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손정민 죽음, 금괴와 관련?”…4년째 재활용되는 황당 음모론
20년 전 주간경향 문재인 금괴설 취재와 검찰 수사 결과로 ‘사실 아님’ 판정

2021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씨의 죽음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관련돼 있다는 음모론이 온라인에서 계속 유통되고 있다. 2022년 제작된 약 2시간 분량의 영상은 이후 다른 동영상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로 옮겨갔고, 유사한 주장을 담은 팟캐스트 시리즈까지 등장했다.
음모론을 유포하는 채널은 ‘검은토끼17’이다. 현재 유튜브에서는 ‘검은토끼17(3)’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분석 서비스 블링에 따르면 2026년 10월 17일 기준 구독자는 약 7500명, 게시 영상은 58개다. 2023년 4월 13일 개설된 채널이다.
운영자는 앞서 두 차례 유튜브 채널이 강제로 삭제됐다고 주장한다. 유튜브가 문 전 대통령 등에게 충성해 채널을 삭제했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현재 확인되는 손정민씨 관련 영상은 2022년 9월 19일자로 표시된 1·2편 통합본이다. 영상은 럼블(Rumble)이라는 해외 동영상 플랫폼에도 올라와 있다. 이후 제작자는 2024년 8월과 9월 ‘검은토끼 팟캐스트’ 시리즈와 통합본을 공개했다. 팟캐스트에서는 문현동 금괴와 부정선거 등을 연결한 기존 주장을 이어간다.
오래된 영상이 재유통되는 과정도 확인된다. 2024년 12월 21일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마이너 갤러리에는 ‘음모론 같긴한데 진짜면 좀 충격이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문현동 금괴를 연결한 영상을 공유하며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달 23일에는 다른 이용자가 손정민씨 사건을 다룬 통합본 링크를 공유하면서 내용 전체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선거를 가능하게 할 자금으로 문현동 금괴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2025년 2월에도 미국 정치 마이너 갤러리에 손정민씨 관련 영상이 다시 공유됐다. 같은 해 4월에는 ‘유튜브 검은토끼 통합 요약본’이라는 장문의 게시물이 등장했다. 문현동 금괴에서 시작해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박근혜 탄핵,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탄핵, 이재명 대통령까지 하나의 음모로 연결하는 내용이다.
영상의 주장이 수년간 소비되면서 새로운 정치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음모론에 편입되는 양상이다. 확인된 사례는 일부 커뮤니티에 한정되지만, 한 번 만들어진 음모론이 새로운 사건을 끌어들이며 계속 확장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손정민씨 사건은 처음부터 음모론이 폭발적으로 확산된 사건이었다. 손씨가 실종된 2021년 4월 이후 유튜브에는 타살설과 경찰의 사건 은폐 의혹 등을 주장하는 영상이 쏟아졌다. 그해 5월 서울신문은 손씨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룬 유튜브 채널 6곳의 한 달간 추정 수익이 채널당 평균 1586만~3111만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보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1년 6월 발표한 손정민 사건 보도 분석에서 일부 언론이 유튜브의 미확인 주장을 검증 없이 전달해 음모론 확산에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검은토끼17’의 주장은 당시 제기됐던 의혹에서 한참 더 나아간다. 손씨의 죽음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 세월호 참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부정선거 의혹까지 특정 세력이 벌인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 중심에 문 전 대통령과 부산 문현동 금괴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영상에는 이 사건들을 연결하는 직접적인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다.
손씨는 2021년 4월 25일 새벽 친구와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 닷새 뒤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을 익사로 추정했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2021년 6월 변사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유족이 당시 함께 있었던 친구 A씨를 폭행치사·유기치사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도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보완수사를 거쳐 2023년 12월 말 A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 사실은 2024년 1월 17일 알려졌다.
손씨가 물에 빠지게 된 구체적인 경위가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손씨 사건에 문 전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상은 이러한 증거의 공백을 정치적 음모에 관한 추측으로 채우고 있다.
영상에서 특히 비중 있게 다루는 소재는 문현동 금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부산 문현동 지하에 숨긴 대규모 금괴를 노무현·문재인 측이 빼돌렸다는 것이다.
