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태계 ‘지식의 부익부 빈익빈’…격차를 가르는 생존 방정식 [인사이드아웃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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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마태복음 25장 29절의 이 구절을 빌려, 1968년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마태효과'라는 용어를 창안했다.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AI 자체의 성능이 아니라, '인간이 AI와 어떻게 연결되고 이를 통제하는가'다.
AI 호출 비용 자체는 거의 공짜에 가까워지지만, 이를 조직에 이식하기 위한 설계 역량과 시스템 아키텍처에 대한 이해도의 요구치는 폭발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데이터, 자본, 그리고 탄탄한 IT 인프라와 도메인 지식을 갖춘 기업은 AI를 엔진 삼아 생산성을 차원이 다르게 끌어올리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기존의 경쟁력마저 신기루처럼 잃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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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전문성과 기계의 연산력 결합한 ‘켄타우로스 전략’ 주목
(시사저널=고평석 (주)엑셈 대표)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마태복음 25장 29절의 이 구절을 빌려, 1968년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마태효과'라는 용어를 창안했다. 같은 수준의 성과를 내더라도 이미 유명한 과학자에게 더 많은 인정과 연구비가 쏠리며, 명성이 또 다른 명성을 낳는 불균형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반세기 이상이 흐른 지금, 이 씁쓸한 원리는 'AI 마태효과'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핵심은 지식이 부를 창출하고, 빈곤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도메인 지식을 갖춘 전문가는 AI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AI가 내뱉는 그럴싸한 할루시네이션을 단숨에 걸러낸다. 반면, 기초 지식이 부족한 이는 무엇을 물어야 할지조차 몰라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만다.
실제로 2023년 미국 뉴욕에서는 한 변호사가 챗GPT가 지어낸 가짜 판례 6건을 사실 확인 없이 법원에 제출했다가 징계를 받는 촌극이 벌어졌다. AI의 결과물을 검증할 만한 숙련된 전문성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반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는 초안 작성과 방대한 증거 분석이라는 고된 노동을 AI에게 미루고, 자신은 논리의 뼈대를 세우고 허점을 파고드는 데 집중한다.
IT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개발 현장도 마찬가지다. 전체 시스템의 맥락을 모른 채 AI가 짜준 코드를 맹목적으로 복사해 붙여넣으면 결국 엉킨 실타래처럼 보안 취약점과 장애 포인트만 늘어날 뿐이다. 하지만 데이터 플랫폼의 아키텍처와 전체 흐름을 꿰뚫고 있는 시니어 개발자는 단순 코딩을 기계에 넘기고, 자신은 시스템 설계와 리뷰, 고도화 작업에 몰두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AI
이처럼 인간과 기계가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방식을 흔히 켄타우로스 모델이라 부른다. 1997년 IBM 딥블루에 패배했던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가 인간의 직관과 기계의 연산력이 한 팀을 이루는 이상적인 구조를 설명하며 붙인 이름이다. 인간은 전략적 비전과 비판적 평가를 전담하고, 기계는 지치지 않는 데이터 처리를 담당한다. 2005년 프리스타일 체스 대회에서 그랜드마스터나 단일 슈퍼컴퓨터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이들이 평범한 PC 3대를 능숙하게 조율한 2명의 아마추어였다는 사실은 켄타우로스 조직의 파괴력을 시사한다.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AI 자체의 성능이 아니라, '인간이 AI와 어떻게 연결되고 이를 통제하는가'다.
내 주변에도 훌륭한 켄타우로스가 존재한다. 독서가로 유명한 한 선배는 최근 AI와 끊임없이 문답을 주고받으며 난해한 물리학 서적을 읽어 내려갔고, 결국 상대성 이론을 정복했다. 개념이 막히면 집요하게 질문하고 완전히 납득될 때까지 다른 설명을 요구했으며 AI의 답변이 책의 내용과 상충할 때는 어느 쪽이 맞는지 예리하게 따져 물었다. 책 한 권을 읽어내는 동안 그가 AI에게 던진 질문은 수백 개에 달했다.
