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 고양이를 상상해보세요

한겨레21 2026. 10. 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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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은 관심이 고프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는 유독 고양이가 앞장서서 양자역학을 대변한다. "심리학에 파블로프의 개가 있다면, 양자역학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있죠." 그의 노트북에 고양이 스티커가 유난히 많은 것도 그래서다.

길에서 고양이를 마주칠 때 상자 속 양자를 한번쯤 떠올려보는 것, 관심은 그 틈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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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의 플레이리스트]대중에게 양자역학 필요성 알리는 과학도 백원준씨의 플레이리스트
백원준 제공

“양자역학은 관심이 고프다.”

이번 미국 뉴욕 ‘꿈 위크’에서 ‘양자컴퓨팅’을 주제로 발표하는 연사 백원준의 외침이다. 그는 한국의 연세대와 미국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오가며 양자컴퓨팅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동시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년정책자문단 연구개발(R&D) 분과장을 맡아, 정책을 제안하러 국회를 오간다. 그의 노트북에는 스티커가 빼곡하다. 하나같이 양자 기업들의 로고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스티커를 하나하나 짚으며 회사별 특징을 설명하는 것이 그의 취미이자 특기다.

양자라는 분야는 직관으로 이해하기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는 유독 고양이가 앞장서서 양자역학을 대변한다. “심리학에 파블로프의 개가 있다면, 양자역학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있죠.” 그의 노트북에 고양이 스티커가 유난히 많은 것도 그래서다.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상자 속 고양이 사고 실험으로 이 기묘한 세계를 설명했다. 상자를 열어 ‘관측’하기 전 고양이는 살아 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 이 두 가지가 중첩돼 있다. 하지만 상자를 여는 순간 고양이의 운명은 하나로 정해진다.

그렇다면 실생활에서 양자는 왜 필요할까. 우리가 사는 세계에선 공을 던지면 포물선을 그리며 예측대로 떨어진다. 이 모든 움직임은 모두 고전 물리 법칙으로 설명된다. 그런데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쯤 되는 나노미터 세계로 내려가면, 던진 공이 엉뚱한 곳으로 사라졌다가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다. 문제는 반도체가 바로 그 세계만큼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칩 성능을 높이려고 전자가 지나는 길을 나노미터 단위까지 좁히면, 전자가 벽을 뚫고 새어나가는 ‘양자 터널링’이 일어나 전류가 새고 오작동이 생긴다. 이를 다루려면 양자역학이 필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콘텐츠 ‘알아두면 쓸모 있는 양자역학 이야기-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양자중첩’. 출처: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양자가 기대를 모으는 또 다른 영역은 보안이다. 양자 상태의 첫째 원리는 복제할 수 없다는 것, 둘째는 한번 관측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 정보를 엿보는 순간 상태가 무너지니, 도청을 곧바로 알아채고 채널을 바꾸면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개인정보 유출 사과’ 전자우편을 받는 요즘, 이만큼 반가운 과학이 또 있을까. 그렇다고 양자컴퓨터가 지금의 컴퓨터를 모두 대신하는 건 아니다. 그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양자컴퓨터로 게임도 할 수 있나요?”다. 그는 웃으며 답한다. 지금 컴퓨터가 너무 잘 돌아가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백원준은 이 어려운 과학을 왜 굳이 대중에게 전하려 할까. 연구실에만 머물러도 되지 않을까. 그는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하나는 이제 양자의 때가 왔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들은 5~6년 안에 상용 양자컴퓨터를 내놓겠다고 말한다. 다른 하나는 후배들이다. 그가 회장을 맡은 학생 학회 ‘퀴스카’(QISCA)는 회원이 900명이 넘는다. 그런데 국내 대학원생 연구자가 받는 돈은 월 40만원 남짓이고, 그마저 등록금으로 나간다. 연구하려면 제 돈을 써야 하는 셈이다. 솔직히 몇 해 전 연구개발 예산이 깎였을 때도 내겐 남의 집 이야기로 들렸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병역 혜택에는 함께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이다.

그럼 대중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관심을 가져주세요.” 과학은 관심이 고프다. 기술 뉴스 앞에서 주가보다 “그 기술 원리가 뭔데?”를 먼저 묻는 것. 그 질문 하나가 굳게 닫힌 실험실 문을 조금 더 열게 한다. 백원준이 전국의 고등학교 열 곳 남짓을 돌며 양자 세미나를 여는 이유도 그래서다. 길에서 고양이를 마주칠 때 상자 속 양자를 한번쯤 떠올려보는 것, 관심은 그 틈에서 시작된다.

■ 백원준(@100_1_jun)의 플레이리스트

1. Entangled Park

https://www.youtube.com/@EntangledPark

양자역학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원리부터 차근차근 보여줘요. 입문하는 분께 제일 먼저 권하고 싶어요.

2. PBS (퀀텀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YSwRqNCeP9k

개념도 개념인데, 일단 영상미가 좋아요. 어려운 얘기를 눈으로 먼저 즐길 수 있어요.

3. Qiskit (IBM)

https://www.youtube.com/@qiskit

양자컴퓨팅을 파이선 다루듯 직접 만져볼 수 있어요. 보는 걸 넘어 해보고 싶은 분들께요.

김수진 ‘66데이즈’ 대표

*김수진 소셜저널링 ‘66데이즈’ 대표와 정성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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