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짝패’ 20주년 류승완 “그때 제작비가 없어서 저 장면이...”
“단체로 땅에 파묻힌 장면, 스태프 실제 경험” 비하인드 공개
‘충청도 이병헌’ 정두홍 무술감독 “촬영하고 잠들어, 진짜 힘들었슈”

“이거는 청주 뒷골목에서 촬영한 장면입니다. 담 사이즈하고 공간 사이즈가 안 맞았어요. 아, 담벼락이 좀 더 컸으면 좋았을걸.”(류승완 감독)
“아니, 정두홍 감독님, 뒷모습만 봐서는 거의 충청도 이병헌인데요?”(조원희 운영위원장)
“아, 저때 엄청 힘들었슈. 진짜 취해서 연기하는 거예요.”(정두홍 무술감독)
20년 만에 영화 ‘짝패’ 스크린 앞에 나란히 앉은 그들은 하고 싶은 말이 넘쳤다. 15일 폐막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커뮤니티비프 행사로 지난 9일 메가박스 부산극장 1관에서 진행된 ‘마스터 톡’ 자리였다. ‘마스터 톡’은 BIFF 초청작이 주로 상영되는 해운대에서는 만날 수 없는, 커뮤니티비프만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조원희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이 적극 도입하면서 이어져왔다. 감독이나 배우가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며 실시간으로 해설해준다. 요즘 흔한 관객 토크(GV)처럼 영화가 끝난 후에 해설을 하는 게 아니라 같이 관람하면서 들려준다. 관객은 귀에 꽂은 리시버를 통해 그들이 들려주는 촬영 에피소드, 알려지지 않았던 비하인드를 듣는다.
동시에 실시간 질문도 받는다. QR코드로 단체 채팅방에 접속해 떠오르는 질문을 입력하면 된다. 채팅창 역시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노출돼 모두가 공유한다. 마치 유튜브 라이브 방송 채팅창을 보듯 즐길 수 있다. 가끔은 재치있는 댓글에 관객 전체가 폭소를 터뜨릴 때도 있다.

‘짝패’는 2006년 5월 개봉해 제6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섹션에 초청받았다. 그해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상영됐다. 류 감독은 이날 ‘마스터 톡’ 진행 중 “베니스에서 이 장면에 박수가 크게 나왔었는데”라며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 회고했다. ‘짝패’는 당시 베니스에서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하는 영화” “성룡의 전성기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같다”는 등의 호평을 받았다.
‘마스터 톡’은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보단 다시 보는 관객이 깊이 파기에 좋다. 처음 봤을 때 놓쳤던 구석구석 재미를 찾게 된다. 이날도 류 감독의 열성팬이 많았다. 류 감독이 “제가 구둣소리 살리기를 좋아해서요”라고 말하자, 곧바로 단톡에 “(올해 초 개봉한) ‘휴민트’에도 나온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싸우다 크게 다친 주인공 태수(정두홍)가 쉬지 않고 다음 액션으로 넘어가자 단체 토크방에는 “왜 병원에 안 가나요”라는 짧은 질문이 올라왔다. 단톡을 읽던 류 감독은 “진짜, 병원에 갈 생각을 왜 안 했지?”라며 파안대소했다. 관객들도 다같이 웃었다.
‘짝패’에서 정두홍 무술감독이 연기한 태수와 류 감독이 연기한 석환은 친구의 죽음을 파헤치다 또 다른 친구의 악행을 알게 된다. 그들의 고향으로 설정된 가상의 관광 마을 온성은 충청도 출신 류 감독이 온양과 유성을 합해 조합한 이름이다. 류 감독은 “태수는 제가 드라마 ‘모래시계”를 좋아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밝혔다. 태수를 연기한 정 감독도 충청도 출신이다. 그래서 충청도가 배경인 ‘짝패’에서도 사투리가 매우 자연스럽다.
비뚤어진 자격지심으로 모두를 불행으로 몰고가는 친구 필호 역의 배우 이범수는 원래 캐스팅 명단에 없었다. 류 감독은 “예산이 적은 영화라 생각도 못 했는데. 다행히 제 영화를 좋아해주셔서 성사됐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브라이언 드 팔마(86), 샘 페킨파(1925~1984) 등 좋아하는 감독들의 영향이 어느 장면에서 유독 두드러졌는지도 일일이 짚었다.

주인공들의 10대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등장하자 분위기가 일순 밝아졌다. 류 감독은 “(자신이 연기한 석환의 어린 시절을 맡은 배우) 김시후를 ‘친절한 금자씨’를 보고 캐스팅했다”며 “그런데 박찬욱 감독님이 보시더니 ‘시후가 커서 니가 되는 게 말이 되니’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곧바로 배우 김시후와 류 감독의 외모 차이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사이 화면이 빠르게 지나갔다. 아이들은 자라고,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 적이 된다. “그렇게 만든 원흉은 등장도 안 하는 거죠. 친구들이 죽고 죽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지 않나요.”(류 감독)
10대 일당이 한꺼번에 목만 내놓고 땅 아래에 묻히는 장면에서 류 감독은 “스태프 중에 정말 저렇게 묻혔다는 사람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곧바로 단톡에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사셨던 거냐”는 글이 올라와 객석에서 폭소가 나왔다.
‘짝패’는 류 감독이 액션 활극의 끝까지 가보려 한 영화다. 그는 ‘짝패’를 보며 “이 영화가 영화적인 영화였으면 했다”며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담아보려 했다”고 말했다. 겉보기에 막싸움처럼 보일수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단체 액션신을 소화하느라 두 감독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스스로를 밀어붙여야 했다. 한 액션신에서 류 감독은 “아, 저때 정두홍 감독이 간판에 얼굴을 찧었어요”라고 했다. 피가 통하지 않게 하려고 청테이프로 신체를 동여매고 촬영한 신도 있었다.

류 감독은 ‘짝패’ 예산이 적어 구상대로 담지 못한 아쉬움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필호가 저수지에 마을 사람을 수중 암매장하는 장면은 훨씬 구체적인 그림이 있었다. 류 감독은 “원래는 저수지 깊은 물 아래 수많은 시체가 쌓여있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필호가 얼마나 악행을 저질러왔는지를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고 했다. 컴퓨터 그래픽도 흔치 않던 시절이라 언감생심일수밖에 없었다.
류 감독이 원래 생각했던 엔딩도 공개했다. “애초에 생각한 구상은 마을이 관광특구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잔치 분위기가 되는 중에, 앰뷸런스에 실려가던 태수가 서서히 죽어가는 그림이었어요. 언뜻 들어도 돈이 많이 들겠죠? ”
박수와 함께 이날의 ‘마스터 톡’이 끝나자 정 감독은 “이제 관절에 윤활유가 빠질 시간 됐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제 영화가 시간을 뚫고 살아남은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동료들이 성장한 모습도 확인해 감사했다”고 했다. “앞으로도 열심히 영화를 만들겠습니다. 젊은 영화인들이 새로운 길을 여는 디딤돌이 되는 길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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