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지방 이사에… 재택근무 허용하고 현지 사무실 마련했죠
[아이 낳게 하는 일터] 화정엔지니어링

한 살 아이를 키우는 김승희 화정엔지니어링 경영기획부 과장은 지난 4월 1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했다. 복직과 동시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했지만, 아이가 자주 아파 출근하기 어려운 날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회사는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김 과장은 “단축 근무 중에도 아이가 아프면 흔쾌히 재택근무를 허용해줘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휴직 전 맡았던 업무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토목 설계와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화정엔지니어링은 임직원 105명 규모의 회사다. 이곳에선 출산·육아에 필요한 휴가를 법정 기준보다 넉넉하게 주고, 자녀 돌봄 사정에 맞춰 일하는 시간과 장소도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휴직자의 일을 대신 맡는 동료에게 보상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육아 휴직을 둘러싼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이달 첫아이 출산을 앞둔 물사업부 경규명 과장은 다음 달 배우자 출산휴가 20일을 쓰고 12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육아휴직에 들어갈 예정이다. 동료들은 출산을 축하하며 일을 나눠 맡아주기로 했다. 그는 “다른 회사 지인들은 제도가 있어도 눈치가 보여 사용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 회사는 육아휴직에 대한 분위기와 인식이 다르다”고 했다. 최근 5년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이용한 직원은 13명(12.4%)이다.
회사는 휴직자가 생기면 상황에 맞춰서 대체 인력을 뽑거나 업무를 나눠 맡도록 하고, 지난해부터 추가 업무를 맡은 직원에게 ‘업무 분담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물사업부 이동은 차장이 육아휴직에 들어갔을 때는 새 직원을 채용했다. 동료들이 업무를 나눠 맡는 경우에는 담당 직원을 한 명 지정해 매달 20만원씩, 3개월마다 60만원을 모아 지급한다. 실제 경영기획부 직원 한 명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240만원을 받았고, 환경평가팀 직원 한 명도 올해 6~8월분 60만원을 받았다.
이 지원금을 받은 경영기획부 임성빈 대리는 동료가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연구 과제 예산 집행과 증빙 서류 관리, 정산 업무를 추가로 맡았다. 임 대리는 “기존 일에 다른 직원의 업무까지 더해져 부담이 컸다”며 “특히 숫자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는데, ‘업무 분담 지원금’을 받으니 회사가 내 노력의 대가를 인정해 주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화정엔지니어링은 출산자들에 대한 휴가 제도도 탄탄하다. 현재 법적 출산 전후 휴가는 90일이다. 미숙아를 출산하면 100일, 쌍둥이 등 다태아를 출산하면 120일로 늘어난다. 이 회사는 여기에 유급 휴가 10~20일을 추가해 준다. 법정 기간이 끝나고도 연차를 쓰지 않은 채 급여를 받으며 회복할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다태아 출산이나 고위험 임신 등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경우에도 추가 휴가를 더 길게 준다.
임신한 직원에게는 매달 한 차례 태아 검진을 위해 하루 전체를 유급휴가로 준다. 법은 정기 태아 검진에 필요한 일정 시간만 유급으로 보장하는데, 이 회사는 검진을 위해 하루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법정 가족 돌봄 휴가는 무급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유급으로 지원하고 있다. 갑자기 아이가 아프거나 가족을 돌봐야 하는 직원의 소득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다. 자녀의 생일과 입학·졸업식에도 연차를 소진하지 않고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만 0~2세 자녀의 예방접종 때는 유급 반차를 쓸 수 있다. 지난해에만 직원 10명이 이런 제도의 혜택을 봤다.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다는 것도 화정엔지니어링의 큰 장점이다. 등·하원 시간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바꾸는 시차 출퇴근제, 연차를 반차나 2시간짜리 ‘반반차’로 쪼개 사용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자녀의 몸 상태 등으로 갑자기 집에 있어야 하는 날에는 업무 사정에 따라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다. 직원의 가정 형편에 맞춰 근무지까지 바꿔준 경우도 있다. 한 직원이 배우자와 두 자녀를 따라 군산으로 이주하자 재택근무를 허용했고, 업무 성과가 좋자 아예 군산에 사무실을 마련해 현지 직원도 채용했다.
회사가 이렇게 제도 운영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숙련된 기술자를 잃지 않기 위해서다. 화정엔지니어링은 2014년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이후에도 육아휴직과 유연근무, 업무 분담 지원금 등 관련 제도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조양근 화정엔지니어링 대표는 “엔지니어링 업무는 자격증뿐 아니라 프로젝트 경험과 발주처 협의 노하우가 중요한 만큼, 회사 업무에 익숙한 직원이 육아휴직 뒤에도 돌아와 경력을 이어가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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