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얼굴’ 수익으로 ‘실낙원’ 제작…흥행 공식 사라져 기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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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으로 한국형 좀비 신드롬을 일으키고 '지옥'·'기생수' 등 넷플릭스 대작까지 오갔던 연상호 감독이 요즘 푹 빠진 건 수백억원짜리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연상호 감독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실낙원' 개봉 기념 인터뷰를 갖고 최근 이어가고 있는 저예산 프로젝트의 시작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줬다.
연 감독은 "'얼굴'은 2억2000만원으로 만들었고 '실낙원'은 5억원 정도가 들었다"며 "'얼굴'이 흥행하면서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과 수익을 나눴다"고 말했다.
수백억원 규모의 작품과 5억원짜리 영화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연상호 감독에게 중요한 건 결국 규모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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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 쿠아론과 협업 논의 중…“지속적으로 연락 중”

2억2000만원으로 만든 ‘얼굴’이 100만 관객을 넘기자 그 수익으로 5억원짜리 ‘실낙원’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크게 실패하지만 않는다면 또 다른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연상호 감독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실낙원’ 개봉 기념 인터뷰를 갖고 최근 이어가고 있는 저예산 프로젝트의 시작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줬다.
“저는 장난감 하나를 가지면 망가질 때까지 가지고 놀아요. 이 저예산 프로젝트가 지금 저한테는 굉장히 재미있는 장난감이에요. 망가질 때까지 이것저것 바꿔가며 놀아볼 생각입니다.”
그 시작은 ‘얼굴’이었다. 연 감독은 “‘얼굴’은 2억2000만원으로 만들었고 ‘실낙원’은 5억원 정도가 들었다”며 “‘얼굴’이 흥행하면서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과 수익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이상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정산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부분을 정확하게 정리하면서 예산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예상 밖의 흥행이 컸다. 애초 ‘얼굴’은 대중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오랫동안 영화화를 미뤄왔던 작품이었다.
그는 “‘얼굴’로 오랫동안 영화화를 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대중성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 왔다. 이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 100만명이 넘는 걸 보면서 ‘이런 작업을 더 해봐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 용기가 곧바로 다음 영화가 됐다. ‘실낙원’이 너무 심하게 망하지 않는 이상 다음 작품도 만들 거라고. 대규모 투자를 받고 손익분기점에 쫓기는 기존 상업영화와는 다른 순환 구조다. 작은 영화가 다음 작은 영화의 제작비가 되는 셈이다.

“마을에서 나쁜 짓을 하는 아들 때문에 고통받는 엄마가 결국 어떤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였어요. 그 엄마의 심리가 궁금했죠. 어떻게 보면 자식에 대한 집착이자 사랑이에요.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안에서 품고 소멸시키려는 마음이 기묘하게 느껴졌어요.”
연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 역시 “자식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라고 했다. 다만 영화는 특정한 모자 관계를 넘어 인간이 가진 복합적인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됐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인간은 누구나 복합적인 정체성을 갖고 살잖아요. 저도 밖에서는 감독이지만 집에 가면 아빠이자 남편이고요. 그런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로 풀고 싶었어요.”
영화를 만들면서 부모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결론은 의외로 솔직했다.
“부모님을 이해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100%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인간을 완벽히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정작 작품의 모티프를 제공한 어머니의 반응은 담백했다. 연 감독은 최근에서야 어머니에게 ‘실낙원’이 어머니의 글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했다. 시사회가 끝난 뒤 조심스럽게 소감을 물었지만 돌아온 답은 짧았다.
“‘잘 봤다. 술 많이 먹지 말고 빨리 들어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는 “‘얼굴’과 ‘실낙원’ 같은 작업을 하면서 기존 산업 구조를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았다”며 “‘얼굴’이 독립예술영화 지원이나 인정을 받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다. 그 지원은 오랫동안 독립영화를 해온 분들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신 작은 영화가 상업영화의 배급망을 타고 관객과 만나는 새로운 구조를 꿈꾼다.
“해외처럼 일종의 레이블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CJ ENM이나 쇼박스처럼 배급 체계를 가진 큰 회사들이 이런 작은 영화들의 배급도 맡아주면 좋겠어요.”
최근 극장가의 불확실성도 역설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고 봤다.
“지금은 영화 흥행이라는 게 오히려 좀 공평해진 것 같아요. 예전처럼 정해진 흥행 공식이 있는 상태가 아니니까 이런 작은 영화들을 해볼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렇다고 대작을 버렸다는 뜻은 아니다. ‘부산행’ ‘반도’ ‘군체’ 등 스펙터클과 체험에 방점을 찍은 작품을 만들어온 그는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큰 스크린에서 스펙터클을 체험하는 것도 영화의 역할이지만, 시간을 내서 극장에 가 영화를 보고 그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굉장히 개인적인 관람 방식이기도 해요. 영화는 그런 양면성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보편적인 대중성을 겨냥한 작품과 아주 개인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 둘 중 하나를 택하기보다 모두 해보겠다는 얘기다.
“영화 만들기가 한 방향으로만 맞춰져 있으면 재미없잖아요. 영화관은 타인과 연결되는 공간인 동시에 아주 개인적인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최근 두 사람이 4년 전 이미 혼인신고를 마친 법적 부부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은 가운데 연 감독 역시 사전에 몰랐다고 했다.
“저도 기사 보고 알았어요. 결혼한 줄 몰랐습니다.”
‘반도’ ‘군체’ 등 여러 작품을 함께한 사이지만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관계는 아니라고 했다.
“저도 집 이야기를 잘 안 하고 서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서운하거나 그런 건 전혀 없고요.”
그러더니 특유의 농담을 덧붙였다. “그런데 이게 우리 엄마랑 아빠가 결혼한 느낌인데,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나 싶었어요.(웃음)”
구교환은 ‘얼굴’에서 카페에 걸린 사진으로 등장한 데 이어 ‘실낙원’에도 깜짝 출연한다. 연 감독은 “구교환이 의상까지 직접 챙겨서 엑스트라로 나왔다”며 “시사회를 여러 번 했는데 아직 어디에 나오는지 못 찾은 분들이 많더라. 우리 영화의 흥행 포인트 중 하나”라고 웃었다.
게다가, 연상호의 ‘장난감’이 국내에만 머물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는 ‘그래비티’ ‘로마’ 등을 만든 세계적인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협업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만났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건 오히려 칸국제영화제에서였다고 했다.
“부산에서는 일정 때문에 이야기를 많이 못 했어요. 오히려 칸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죠.”
이어 “알폰소 감독과는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협업할 생각도 있어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그는 “서로 산업 구조가 너무 다르다. 저 역시 그쪽 산업을 100% 이해하는 건 아니라 구체적인 방향을 잡는 게 쉽지는 않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수백억원 규모의 작품과 5억원짜리 영화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연상호 감독에게 중요한 건 결국 규모가 아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영화로 만드는 것에 가까웠다.
‘얼굴’이 벌어들인 돈으로 ‘실낙원’을 만들고, ‘실낙원’이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면 또 다음 영화를 만든다. 지금 연상호가 시험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저예산 제작법이 아니라 작은 영화가 스스로 다음 영화를 낳을 수 있는 새로운 순환 구조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앞에 죽은 줄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가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다.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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