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몸에서 녹조 독소 나왔는데...기후부는 두 달째 논의만
"정부 원론적 답변 되풀이, 구체적인 답변은 없어"
기후에너지환경부 “시민사회와 지속적으로 논의”

지난 8월 11일 낙동강 유역과 수도권 녹조 발생 지역 인근 주민 93명에게서 채취한 소변 시료 150건 가운데 29건(19.3%)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등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낙동강 유역은 90건 중 17건, 수도권은 60건 중 12건에서 검출됐다. 독소가 물속에 존재하는 것을 넘어 주민의 생체 시료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기후부 "논의 중이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어려워"
정부의 조류독조 조사 계획은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는 지난 6월 26일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2026년 조류독소 공동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낙동강 녹조 발생 지점의 원수와 공기, 주민의 비강 시료다. 원수 조사 지점과 횟수를 늘리고 주민 비강 검사를 새로 추가했으며, 올해 안에 시료 분석과 결과 공동 검토를 마친 뒤 공개할 계획이다.
문제는 당시 발표한 계획은 소변 조사 결과가 알려지기 전이어서, 관련 내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추가 조사 진행 시 인체 노출 경로와 건강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검출된 내용을 바탕으로 후속 조사가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최근 관련 내용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답은 내놓지 않았다. 기후부 물환경정책과 관계자는 15일 소변 조사 관련 <뉴스펭귄> 질의에 "논의 중이고 앞으로 일정도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만남의 시기와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기 부담스럽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단체에서 진행한 조사여서 그곳과 컨택 중이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 사람들과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면 좋을지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답변은 온도가 다르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공동조사 진행 상황만 반복해서 설명할 뿐, 소변 검사 결과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 방향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선임활동가는 14일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새로운 사실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밝혀지는 것"이라면서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정책적 변화를 기대할 만한 답변은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지난 10월 8일 국회에서 열린 녹조 관련 토론회에서도 기후부 관계자들이 공동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에 맞춰 대응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독소가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노출 원인을 특정할 수는 없다. 주민들이 녹조가 발생한 물과 직접 접촉했을 수도 있고, 농산물이나 공기 등 다른 경로를 통해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경로가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려면 환경 시료와 인체 시료를 연계해 조사해야 한다.
김 활동가는 환경운동연합이 진행한 또 다른 조사에서 농산물과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이 확인됐고, 공기 중에서 검출된 물질이 주민의 비강·비인두 시료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얼마나 축적이 됐는지 따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런 일은 정부가 해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례는 주민들이 녹조 독소에 노출될 수 있는 경로를 폭넓게 조사해야 한다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이번 소변 검사 결과만으로 특정 농산물이나 수돗물, 공기가 검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노출 경로별 기여도를 확인하고 실제 건강 영향과의 관계를 살피는 것은 앞으로 규명해야 할 과제다.
녹조 발생 줄이는 대책과 건강 조사 함께 해야
물의 흐름이 정체되고 수온이 높아지면 남세균이 증식하기 쉬워진다. 여기에 질소·인 등 영양염류가 많아지면 녹조 발생과 증식이 촉진될 수 있다. 기후위기로 수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오염물질 유입을 줄이고 물의 흐름을 회복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최근 5년간 조류경보 발령 시기가 앞당겨지고 발령 기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올해 낙동강 일부 구간에서는 예년보다 두 달 가까이 일찍 조류경보가 발령된 사례도 있다. 김 활동가는 녹조 발생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데다 관리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녹조 발생이 계속 지속되는 만큼, 주민들을 위한 건강영향 조사나 녹조 방지 대책 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