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린이를 환영할 수 있을까?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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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좀 작지 않아?" 윤나리씨(42·왼쪽)가 무심코 건넨 말에 주토토 씨(활동명, 42·오른쪽)가 출입문을 유심히 바라봤다. 40년 넘게 미용실로 쓰인 공간이고, 이후 5년간 윤씨가 작업실로 사용하며 수없이 드나든 문이다. '모든 어린이를 환영하는 그림 책방.' 문을 넓히기 위해 건물 전면부를 뜯어내기로 했다.
윤씨는 출입문에 인공와우를 사용하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어린이 그림을 그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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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좀 작지 않아?” 윤나리씨(42·왼쪽)가 무심코 건넨 말에 주토토 씨(활동명, 42·오른쪽)가 출입문을 유심히 바라봤다. 40년 넘게 미용실로 쓰인 공간이고, 이후 5년간 윤씨가 작업실로 사용하며 수없이 드나든 문이다. 책방을 준비하며 공간을 개방하려다 보니 휠체어나 유아차가 편히 드나들기 어려워 보였다. 현행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서적 등을 판매하는 소매점의 경우 일정한 건축행위에 대해 바닥면적 합계 50㎡(약 15평)부터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적용한다. 26㎡(약 8평) 남짓한 책방은 그보다도 작았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법이 요구하는 최소 선과는 다른 기준이 있었다. ‘모든 어린이를 환영하는 그림 책방.’ 문을 넓히기 위해 건물 전면부를 뜯어내기로 했다.
문 하나를 넓히는 데서 시작한 일이 생각보다 커졌다.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을 적용해 장애인 관련 기관 자문까지 마친 책방 설계도는 설계 확정 열흘 전 일시 정지됐다. 이번에는 아동권리기관 활동가로 10년간 일한 주씨가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어린이 책방인데 어른들이 다 결정해도 괜찮을까?”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담긴 권리는 흔히 생존권·보호권·발달권·참여권 네 영역으로 나눠 설명한다. 그중 주씨가 생각하기에 상대적으로 가장 덜 중요하게 여겨지는 권리가 참여권이었다. 어린이는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에 의견을 말할 수 있고, 그 의견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장애·비장애 어린이 자문위원 10명을 급히 모았다. 자문위원에게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각자 바라는 동네책방의 모습을 그려보자고 했다.
어린이들은 자신의 바람과 불편만 말하지 않았다. 다른 장애가 있는 친구가 무엇을 필요로 할지 궁리했다. 레고 블록 1만 개로 만든 휠체어 경사로, 앞과 뒤 양쪽이 모두 열리는 눈높이 책장, 곳곳에 배치된 인형, 일부만 낮은 천장,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자문위원 의견을 거쳐 설계에 반영되었다. 윤씨는 출입문에 인공와우를 사용하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어린이 그림을 그려 넣었다. 주씨는 AI를 공부해 AAC(보완대체의사소통)와 문자통역기를 개발했다. ‘모든 어린이를 환영한다’는 말을 지키려 할 때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미처 떠올리지 못한 어린이를 새롭게 발견했다. 그렇게 2026년 6월27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골목에 ‘책방꼬마’가 문을 열었다. 자문위원들은 커팅식에 참여해 자신들의 제안이 어떻게 공간에 반영되었는지 직접 확인했다.
두 사람에게 책방꼬마는 서점이면서 “어린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시작해볼 수 있는 베이스캠프”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책방꼬마는 갑자기 태어난 공간이 아니다. ‘환영’이라는 말이 책방보다 먼저 있었다. 어린이날 100주년인 2022년을 윤씨는 “노키즈존 이슈가 한창이던 때”로 기억한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충분히 살려 ‘강아지와 어린이를 환영합니다’라는 포스터를 만들어 온라인에 무료 배포하고, 동네에는 직접 인쇄한 포스터를 나눠주었다. 책방꼬마 인근 골목 가게에는 아직도 윤씨가 만든 포스터가 붙어 있는 곳이 꽤 된다. 윤씨는 미성년 외국인 아동이 구금 시설에 보호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뉴스로 접한 후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미등록 외국인을 지원하는 단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어른들이 조사받는 동안 어린이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컬러링 북을 만들어 보냈다. 주씨는 아내 윤씨를 두고 “제게는 도서관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의 참고 문헌이 되어 함께 만든 여덟 평짜리 책방에서 가능했던 일을 이번에는 책방 밖에서 실현해보려 한다. 11월7일 책방꼬마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홍제유연에서 ‘꼬마 그림책 축제’를 연다. 축제의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올해의 그림책상’을 제정했다. 책방에서는 어린이가 공간을 바꿨다면, 축제에서는 어린이가 결과를 바꾼다. 어린이 심사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된 책은 점자와 음성 해설을 붙여 더 많은 어린이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그림책은 우리가 생애 처음 만나는 매체이기도 하잖아요. 그 첫 번째 경험이 평등했으면 좋겠어요.”
어린이에게는 환영받을 권리가 있다는 믿음, 어린이라는 시민을 환영하겠다는 실천까지 두 사람은 ‘모든’이라는 단어 속에 심었다. 정말 모든 어린이가 함께하는 축제가 과연 가능할까? 두 사람도 아직 답을 모른다. 다만 ‘아직’ 자신들이 만나지 못한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안다. 한 사람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고민한 결과,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조금씩 늘어났다는 걸 책방꼬마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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