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필로폰 든 주사기 들고 유치장까지… 소지품 대충 검사한 경찰

필로폰을 투약해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경찰 체포 하루 전날 다른 혐의로 유치장에 입감돼 소지품 검사까지 마쳤지만, 경찰은 남성이 직접 꺼내 보여준 필로폰 든 주사기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음 날 석방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심동영 판사는 지난달 16일 마약류관리법상 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박모(64)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필로폰 0.17g이 든 주사기 1개와 불상량의 비닐 팩 1개 등을 몰수했다고 16일 밝혔다.
서울 도봉구의 한 병원은 지난 4월 25일 박씨의 바지 호주머니에서 백색 가루가 든 주사기를 발견했다. 박씨는 주사기의 용도를 묻는 병원 관계자 A씨에게 “히로뽕 주사기”라고 답했고, A씨는 박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이뤄진 소변 검사에서 박씨의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박씨는 전날에도 경찰에 한 차례 붙잡혔다 풀려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의뢰로 응급 입원을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응급 입원은 자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정신 질환 추정자를 일시 입원시키는 제도다.
퇴마사인 박씨는 지난 4월 24일 서울 강동구 자택 계단에서 퇴마의식을 벌이던 중 이웃 주민들에게 ‘조용히 해달라’는 주의를 받고 화가 나 일본도를 휘두르며 주민들을 위협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일본도를 압수한 뒤 박씨에 대한 몸수색을 진행했는데, 주사기는 확인하지 못했다.
박씨는 이어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하며 스스로 주사기를 꺼내 보여줬다. 그러나 담당 경찰관들은 이마저 놓치고, 정신 질환자로 추정되는 박씨를 석방해 병원에 응급 입원시키려 한 것이다. 경찰관들은 당시 박씨의 소지품이 꽤 많았던 데다가 일본도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취지로 재판부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씨는 과거에도 마약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재판부는 “단순한 업무상 실수로 보인다”고 판시했으나 결과적으로 경찰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씨는 첫 유치장 입감 때 경찰이 필로폰을 못 본 것을 근거로 “주사기는 제 것이 맞다”면서도 “필로폰은 나중에 다른 누군가가 집어넣었다. 사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측과 서울동부지방공소청 둘 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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