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보다 팔레스타인 지지 신념···‘노멀 피플’ 작가 샐리 루니 “영국에서 책 안 팔겠다”[시스루피플]

유정인 기자 2026. 10. 16.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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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팔레스타인 단체, 테러 단체 지정’에 항의
<노멀 피플>의 작가 샐리 루니가 지난 201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9 코스타 북 어워즈에 참석하고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

“제 신념과 의도를 솔직하게 알리려 노력해 왔고, 그에 따른 결과를 기꺼이 감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소설가 샐리 루니(35)는 14일(현지시간) 더 이상 영국에서 책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어권 출판계의 핵심축 중 하나인 영국 시장에서 손을 떼면서 신념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테러 단체로 지정한 친팔레스타인 운동단체 ‘팔레스타인 액션’을 지지해왔다.

루니에게는 ‘한 세대의 목소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17년 소설 <친구들과의 대화>로 데뷔한 후 이듬해 발표한 <노멀 피플>이 부커상 후보,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며 세계적 신진 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두 작품 모두 BBC 드라마로 제작돼 호평받았다.

루니의 작품들은 대개 현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의 사랑과 우정, 불안과 신념, 계급 등을 밀도 높게 그려낸다. 이 때문에 20세기 젊은이의 초상을 그린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제롬 D 샐린저에 빗대 ‘밀레니얼 세대의 샐린저’로 불리기도 한다.

샐린저처럼 ‘은둔의 작가’는 아니다. 루니는 작품 밖에서도 자신의 지향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시대와 호흡해왔다. 이는 특히 이스라엘이 지난 2023년 가자지구를 침공한 후 두드러졌다.

지난 2020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열린 2020 윈터 TCA(텔레비전 비평가 협회) 행사에 샐리 루니가 참석해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

2025년은 그가 신념과 작가로서의 활동 무대를 두고 시험대에 오른 해였다. 그해 6월20일 팔레스타인 액션 활동가들이 영국이 가자지구 학살에 가담하고 있다며 공군 기지에 잠입해 붉은 페인트를 뿌리는 등 군용기 두 대를 훼손했다. 이 일을 계기로 영국 정부가 테러단체 지정을 추진하자 루니는 가디언에 보낸 기고문에서 “구호품 배급 장소에서 민간인 23명을 살해한 행위가 테러가 아니라면, 비행기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린 행위를 어떻게 테러라고 받아들이라는 것인가”라며 팔레스타인 액션 지지를 밝혔다.

그해 7월 테러단체 지정이 이뤄지자, 책 판매 수익을 이 단체 지원에 쓰겠다고 공표했다. 팔레스타인 액션은 아일랜드에서는 테러단체가 아니다.

이후 영국 활동은 제약됐다. 지난 9월에는 ‘스카이 아츠 어워드’ 문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체포 우려로 방문을 취소했다. 영국 테러법은 테러 단체에 금전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최대 14년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는 범죄로 규정한다. 판매 중단 결정에도 이런 법적 제약이 고려됐다.

루니의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 파버는 “영국 법률상 파버는 루니의 작품에서 발생한 영국 내 수익을 그에게 지급할 수 없다. 출판사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합의 하에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 최고경영자(CEO)인 케리 모스코지우리는 “작가들이 정치적 신념 때문에 책을 서점에서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서는 안 된다”며 “루니가 치른 대가를 지켜본 다른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될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고 이날 가디언이 전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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