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가해자가 피해자 접근하면 자동으로 경찰에 경보 울리게 해야”
‘관계 범죄’ 대응 시스템 바꿔야
“피해자 신고에 의존하면 늦어”

경찰은 최근 수년간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가 강력 범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1주일 새 잇따른 흉악 범죄에서는 기존 대책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가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위험 신호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고, 스마트워치나 전자발찌 등 보호 장치가 있었는데도 범행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청와대는 15일 하준경 정책실장 주재로 국무조정실과 법무부, 성평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이상동기·관계성·사회적약자 범죄 대책회의’를 열었다. 하 실장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흉악 범죄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단기 대책은 물론 사고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는 장기 대책까지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비슷한 대책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청은 지난해 7월 대전·울산·의정부 등에서 스토킹 살인 사건이 잇따르자 접근금지 조치를 받은 가해자를 전수조사하고, 재범 위험이 높은 경우 전자발찌 부착이나 유치장 유치를 적극 신청하겠다고 했다.
지난 3월 경기 남양주에서 김훈(44)이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하자 또다시 전국 경찰서장이 수사·관리 중인 관계성 범죄 사건을 전수조사하고, 고위험 가해자에 대해 구속·전자장치 부착·유치장 유치 등을 적극 신청하기로 했다. 피해자 조사와 방문 조사 등 보호·안전 조치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반복 신고된 사건이 살인으로 이어지고, 스마트워치나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범행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우선 관계성 범죄에서 반복 신고를 중요한 위험 신호로 보고 위험도를 더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전북 전주에서 발생한 70대 남성의 아내 살해 사건을 비롯해 최근 잇따른 사건 상당수는 범행 전 이미 여러 차례 경찰 신고가 접수돼 있었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대표 변호사는 “112 신고 기록에서 동일 가해자에 대한 반복 신고를 별도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며 “반복 신고 사건은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와 무관하게 상급자 종결 심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당국의 감시 초점을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피해자가 직접 스마트워치를 눌러 신고하는 방식으로는 순식간에 벌어지는 범행을 막기 어렵다”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를 함께 추적해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고 경찰이 개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해자가 저지른 사소한 위반도 즉각 제재할 보호관찰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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