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뛰놀던 무대” 광화문에 외국인 月100만명 몰렸다
올해 3~8월 관광객, 전년 대비 30% 늘어 역대 최다

서울 광화문에서 7년째 소고기집 ‘기승전우’를 운영하는 김명진(41) 대표는 요즘 아침마다 영어 학원을 다닌다. 최근 들어 외국인 손님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요새는 주변 바(bar)들도 외국인 손님이 복작복작하다”며 “초보반 영어 수업이라도 듣고 나니 고기 설명하는 데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K팝 콘서트라도 열리면 해외 관광객들은 광화문에 숙소를 잡고 3~4일 전부터 근처 관광지와 식당을 찾는다고 한다. 30㎞ 정도 거리지만 서울·경기 거의 전 지역과 연결되는 지하철·버스 대중교통망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BTS 광화문 공연 이후 6개월여 지난 현재, 광화문이 한국 문화·관광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 매체에선 광화문을 “BTS의 한국적 정체성을 기념하는 공간”(뉴욕타임스) “한국 수도의 역사적인 중심부”(BBC) “한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자 왕실 유산과 정치·문화적 삶을 상징하는 곳“(AP통신)이라고 칭한다. 당시 넷플릭스 라이브 방송 시작 후 24시간 동안 전 세계 1840만명이 공연을 지켜봤다. 이후 K컬처의 상징적 장소가 된 광화문을 외국인·기업 가릴 것 없이 찾고 있다.

◇광화문 찾는 외국인 30%↑
광화문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서울시가 이동통신 빅데이터에 기반해 세종대로 일대 외국인 관광객 수를 조사해보니 3~8월 562만명이 이곳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431만명) 대비 30.4%가 늘었다. 특히 8월에만 104만명이 찾았다.

이는 서울 전체 관광객 증가율을 8% 포인트가량 앞서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추산 지난 3~8월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949만명으로, 전년 동기(778만명) 대비 22% 늘었다. 전반적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가운데, 광화문을 찾고 머무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광화문을 출발해 명동·인사동 등을 도는 2층 관광 버스 ‘서울 시티 투어 버스’의 승객도 작년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한다.

◇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광화문을 즐긴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브라질 관광객 베아트리스 산투스(31)는 “BTS가 뛰어다녔던 무대가 바로 여기”라며 “이번 서울 여행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관광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에서 ‘BTS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중이다. 하이브 본사 등을 찾는 여행 상품에서 광화문은 결코 빠져선 안 되는 성지다. 해외 유명 관광 플랫폼에도 ‘아미가 반드시 가야 하는 BTS의 역사적 공연 장소’로 소개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헝가리 출신 패션 모델 사보 가브리엘라 마리아(26)의 놀이터는 광화문이다. 마리아는 “경복궁과 북촌 한옥 마을만 다니는 건 초보”라며 요즘 외국인들의 하루를 설명해 줬다. 오전에 광화문 근처 카페,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공예박물관을 돌아다닌다. 오후에는 광화문 광장을 산책하고 골목골목 작은 가게들을 찾는다. 늦은 오후가 되면 커피 한 잔을 들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 정원에 오른다. “여기서 바라보는 광장이나 경복궁과 인왕산 등 광화문 일대의 풍경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워요.” 해가 저물 때쯤 청계천을 거닐다 책도 읽는다. 마리아는 저녁으로 인근 식당에서 나주 곰탕 먹는 걸 즐긴다고 했다. 최근에는 이른 아침 커피나 차를 마시며 춤을 추는 ‘모닝 레이브’를 즐기는 외국인도 많다.

◇식당엔 “외국인이 직장인만큼 많다”
광화문 인근 식당 ‘광화문 국밥’은 지난달 개업 이래 처음으로 다국어 QR 메뉴판을 준비했다. 영어·중국어·스페인어·독일어·이탈리아어 등 총 15개 언어로 메뉴를 볼 수 있게 했다. 광화문 국밥 관계자는 “그간 찾아온 외국인 손님들의 국적을 떠올리며 다국어 메뉴판을 짰다”며 “앞으로 언어가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했다. 과거 압구정에서 운영하다 최근 광화문에 다시 문을 연 전통주 전문점 ‘백곰 막걸리’는 아예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식당이다. 이곳 이승훈(50) 대표는 “관광객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전통주를 180종 가량 들여놨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내놓던 오징어해물전도 관광객들의 취향과 눈높이에 맞춰 치킨의 느낌이 나는 ‘닭다리살전’으로 메뉴를 바꿨다”며 “‘골동비빔면’은 비건 음식을 찾는 외국인 손님도 많아 만든 메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광화문에 연 고기집 ‘결국돼지’의 김윤후(41) 대표는 부산에서 잘되던 식당을 내려놓고 서울로 왔다. 광화문의 외국인 관광객 물결을 보고 “여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외국어에 능통한 직원만 뽑았다. 손님들에게서 ‘쌈 싸 먹는 법’ 질문이 가장 많다고 했다. 매장마다 외국어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는 세종대로 일대 올리브영 4곳의 외국인 매출도 전년 대비 70% 늘었다.
◇이제 광화문은 경유지가 아니라 목적지
전문가들은 광화문이 원래 갖고 있던 예술·역사·상업적 인프라, 서울 각지로 다닐 수 있는 대중교통의 핵심 거점 같은 전통적 하드웨어에 K팝의 젊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가 소프트웨어처럼 덧씌워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과거 광화문은 인근 대형 관광지를 가기 위해 거쳐가는 경유지였지만 이젠 K컬처 팬들의 목적지가 됐다”며 “과거보다 광화문 관광객의 체류 시간이 늘어난 것이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은 광화문의 매력에 대해 “고개를 돌릴 때마다 산과 궁궐, 대도시의 빌딩 숲, 커다란 화면 가득한 K팝 스타들의 모습이 한곳에 합쳐진 곳”이라며 “이런 다양한 매력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은 광화문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일 스포츠 음료 업체 레드불이 코리아나 호텔과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연 익스트림 스포츠 ‘슬랙라인’(외줄 타기) 행사에도 2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세종문화회관에는 나이키·넷플릭스·디즈니·맥도날드 등 글로벌 브랜드의 장소 협찬이 많아지면서 최근 2년 새 협찬 수익이 8배 증가했다. 올해 광화문에는 유영국·이대원·서도호 등 국내 거장뿐만 아니라 데이미언 허스트나 게오르그 바젤리츠 같은 해외 거장의 전시가 집중되는 등 문화 콘텐츠의 수준도 과거보다 높아졌다. 광화문 광장에는 민간·지자체 등의 다양한 팝업 스토어 등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

코리아나 호텔 외벽 전광판은 BTS 이후로 스트레이키즈 등 K팝 차세대 스타들의 광고가 줄을 잇고 있다. 과거 K팝 팬들은 아티스트의 생일 광고를 지하철에 주로 냈지만 올해 4월, 8월 등엔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그룹 SMTR25의 해외 팬들이 코리아나호텔 전광판에 멤버들 광고를 띄웠다. K비전 관계자는 “BTS 이후 이곳에 광고가 나간다는 것은 K컬처를 이끄는 아티스트가 된다는 의미”라며 “K팝뿐만 아니라 2030 청년층을 겨냥하는 대형 프로젝트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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