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홍수, 기후변화 탓이 조심스러운 까닭 [데이터로 보는 기후위기]

윤신영 2026. 10. 1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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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난은 개별적이다. 최근 극한 기상현상에 동반된 재난의 원인은 거의 기후변화로 천하 통일을 한 듯하다.

모든 일에 기후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행위도 비슷하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재난에 대해 일단 기후를 배후 원인으로 보는 거친 경향에 대해서는 사소한 걱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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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매우 예외적인 것으로 보이는 기후 현상도 자연스러운 요동 범위 안에서 설명될 수 있다. 기후변화 탓으로 설명을 마무리하면, 알맞은 대처를 준비할 수 없다.
8월27일 네팔 누와코트주 트리슐리에서 홍수로 쏟아진 진흙이 주택을 뒤덮고 있다.ⓒREUTERS

모든 재난은 개별적이다. 심각하지 않은 재난이 없고, 우리는 모든 개별 재난에 대해 본능적으로 원인을 찾고 싶어 한다. 원인 후보는 늘 화수분처럼 솟아나는데, 시대에 따라 유행이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이다. 최근 극한 기상현상에 동반된 재난의 원인은 거의 기후변화로 천하 통일을 한 듯하다. 장마가 길어도 짧아도, 모기가 늘어도 안 보여도, 홍수가 나도, 태풍이 비껴가도 모두 기후변화를 언급한다.

하지만 데이터로 정교하게 관련성을 살펴보지 않은 채 습관처럼 거론되는 기후위기는 때로 아슬아슬하다. 모든 병의 원인을 스트레스로 규정하는 병원이 있다고 해보자. 그 진단이 틀릴 가능성은 낮겠지만, 정보값 역시 거의 0에 수렴할 것이다. 그곳에서 받은 진단과 처방이 건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모든 일에 기후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행위도 비슷하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지만, 효용이 없는 게으른 언급일 수 있다. 한 꺼풀만 더 따져보면 좋겠다.

8월26일 네팔에서 일어난 홍수도 그렇다. 수도 카트만두 북쪽 산악지대 라수와 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했다. 거센 토석류가 큰 건물을 통째로 휩쓰는 폐쇄회로(CCTV) 영상, 물과 토석류가 섞인 높고 시커먼 물이 강줄기를 넘어 주변 범람원과 마을까지 빠르게 삼키는 모습은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발생 한 달 뒤인 9월 말까지 1400명 넘게 사망하고 5700명 이상이 실종됐다.

모든 재난은 개별적이라고 했다. 비슷해 보여도 나름의 발생 이유가 있다. 네팔 홍수도 초기에는 규모 5.2의 지진이 지목됐다가,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빙하가 녹은 빙하호가 넘치거나 무너지는 빙하호 붕괴 홍수(GLOF)가 언급됐다. 그 후 암반과 그 위 빙하가 함께 또는 차례로 붕괴했고, 그 퇴적물이 거대한 산사태와 돌발홍수를 일으켰다는 설명이 주목받았다. 일부 지질 전문가는 더 나아가 이번 사태의 원인을 고산 사면부 붕괴로 인한 암설 사태로 규정한다. 이 경우 재난의 본질은 홍수가 아니라 산사태가 된다. 물은 피해를 키운 부차적 역할을 맡았을 뿐이다. 반면 하류의 거대한 홍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초반 어딘가에 막대한 양의 물을 공급한 사건이 있었으리라는 주장도 있다. 이 경우 최초 원인은 빙하나 암반의 추락이더라도, 호수나 저수지 붕괴가 더해지며 극단적인 홍수로 번졌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원인과 과정을 세세히 논의하는 이유는 배경에 놓인 더 근본적 원인을 함께 찾기 위해서다. 흔히 이번 사태의 배후로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그럴듯하지만 대부분 거친 추정에 근거한 주장이다. 실제로 지역의 여러 단서와 데이터로 단단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교훈을 얻기 위해서도 그렇다.

먼저 발생 원인과 과정을 가늠해보자. 인적이 드문 고산지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보니, 현장에서 일어난 일은 여러 관측 자료를 이용해 복원해야 한다. 위성 영상 분석이 대표적이다. 9월 말까지 여러 논문이 위성 영상을 분석해 사건을 재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의 한 갈래이기에 나도 사태 전후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그림〉은 유럽우주국(ESA)의 지구 관측 위성인 센티넬-1이 8월16일과 28일 랑탕리룽 북사면을 레이더(SAR)로 촬영한 이미지다.

레이더 영상은 위성에서 지표에 쏜 전파가 반사돼 되돌아오는 세기를 측정한다. 지표면의 거칠기나 수분, 물과 얼음 상태, 기하학적 특성 등에 따라 신호의 세기가 달라진다. 전후 영상을 수치로 변환한 뒤 빼주면, 두 시점 사이의 지면 특성 변화를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붕괴의 배후 원인 정교하게 따져야

몇 가지 처리를 한 뒤 규모가 크고 밀집한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니, 이번 사태만의 특이한 점이 보였다. 사태가 일어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수백m 안에 레이더 반사파의 강도가 ‘매우 크게 늘거나 줄어든 부분’이 여럿 밀집해 있었다. 기간을 늘려 추가 영상을 비교해도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일시적인 관측 오류는 아니었다.

