류세는 휘발유가 698원에서 820원으로 122원, 경유는 436원에서 581원으로 145원 오른다. 12차 최고가격 결정이 다음 달 중순인 만큼, 정부로서는 상한 조정과 유류세 연장 여부를 함께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유업계에선 수출 물꼬가 트일지도 관심이다. 정부는 이번 동결 발표에서 업계의 수출 제한 완화 요청에 대해 국내 수급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물량 조정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10~11월 원유 도입 물량은 지난해 평균 이상을 확보해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당분간 주유소 기름값은 1850원 안팎에서 맴돌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하거나 유류세 인하가 끝나면, 22주째 이어진 '찔끔 하락'도 언제든 반등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지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