문현동 금괴설은 이미 20여 년 전 언론이 현장 취재를 통해 다룬 사안이다. 주간경향의 전신인 뉴스메이커는 2005년 8월 23일 ‘일제시대 황금동굴 사실일까’라는 제목으로 부산 문현동 금괴 발굴 현장을 취재했다.
당시 최성진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발굴에 참여한 정충제씨 등은 2002년 3월 건축폐기물업체 거창산업 부지 지하 약 16m 지점에서 수평굴을 발견했다. 정씨는 굴 안에 황색 포대가 쌓여 있었고 그 안에 금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발굴에 참여한 다른 관계자들의 설명은 달랐다. 당시 땅 소유주 등은 지하굴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어뢰창고라는 주장 자체를 부인했다. 2002년 9월 기자들에게 공개된 현장에서는 금괴 대신 잡석과 국산 소금 포대가 제시됐다.
뉴스메이커가 확인한 것은 지하굴을 둘러싼 발굴과 분쟁, 관계자들의 상반된 증언이었다. 금괴가 실제 발견됐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
금괴설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연결된 경위 역시 주간경향이 이미 추적한 바 있다.
2016년 1월 5일 주간경향은 ‘인질극 범인 주장 문재인 금괴의 진실은’이라는 기사를 통해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산 사무실에서 발생한 인질극과 금괴 음모론의 연관성을 보도했다.
2015년 12월 30일 인질극을 벌인 남성은 연행 과정에서 문현동 금괴를 거론했다. 그는 금괴 발굴에 관해 글을 써온 소설가 정충제씨의 동생이라고 밝혔다.
정씨 측은 과거 노무현 의원에게 금괴 발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는데, 참여정부가 국가정보원까지 동원해 금괴를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2002년 대선 자금과 2012년 문재인 대선 자금에도 금괴가 사용됐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앞서 2014년에는 문재인이 금 200t과 20조원 상당의 자기앞수표를 보유하고 있다는 1인 시위 사진까지 인터넷에 등장했다.
주간경향은 2016년 당시 해당 주장에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처음에는 금괴 발굴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의 분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참여정부와 문재인이 금괴를 빼돌렸다는 정치적 음모론으로 변형됐다는 것이다.
‘검은토끼17’ 영상은 이 오래된 음모론에 새로운 사건을 덧붙인다. 금괴의 실재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 전 대통령이 금괴를 차지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을 제거했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금괴 은폐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설명도 등장한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와 친문계 의원들의 ‘부엉이 모임’도 영상에서는 음모를 뒷받침하는 상징으로 사용된다. 부엉이 모임은 2018년 존재가 알려진 친문계 의원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이 있었다는 사실은 특정인의 죽음이나 정치적 범죄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영상은 실제 발생한 사건을 나열한 뒤 우연한 공통점과 인물 간 관계를 근거로 연결한다. 하나의 사건에서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으면 다른 사건의 미해결 부분으로 넘어간다. 수사기관의 결론이 의혹과 다르면 수사기관 역시 배후세력에 장악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런 논리구조에서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조차 은폐가 치밀하다는 주장으로 바뀔 수 있다.
영상이 처음 공개된 것으로 표시된 2022년부터 4년이 지났고, 손정민씨 사건에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지도 2년 9개월가량 지났다. 그 사이 영상의 주장은 팟캐스트와 커뮤니티 게시물을 통해 재유통되고, 새로운 정치적 사건까지 끌어들이며 확대됐다.
손정민씨 사망 사건의 미해결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재조사를 요구하는 것과 전직 대통령을 살인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후자를 주장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팩트체크 결과, 영상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과 정치적 모임 중 실제 있었던 일들은 적지 않다. 문현동 지하굴의 발견도 당시 보도된 사실이다. 그러나 금괴가 실제 발견됐다는 주장, 노무현·문재인 측이 이를 빼돌렸다는 주장, 손정민씨의 죽음에 문 전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 20년 넘게 이어져 온 금괴설과 2021년 손씨 사망 사건의 미확인 의혹을 하나의 거대한 음모로 엮은 콘텐츠라는 평가가 타당하다.
https://weekly.khan.co.kr/article/10372
https://www.khan.co.kr/article/201601031052131
https://www.khan.co.kr/series/articles/aha60?page=4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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