여기에 광학 위성 영상과 고도 정보를 결합해 살펴봤다. 반사파 강도가 증가한 부분은 빙하로 덮인 지점이고 고도가 5200m쯤 됐다. 반면 반사파 강도가 크게 떨어진 나머지 곳들은 빙하가 있는 곳도, 없는 곳도 있었다. 또 서쪽으로 고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급경사지였다. 지형을 바탕으로 경사로를 분석해보니, 서쪽으로 약 1.7km 이어지는 내리막 경로를 구할 수 있었다. 이 경로는 이후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확한 분석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이용해 하나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볼 수 있다. 그날, 빙하로 덮인 5200m 지점에서 뭔가 사건이 벌어졌다. 지표면의 물리적 상태가 변해 레이더 반사파 강도를 극적으로 증가시켰다. 아마 빙하와 암석이 무너져 내리는 사태일 것이다. 사건은 동쪽 고지대에서 벌어져 서쪽의 급경사면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 지역은 사태의 어떤 영향으로 지표면의 반사파 강도가 극단적으로 줄었다. 사태의 결과물들이 만약 경사로를 타고 이동한다면, 서쪽으로 1.7㎞ 이상 간 뒤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하류로 향했을 것이다. 일부 논문에 따르면 이 북서 경로 부근에는 호수가 있었다. 만약 사태가 호수를 지나면서 물을 흡수했다면 홍수 성격을 강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위성 영상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관심은 이제 5200m 지점에서 벌어진 사건을 일으킨 배후 원인으로 옮겨간다. 무엇이 붕괴를 유도했을까. 세계 언론은 기후변화를 말했다. 하지만 정교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만약 암반이 먼저 무너졌다면 사태의 직접적 방아쇠를 기후라고 보기 힘들 수 있어서다. 암반 자체의 불안정성이 주요인이라고 보는 연구가 있다. 다만 연구에 따라서는 누적된 장기 기후 영향이 암반 붕괴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빙하가 먼저 또는 동시에 무너졌다면, 암반 붕괴에 비해 기후와의 관련성이 조금 더 커질 수 있다. 히말라야의 고산지대 빙하가 최근 많이 녹아 크기 자체가 줄었고, 인근의 기온 역시 무척 높았다는 설명이 있었다. 하지만 지역 전반의 상황 말고 관심 지역의 빙하를 직접 살펴봐야 한다.

먼저 기온이다. 랑탕리룽 북사면과 가까운 좌표의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데이터(ERA5)를 분석해보면, 올 8월은 1940년 이후 역대 8월 가운데 가장 높은 이상고온 현상을 겪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사태가 일어난 8월26일을 중심으로 이전 3일과 이후 3일은 모두 해당일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최근 30년 평균과의 편차는 2℃를 넘나들었다. 고지대의 고온도 심각했다. 이 부근을 격자 형태로 나눈 데이터세트에서, 평균 고도가 5000m 전후인 격자의 기온은 최근 10년 사이에 급상승했다. 그보다 낮은 4000m대 격자 역시 급상승했으나, 상승한 양상은 5000m 부근이 더 가팔랐다. 비록 이례적인 고온이 그 자체로 이번 붕괴를 일으킨 원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후가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는 정황증거는 될 수 있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 정상(왼쪽 뒤)이 보이는 네팔 창그리 눕 빙하 지대. 얼음이 녹으면서 바위가 드러났다. Ⓒ연합뉴스

빙하는 줄어드는 추세다. 오픈소스 세계 빙하 모델링 프레임워크(OGGM) 데이터를 이용해 사태 인근 빙하의 넓이와 부피 모델 산출값을 얻어 추세를 살펴보면, 사태 추정 지점의 빙하 부피는 2000년대 초반 이후 10여 년 사이에 10%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온다. 부근에 위치한 다른 빙하도 마찬가지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약 10년 사이에 부피가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이 역시 기후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정황증거다.

정리해보면, 사태가 벌어진 랑탕리룽 북사면 일대는 기온이 뚜렷하게 상승했으며, 특히 올해 8월의 폭염은 고산지대에서 최근 기후변화가 얼마나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 일대의 고산 빙하 역시 기후변화 추세에 맞춰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태임을 추정할 수 있다. 대부분의 데이터가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암반 붕괴로 시작한 산사태일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장기적인 기후변화의 영향마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후속 고민을 위한 질문들

하지만 여전히 모든 재난에 대해 일단 기후를 배후 원인으로 보는 거친 경향에 대해서는 사소한 걱정이 있다. 자연은 늘 요동치듯 변하며, 때론 매우 예외적인 것으로 보이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과 재난도 자연스러운 요동 범위 안에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자연의 품은 넓고, 뛰어야 부처님 손바닥 안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후변화가 위험하고 두려운 것은 손바닥 안의 현상일지라도 수와 강도를 증가시키고, 때로는 손바닥을 벗어나는 일을 일으켜서다.

네팔 홍수는 손바닥 안의 일인가, 바깥의 일인가. 안이라면 무슨 대책이 필요한가. 암반 조사 강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경보 시스템 설치 등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밖이라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가. 정확한 빙하 후퇴 상황을 점검하고 피해 양상을 확인하며, 배출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피해는 집중된 나라의 손실과 피해를 줄이거나 보전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진단에 따라 대처가 달라져야 하는데, 거친 ‘기후 탓’으로 모든 설명을 마무리하면 이런 후속 고민은 발을 붙이기 어렵다. 네팔 홍수가 일어난 지 한 달 이상이 지났다. 기후 이야기는 넘치게 나왔다. 그래서, 그사이에 조금이라도 달라진 게 있었을까.

윤신영 (과학 저널리스트)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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