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AI 투자금 반도 못 건져”… ‘투자 절벽’ 오면 반도체 치명상

최형석 기자 2026. 10. 1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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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발 금융시장 요동]
불안한 ‘반도체 코리아’
아마존이 운영하는 미국 인디애나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내부.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금을 회사채 발행과 대출로 조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늘어난 부채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연합뉴스

AI(인공지능) 투자가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확산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AI 빅테크들은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치킨 게임’을 지속하고 있다. 서로 돈을 대주고 그 돈으로 서로의 물건을 사는 ‘순환금융’이 거품을 키운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에 2030년까지 AI로 벌어들일 매출이 투자비를 감당하는 데 필요한 돈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투자 자금이 모자란 빅테크들은 미국에서 돈을 구하는 것도 모자라 유럽 등에서도 회사채를 발행하며 손을 벌리고 있다. 빅테크가 블랙홀처럼 자금을 빨아들이며 금리를 끌어올린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돼 AI 투자가 확 줄거나 갑자기 투자 절벽이 닥치면 호황을 누리던 반도체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투자금 절반도 회수 못 할 판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14일 AI 업체들이 현재의 투자 속도를 유지할 경우 2030년 말까지 3조5000억달러(약 4716조원) 이상의 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트너는 AI 업체들이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올해 약 1조달러, 2027~2030년엔 추가로 6조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봤다. 2030년까지 이자를 갚고 일정 수준 수익을 내기 위해선 누적으로 8조5000억달러의 매출을 올려야 하지만 전망치는 이의 42%(3조60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봤다.

그래픽=김성규

AI 챗봇 클로드를 만드는 앤스로픽은 14일 올 3분기 매출이 전 분기보다 45% 늘어난 168억달러라고 밝혔다. 전 분기 매출 상승률(147%)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앤스로픽의 매출 성장 둔화가 AI 투자 열풍에 새로운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가트너는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사들여 AI 기업에 빌려주는 업종인 ‘네오클라우드’의 경우 80%가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되면서 ‘반도체 피크(고점)론’도 재확산하고 있다. 중국 업체가 기술을 따라잡을수록 공급 과잉 우려도 커진다. 최근 창신메모리(CXMT)는 연내 차세대 D램 기술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먼저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양쯔메모리(YMTC)는 올 2분기 미국의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3위(출하량 기준) 낸드플래시 업체로 올라섰다.

◇글로벌 자금 블랙홀 된 빅테크

빅테크들은 ‘빚투(빚을 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알파벳(구글)·AWS(아마존웹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메타·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업체)가 올해 발행하는 회사채는 약 2500억달러(약 336조원)이고, 내년 4200억달러(약 565조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한국 예산(약 673조원)의 84% 수준이다.

미국만으로는 모자라 세계를 돌며 돈을 끌어모은다. 아마존은 6월 140억 캐나다달러어치 채권을 팔아 캐나다달러 채권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알파벳은 8월 55억 호주달러의 호주 사상 최대 채권을 냈다. 2월엔 만기 100년짜리 파운드화 채권도 팔았다. 메타는 올가을 처음으로 유럽 채권 시장에 나설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빅테크 차입이 급증하면 다른 기업과 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작년 9월 연 4.7%대에서 현재 연 5.5%를 상회하며 200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AI 투자 흔들리면 반도체 타격

AI 투자가 흔들리면 위기가 반도체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 TSMC는 15일 3분기 순이익이 7631억대만달러로 1년 전보다 69% 늘었다고 발표했다. 6분기 연속 사상 최대다. 하지만 발표 당일 주가는 오히려 2% 떨어졌다. 삼성전자도 지난 8일 3분기 영업이익으로 107조4000억원을 발표했다. 미국 빅테크도 넘어본 적 없는 분기 100조원 고지다. 그런데도 주가는 당일 2.4% 내렸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반도체를 포함한 AI 관련 투자가 올해 미국 성장의 3분의 1쯤을 떠받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지난달 수출의 절반이 반도체였다. 대만은 AI 서버와 반도체 등이 수출의 80%를 차지했다. AI 투자가 흔들리면 세계 경제가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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