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여성 고위직 줄줄이 낙마, 남성은 논란에도 버티고 승진했다 [플랫]

플랫팀 기자 2026. 10. 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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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 에너지 장관 크리스 라이트의 연설을 듣고 미소 짓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에서 올해 고위직을 떠난 인사 대부분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관료들은 각종 논란과 백악관과의 갈등 속에 잇따라 물러났지만, 비슷한 의혹에 휩싸인 남성 고위직들은 자리를 지키거나 다른 요직으로 이동하면서 성별에 따른 이중잣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최근 그리스 주재 미국 대사 킴벌리 길포일의 사임을 비롯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여성 고위직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부터 팸 본디 법무장관, 로리 차베스더레머 노동장관,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이 불과 3개월 사이 잇따라 물러났다. 후임은 모두 남성으로 채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여성 역사의 달 기념행사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어떤 공화당 대통령보다 내각에 더 많은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 고위직의 잇따른 퇴진으로 당시 각료급 여성 인사 8명 가운데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는 인사는 절반인 4명뿐이다. 대통령 인사와 행정부의 다양성을 추적해 온 브루킹스연구소의 캐서린 던 텐파스 연구원은 NYT에 “첫 번째 각료급 이탈자가 모두 한 성별, 즉 여성인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여성 관료들의 퇴진 배경은 제각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사거나 백악관과 갈등을 빚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본디 전 법무장관은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문건 공개를 둘러싼 논란에 더해, 대통령이 요구해온 정적에 대한 보복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신임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임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 변호사인 토드 블랜치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놈 전 국토안보장관은 자신이 주도한 정부 광고에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다. 개버드 전 국가정보국장은 이란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을 가했는지를 놓고 백악관과 이견을 보였다. 차베스더레머 전 노동장관은 부적절한 직원 관계와 공금 사적 사용 등 권한 남용 의혹에 휘말린 끝에 사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9월 30일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반면 논란에 휩싸인 남성 고위직들은 상대적으로 자리를 유지하거나 다른 요직으로 이동했다.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과도한 음주 문제, 연인을 보호하기 위해 특수기동대(SWAT)를 동원했다는 의혹, 정부 소유 항공기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 등에 휘말렸지만 직을 유지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엡스타인 소유 섬을 방문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관련 문건에 등장했지만 해임되지 않았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기자가 포함된 민간 메신저 대화방에서 비밀 군사작전 계획을 누설해 논란을 빚었지만, 자리를 지켰다. 당시 기자를 대화방에 초대한 마이크 왈츠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직에서 물러났으나 그는 이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옮겨 오히려 다른 요직을 차지했다. 이 대사직은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의회에서 협력해 온 여성 측근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에게 약속했던 자리다. 자신을 “극단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전사”라고 칭했던 스테파닉 의원은 대사직을 얻지 못한 데 이어 결국 의회에서도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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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논란을 더 많이 일으키는 것 같지는 않다”며 “오히려 그의 남성 임명자들이 반복적으로 비판을 받고 해임 요구에 직면해 왔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크기만으로는 여성 고위직의 잇따른 퇴진과 남성 인사들의 생존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당 인사들은 성별에 따라 다른 인사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본디 전 장관과 놈 전 장관의 퇴진 이후 “트럼프는 여성 장관만 해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스민 크로켓 하원의원도 SNS에 “그는 무능한 남성들보다 무능한 여성들을 훨씬 빨리 버스 아래로 던진다”고 썼다.

백악관은 성별이 아닌 능력과 자격을 기준으로 인사를 결정한다며 반박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NYT에 “정체성 정치에 집착하는 민주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의 성별 같은 바꿀 수 없는 특성이 아니라 능력과 자격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 백민정 기자 mj100@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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