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익숙하다던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도, 반려견 앞에선 보호자였다 [우리 옆의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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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이지 않은 직업이 있을까요? 평범하고도 특별한 우리 주변의 직장·일·노동.
올해 8월 20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김영덕(34)씨의 반려견 '마루'가 세상을 떠났다.
김 지도사가 고된 일을 이어가도록 하는 힘은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안고 찾아온 사람들이 장례를 마친 뒤 조금은 편안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반려동물도 장례를 치르냐", "그런 직업도 있느냐"는 질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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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김영덕씨 인터뷰
30년 함께 한 거북이도... 마지막 배웅
종량제봉투에 버리도록 한 법, 괴리 커
편집자주
전문적이지 않은 직업이 있을까요? 평범하고도 특별한 우리 주변의 직장·일·노동. 그에 담긴 가치, 기쁨과 슬픔을 전합니다.

올해 8월 20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김영덕(34)씨의 반려견 '마루'가 세상을 떠났다. 15년을 함께한 가족이었다. 나이 든 마루를 보며 언젠가 찾아올 이별을 생각했고 마음의 준비도 했다고 여겼다. 지난 8년간 수많은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배웅해온 그였지만 자신의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일은 달랐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죽음과 이별에 익숙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 아이가 떠났다는 사실을 마주하니 전혀 달랐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저 역시 장례지도사가 아닌 한 명의 보호자였습니다."
회사의 배려로 집으로 돌아온 김 지도사는 마루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그날 저녁 직접 장례를 진행했다. 그는 이후 장례식장을 찾는 보호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지 더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김 지도사가 처음 꿈꾼 직업은 반려견 훈련사였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 반려동물학과에 진학했고, 재학 중 훈련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진로가 바뀐 계기는 11년 전 훈련소에서 파트너로 지내던 셰퍼드 '치루'의 죽음이었다. 당시에는 동물이 죽은 뒤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고 관련 정보를 찾지 못해 치루를 산에 묻었다고 회상했다.
'사람에게는 장례라는 마지막 배웅의 과정이 있는데, 반려동물에게는 그런 방법이 없을까.' 그 질문에서 새로운 일이 시작됐다. 국내에도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공부를 시작했고, 장례지도사가 됐다. 지금은 반려동물 장례업체펫포레스트의 남양주 지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 지도사가 기억하는 장례 가운데는 육지거북이도 있다.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었지만 보호자와 30년 넘게 살았던 거북이였다. "30년을 함께한 동물을 떠나보낸 보호자의 마음이 얼마나 허전할지 상상하기 어려웠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반려동물의 몸집이나 종류, 함께한 시간의 형태와 관계없이 보호자에게는 모두 소중한 가족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매일 죽음을 맞이하는 직업인 만큼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소모가 큰 것도 사실이다. 저마다의 슬픔을 안고 장례식장을 찾는 보호자들을 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보호자를 대할 때 김 지도사의 원칙은 보호자의 슬픔에 공감하면서도 침착함을 지키는 것이다. 하루에도 여러 가족의 이별을 마주하지만 자신까지 감정에 휩쓸리면 마지막 인사를 돕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장례지도사가 장례 절차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자신의 감정을 관리할 힘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떠나는 아이에게는 마지막까지 존중을, 남겨진 보호자에게는 후회 없이 작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도사의 할 일입니다."
김 지도사가 고된 일을 이어가도록 하는 힘은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안고 찾아온 사람들이 장례를 마친 뒤 조금은 편안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아이를 잘 보내준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면 이 일을 선택하기를 잘했다고 느낀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반려동물도 장례를 치르냐", "그런 직업도 있느냐"는 질문을 들었다. 요즘은 "꼭 필요한 일을 한다"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김 지도사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장례문화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야 장례 절차를 결정하는 보호자가 많았지만 요즘은 관이나 수의를 미리 준비해 오는 보호자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디에 문의하고 어떻게 작별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김 지도사는 "반려동물이 죽으면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는 것이 합법인데, 반려인들의 정서와 괴리가 크다"며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존엄하게 떠나보낼 수 있도록 장례 관련 정보를 더 쉽게 접하고,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도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장례 절차는

김 지도사가 일하는 곳에서는 두 명의 지도사가 한 조를 이뤄 진행한다. 보호자와의 상담을 거쳐 동물의 몸을 닦고 정돈하는 염습을 한 뒤, 보호자가 별도의 추모실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도록 한다. 이어 보호자가 참관하는 가운데 개별 화장을 하고, 유골을 수습해 빻는 분골 작업을 거쳐 유골함을 인도한다.
몸집이 큰 동물을 옮기는 데는 힘이, 작은 동물을 돌보는 데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햄스터나 작은 새는 몸을 정돈할 때부터 조심해야 한다. 화장과 유골 수습 과정에서도 작은 유골을 잃지 않도록 더 신경을 쓴다. 여름철에는 화장로의 열기 속에서 유골을 수습하는 작업이 특히 고되다.
상담부터 유골함을 인도할 때까지, 덩치가 작은 개나 고양이의 장례에는 보통 두 시간 반 안팎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살펴야 하는 것은 떠난 동물의 몸만이 아니다.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 아무 말 없이 동물을 바라보는 사람, 함께한 추억을 쏟아내는 사람. 남겨진 가족마다 다른 이별의 속도에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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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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