이 기적 같은 학습의 비결은 결코 AI의 뛰어난 성능이 아니다. 그가 수십 년간 쌓아온 독서의 축적이다. 많이 읽고 깊이 고민해본 사람만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한 메타인지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질문의 과녁이 정확하고, 기계가 내놓는 엉뚱한 답을 즉각 알아채는 것이다. 지식이 지식을 부르는 마태효과가 한 사람의 서재 안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난 셈이다. 전략적 판단과 검증이 요구되는 영역, 즉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영역으로 갈수록 AI를 다루는 능력은 철저히 인간이 이미 보유한 지식과 통찰에 비례하게 된다.
최근 AI 기술의 진화 방향을 살펴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자명해진다. AI는 이제 묻는 말에 대답하는 친절한 챗봇을 넘어, 업무의 본질적 구조를 해체하고 조립할 줄 아는 자만이 다룰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9월15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타입세이프 AI(TypeSafe AI)가 공개한 혁신적인 모델 '젭(Jev)'은 이 보이지 않는 격차가 어떻게 벌어질지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례다.
챗GPT의 핵심 기술인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LHF)을 공동 개발했던 디오고 알메이다가 주도해 만든 이 모델은 놀랍게도 글을 쓰지 않는 AI다. 기존의 대형 언어 모델처럼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지도, 유려한 문장을 지어내지도 않는다. 대신 이 모델은 소프트웨어 상태와 사전 정의된 질문들을 입력받아, 정해진 선택지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를 '확률값'과 함께 반환하는 판단 특화 모델이다.
예를 들어 수많은 고객 문의가 쏟아질 때 '이 문의는 배송 부서 소관인가, 환불 부서 소관인가'와 같은 질문들을 병렬로 처리해 0.1초(약 114밀리초) 만에 신속하게 분류해 낸다. 텍스트 생성이라는 무거운 과정을 덜어낸 덕분에 기존 오픈AI의 대형 모델과 비교해 속도는 약 75배 빠르고, 비용은 170분의 1 수준으로 극히 저렴하다.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면 오히려 자원 소비가 폭증한다는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을 주창한 19세기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의 이름에서 따온 명칭답게 극단적인 효율성을 바탕으로 AI의 활용 수요를 폭발시키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마태효과'는 어떻게 누릴 수 있을까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AI 마태효과의 역설'이 고개를 든다. 상식적으로 지능을 빌려 쓰는 비용이 이토록 극적으로 낮아졌다면 기업 간, 개인 간 격차는 줄어들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젭과 같은 시스템 원(System One) 모델은 전원만 켜면 알아서 작동하는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다. 이 모델을 실무에 적용하려면, 기업 스스로 자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최소 단위로 해체하고, 의사결정의 흐름을 치밀하게 구조화해야만 한다. AI 호출 비용 자체는 거의 공짜에 가까워지지만, 이를 조직에 이식하기 위한 설계 역량과 시스템 아키텍처에 대한 이해도의 요구치는 폭발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결국 AI 마태효과는 단순히 개인의 스킬 차원을 넘어선다. 데이터, 자본, 그리고 탄탄한 IT 인프라와 도메인 지식을 갖춘 기업은 AI를 엔진 삼아 생산성을 차원이 다르게 끌어올리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기존의 경쟁력마저 신기루처럼 잃고 말 것이다. 이는 거대한 'AI 디바이드'다. 따라서 정부나 사회가 그저 도구를 공평하게 쥐여준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기초 학문을 다지는 지식, 날카롭게 질문하는 힘, 그리고 기계의 결과물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구조적으로 검증하는 습관을 기르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AI 시대에 마태효과를 누릴 수 있는 이는 끈질기게 읽고, 구조적으로 묻고,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습관을 지닌 사람이다. AI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투자는 여전히 본질적인 공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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