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의 법으로 보는 중국 <128>] AI로 인한 가격 차별 행위 금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친구와 여행을 가려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호텔을 예약하려고 한다.
동일한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서 경영자가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가격 등의 거래 조건에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하는 경우에는 상응하는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친구와 여행을 가려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호텔을 예약하려고 한다. 나는 여행도 좋아하고 업무상 출장도 많아 고민하지 않고 항상 이용하던 앱을 통해 익숙하게 호텔을 예약했다. 반면 친구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유형이라 내가 믿고 애용하는 앱을 소개하며 한 번 예약해 보라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같은 조건의 방인데 친구는 나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예약을 해냈다. 오랜 단골보다 신규 진입자에 대해 우대 알고리즘이 작동한 결과다. 이러한 행위를 중국에서는 ‘빅데이터 살숙’이라고 하는데 빅데이터를 활용한 친숙한 소비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의미한다. 무료로 제공된다는 이유로 증정품이나 시착용품의 하자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처음에는 특별 할인 가격이라며 친절하게 정기 구독 서비스를 유도한 뒤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에 자동으로 원래 가격으로 회복시켜 계속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경우도 이러한 유형에 해당한다.

이런 행위를 규제하는 법규는 중국에 산재해 있는데 대표적으로 2024년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중화인민공화국 소비자권익보호법 실시 조례는 사업자가 무료로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도 동일한 안전 보장 의무를 부담하도록 했다. 즉 무료 제공, 증정품을 이유로 사업자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제7조 제2항). 또한 사업자는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동일한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동일한 거래 조건하에서 다른 가격이나 비용의 부담 기준을 설정해서는 안 된다(제9조 제2항). 이와 같은 소비자에 대한 차별 행위는 소비자의 알권리나 알권리를 바탕으로 한 자주적인 선택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로, 통제의 대상이 된다.
2026년 9월 7일 중국의 최고인민법원은 ‘법에 따라 인공지능(AI) 분쟁 사건을 심리하는 것에 관한 의견(關于依法審理涉人工智能糾紛案件的意見)(이하 ‘의견’이라 약칭함)’을 반포했다. 본 의견은 중국의 최고 사법기관이 처음으로 AI와 관련한 사건의 심리에 관한 처리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그동안은 각급 법원이 개별 사례에서 적용하던 기준을 법규로 일반화시켜 주목받았다.

본 의견도 AI에 의한 소비자 차별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동일한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서 경영자가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가격 등의 거래 조건에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하는 경우에는 상응하는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 불합리한지 여부의 판단 기준은 소비자의 알권리, 자주적인 선택권, 공평한 거래권에 실질적인 제한 또는 손해를 가했는지 여부, 소비자의 기호, 지불 의사와 능력, 열람 기록 등의 정보에 기초해 결정된 개인에 대한 거래 조건이 신의성실의 원칙과 상업적 윤리에 위반했는지, 차별 대우의 이유가 정당하고 충분하며 편견이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제10조).
AI가 과연 인류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 줄까 아니면 오래지 않아 인류를 멸망의 길로 이르게 할 것인가, 격론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빅데이터 살숙은 인간이 AI에 의해 선택받고 차별받는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의 자주적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논리적인 항변 뒤에 남는 배려받지 못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사람으로서, 사람 같은, 사람다운 사유와 판단을 하고 사람을 귀히 여기는 것의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한 세상이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