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는 말이 칭찬이 될 수 있기를 [신이인의 시(詩)월드]

2026. 10. 17. 04: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결혼은 안 했습니다만, 시집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시인.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신이인이 사랑하는 시집을 소개합니다.

재미있는 시를 찾는 사람들에게 김승일 시인의 시집을 권하곤 했다.

이는 시 쓰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생각일 뿐 김 시인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승일 '다 좋다는 느낌'
편집자주
결혼은 안 했습니다만, 시집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시인.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신이인이 사랑하는 시집을 소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헤어진 사람의 SNS에 들어갔다가 무서운 문장을 봤다. 다시 너를 만난다면 널 가둬놓고 내 품에서 못 나가게 할 거야. 다행인 것은 8년 전에 헤어진 사람이라서 내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고, 큰일인 것은 건너 건너 듣기로는 나와 헤어지고 8년 동안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다."('애도 일기' 부분)

재미있는 시를 찾는 사람들에게 김승일 시인의 시집을 권하곤 했다. 왜 하필 김승일이었을까? 그가 쓰는 시는 익살스러워도 '재미있다'고만 말하기에 편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읽으면 웃음이 났지만 웃었다는 사실에 미안해질 때가 많았다. 인용된 '애도 일기'에서처럼 흥미로운 상황이 자주 조성되었는데, 뒤따라오는 감정과 사유는 우스꽝스러울 만큼 복잡하게 엉켜 있었다.

"나와 헤어진 사람은 내가 너무 싫어서 내 아이디를 차단했고, 나야말로 그 사람이 너무 싫어서 나를 그토록 혐오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기도 했지만/ 8년의 세월이 흐르니 종종 내가 잘못한 일만 생각이 나고, 급기야 내가 그렇게 싫다는데// 내가 아주 가끔이라도 혼자서 그 사람 생각을 하는 것도 싫을 거라고, 기억이라는 게 있어서, 골통이라는 게 있어서/(…)/ 얼마나 혐오스러울까?//(…)// 화들짝 놀란 나는 그 사람이 나를 가두지 못하도록 그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가짜 아이디를 삭제하고 벌벌 떨었다."('애도 일기' 부분)

시 작법을 알려주는 자리에서는 말을 함부로 쏟아내지 말라고 조언한다. 머릿속에 있는 말은 시의 원물이고, 그것을 가공하고 조리해서 나오는 언어가 시라고 설명한다. 이는 시 쓰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생각일 뿐 김 시인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김 시인은 회를 뜨는 사람처럼 날것의 언어를 숭덩숭덩 늘어놓는다. 때로는 시인과 지나치게 가까워 놀라게 되는 부분도 있다. 이 언어는 아마도 살아 있을 것이다. 시인의 통제를 벗어나 내면 한구석을 깊숙하게 파고들거나, 설정된 울타리를 마음대로 벗어나기도 하는 문장 앞에서 독자는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저 초등학생 때 별명이 사이코였는데, 엄마가 그 별명을 싫어했거든요. 저는 사실 그 별명이 좋았어요. 누가 나보고 미쳤다고 하면 좋았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이 다들 저처럼 미친놈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 좋아할 줄 알았어요. 내가 쓴 시도 좋아할 줄 알았어요. 이 시집 무조건 좋아하세요." SNS에서 '다 좋다는 느낌' 소개글을 읽고 이번에도 크게 웃었다가 미안해졌다. 만화 영화에 나오는 '미친 과학자' 캐릭터가 떠올랐다. 어쩌면 김 시인은 '미친 시인'이다. 알려진 길을 걷지 않으니까. 순수하고 집요하고 예측불허한 시를 배양하니까. 시인과 과학자, 그밖의 많은 이들에게 '미쳤다'는 표현이 늘 칭찬이기를 바란다.

다 좋다는 느낌·김승일 지음·아침달 발행·172쪽·1만2,000원

신이인 시인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