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 신은 반군에 세계 원유시장 ‘휘청’…후티 공습에 딜레마 빠진 사우디 [디브리핑]

김영철 2026. 10. 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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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국제공항을 일주일 사이 세 차례 공격하면서 중동의 강력한 무장세력으로 부상한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개발 역량을 키워온 후티 반군이 최근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까지 장악하며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위협하면서 중동 분쟁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이는 일주일 사이 세 번째로 발생한 공항 공격으로, 예멘의 국제사회 공인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와 후티 반군 간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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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국제공항 일주일 새 3차례 피격…12명 사망·300여명 부상
후티, 이란 지원에 미사일·드론 자체 생산…10년 새 군사력 급성장
홍해 요충지 모카항·페림섬 장악…사우디 원유 수출 위협
美·英·이스라엘 대규모 공습에도 건재…“세계적 위협 부상”
지난 9일(현지시간) 예멘 사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반대 시위가 열리는 가운데 후티 반군 대원이 경비를 서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국제공항을 일주일 사이 세 차례 공격하면서 중동의 강력한 무장세력으로 부상한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개발 역량을 키워온 후티 반군이 최근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까지 장악하며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위협하면서 중동 분쟁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국제공항을 겨냥한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12명이 숨지고 300명 이상이 다쳤다. 이는 일주일 사이 세 번째로 발생한 공항 공격으로, 예멘의 국제사회 공인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와 후티 반군 간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후티, 바브엘만데브 해협 페림섬 점령…사우디 원유 수출에 발목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위치한 페림섬은 아프리카 대륙 동부의 반도인 ‘아프리카의 뿔’(지부티·에리트레아)과 예멘이 있는 아라비아반도 사이 거리가 불과 12마일(약 19㎞)에 불과할 정도로 가장 좁은 지점에 있다. [SNS]
중동 양대 원유 수송로. [헤럴드경제DB]

후티 반군은 최근 몇 주간 사우디의 석유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동시에 예멘 홍해 연안의 주요 거점을 잇따라 점령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 7월 사우디 항구에 대한 봉쇄를 선언한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려는 사우디 선박을 반복적으로 공격해왔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원유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전략적 항구인 모카항을 장악한 데 이어 홍해 남쪽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한가운데 위치한 페림섬까지 확보하면서 홍해 입구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등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후티는 이달 들어 정부군의 거점이자 예멘의 3대 도시인 타이즈로 진격하고 있다.

사우디 연합군은 후티의 점령지 탈환을 위한 반격을 발표, 모카를 탈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우디 연합군 쪽의 모카 탈환은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후티의 타이즈 봉쇄는 지속되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객원연구원이자 유엔 예멘 전문가패널 위원을 지낸 볼프크리스티안 페스는 “후티 반군은 홍해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면서 예멘의 외딴 산악지대에 근거지를 두고도 세계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무장조직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후티, 이란으로부터 군사력·기술력 지원…전문가들 “군사력 과소평가했다”
9일(현지시간) 예네 사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는 가운데, 보안군 대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AFP]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의 군사력이 그동안 과소평가돼 왔다고 지적을 내놓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예멘 전문가 파레아 알무슬리미 연구원은 “사람들은 여전히 후티 반군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그동안 단순히 ‘슬리퍼를 신은 사람들’ 정도로 치부해왔지만 이제는 이들이 겨울철 난방비를 두세 배로 올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후티 반군은 그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로부터 무기와 군사기술 등을 지원받으며 전력을 증강해왔다. 후티 반군의 군사 전문가들이 이란으로 건너가 기술 역량을 높였으며,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는 대함미사일과 무인수상정(드론 보트) 분야에서 역량을 강화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후티 반군은 2014년 9월 예멘 수도 사나를 점령하면서 군사력을 강화해왔다. 당시 후티 반군은 예멘군의 무기 상당수를 확보했으며, 여기에는 공화국수비대가 보유한 탄도미사일과 해군의 대함무기도 포함된다. 무기뿐만 아니라 숙련된 장교와 미사일 기술자, 군부대까지 흡수했으며, 이후 이들을 통합된 군사조직으로 재편하면서 전투 역량을 강화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알무슬리미 연구원은 “후티 반군은 지난 10년간 이란의 지원을 받아 군사 역량을 구축하고 자체 무기 생산 능력까지 확보할 정도의 기술 전문가들”이라며 “10년 전만 해도 아프리카에서 무기를 수입하던 이들이 이제는 직접 무기를 만들어 과거 자신들에게 무기를 팔았던 사람들에게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안보 전문 컨설팅업체 바샤 리포트의 모하메드 알바샤 대표는 “후티 반군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미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며 “(후티 반군이) 이제 주력 공격용 무인기인 ‘사마드’를 중국에서 수입한 부품을 이용해 상당 부분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보유한 탄도미사일로 알려진 ‘팔레스타인-2’. [로이터]

다만 알바사 대표는 “더욱 정교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은 여전히 이란산 부품과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후티 반군이 보유한 무기에는 탄도미사일 ‘팔레스타인-2’, 장거리 대함탄도미사일 ‘아세프’와 ‘쿠드스’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란이 설계한 ‘358형’ 대공 복합형 드론·미사일도 갖추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상선을 공격할 수 있는 폭발물 탑재 무인수상정도 보유하고 있다.

후티 반군의 해외 연계망도 이란을 넘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부품도 후티 반군의 무기에서 빈번하게 발견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 압박에도 후티 건재…미사일 전력 무력화 실패
9일(현지시간) 예네 사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는 가운데, 보안군 대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EPA]

특히 후티 반군이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에도 첨단 미사일 공격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공급망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과 영국은 2024년 1월부터 후티의 미사일 발사대와 레이더 시설, 무기 저장고 등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이스라엘도 같은 해 7월부터 후티 반군 점령 지역에 여러 차례 공습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격에도 후티 반군의 미사일 전력을 무력화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스 연구원은 “후티 반군의 무기보다 예멘 정부군의 취약성이 최근 전황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최근 약 4주 동안 후티 반군이 거둔 성과는 뛰어난 군사 장비를 보유한 것보다는 상대 진영의 취약성과 더 큰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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