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에 바스프·폭스바겐도 흔들…‘무역판 킬 스위치’ 꺼내는 EU [글로벌 왓]

이완기 기자 2026. 10. 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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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하이브리드차 수입 감축에 이어 중국산 제품을 전면 차단할 새 무역 규제를 마련한다.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로 유럽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무역적자가 확대되자 대응 수위를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EU 집행위는 최근 중국과 합의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입 상한제를 다른 산업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하기 위해 무역 통계 분석에 착수했다.

유럽 시장에서 현지 제조업체들의 점유율은 94.5%로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중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확대하면서 기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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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새 무역 규제’ 마련
9월 對中 적자 348억弗 사상 최대
심각한 경제 피해·불공정 행위땐
유럽 시장 진입 완전히 차단 추진
車 수입상한 타 품목 확대도 검토
화학·기계 등 보호대상으로 지목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하이브리드차 수입 감축에 이어 중국산 제품을 전면 차단할 새 무역 규제를 마련한다.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로 유럽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무역적자가 확대되자 대응 수위를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중국 등 경쟁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 권한을 논의하고 EU 집행위원회에 연말까지 관련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청했다. 중국 등이 EU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역내 시장 접근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특정 불공정 무역 관행에 관여한다면 중국산 제품의 유럽 시장 진입을 제한할 수 있으며 시장을 완전히 폐쇄하는 조치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극단적인 조치이자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EU가 중국 기업을 역내 시장에서 신속하게 퇴출할 수 있는 이른바 ‘킬 스위치(kill switch)’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프랑스와 독일이 처음 제시한 구상으로 구조적인 시장 왜곡이나 경제적 강압 행위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EU 집행위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SCMP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정상회의 모두 발언에서 킬 스위치를 선택지로 제시했으며 회원국들 사이에서 폭넓은 지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EU는 이와 함께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도 서두르고 있다. EU 집행위는 최근 중국과 합의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입 상한제를 다른 산업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하기 위해 무역 통계 분석에 착수했다. EU와 중국은 앞서 2027년부터 중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유럽 수입을 연간 35만 대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집행위는 이를 토대로 수입 급증이 우려되는 품목에 할당량이나 관세를 부과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추진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보호 대상으로는 화학과 기계 등이 지목됐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정상회의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이들 산업에 신속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프랑스와 독일·벨기에·덴마크 등이 이에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풍력터빈 산업도 추가 대응이 필요한 분야로 거론됐다.

EU가 이같이 통상 강경책에 나서는 건 무역 불균형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EU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9월 348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총 수출액도 전년 동월 대비 36% 급증했다. 중국의 올해 전체 무역흑자는 지난해 세운 역대 최대 기록인 1조 2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럽의 주력 제조업이 중국의 수출 공세로 경쟁력 약화에 직면했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 대표적인 분야가 화학 산업이다. 유럽 화학업체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과 수요 부진에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독일의 바스프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고 특수화학업체 랑세스는 올해 약 550명을 추가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풍력터빈 업계도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을 위협 요인으로 꼽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생산 규모와 가격 경쟁력을 빠르게 높여왔다. 유럽 시장에서 현지 제조업체들의 점유율은 94.5%로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중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확대하면서 기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외신들은 독일의 입장 변화도 주목하고 있다. 독일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와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그동안 대중국 무역 규제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독일의 핵심 제조업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높이자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것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4일 의회 연설에서 “막대한 보조금과 인위적인 통화 저평가, 과잉 생산능력, 공격적인 가격 책정으로 우리 경제에 피해를 주는 상황을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베이징=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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