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종말의 빙하’, 온난화 막아도 150년간 계속 녹는다
온난화 멈추는 상황 가정해도 얼음 손실 계속

지구온난화를 막아 바닷물이 더 이상 빙하를 녹이지 않게 되더라도 남극의 거대 빙하가 앞으로 150년간 계속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본섬 크기에 맞먹는 이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얼음이 줄어들며 세계 해수면 상승을 가속하고 있어 ‘종말의 빙하’라고도 불린다.
영국 남극조사국(BAS)의 로지 윌리엄스 연구팀은 남극의 스웨이츠 빙하가 바닷물에 의한 얼음 손실이 완전히 사라지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향후 150년간 계속 얼음을 잃는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회보’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컴퓨터 모델 3개를 활용해 스웨이츠 빙하와 인접한 파인아일랜드 빙하의 미래를 예측했다. 바닷물이 빙하 밑부분을 녹이는 현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가정해 150년간 변화를 살펴봤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완전히 막아야 가능한 수준으로, 실제로 일어나기 어려울 만큼 낙관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결과는 두 빙하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파인아일랜드 빙하는 다시 두꺼워지면서 과거 위치를 향해 전진했다. 반면 스웨이츠 빙하는 얼음이 줄어드는 속도만 느려졌을 뿐, 150년 내내 손실이 계속됐다. 바닷물이 더 이상 얼음을 녹이지 않아도 이미 시작된 빙하의 후퇴가 쉽게 멈추지 않는다는 의미다. 스웨이츠 빙하를 비롯한 서남극 빙상 전체가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5m가량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연구진은 1940년대 강력한 엘니뇨로 남극 주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불안정해진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 부근의 바닷물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빙하는 한 번 균형이 무너지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근 수십 년간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도 빙하 손실을 가속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번 연구가 스웨이츠 빙하 전체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바닷물에 의한 얼음 손실을 없앤 실험에서는 서남극 빙상 전체가 무너지는 상황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면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고 해수면 상승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연구진은 “바닷물이 따뜻해질수록 빙하 손실 속도는 빨라진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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