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새 기준” 밝힌 미국…국방부 “골대 옮기면 영원히 불가”

권혁철 기자 2026. 10. 1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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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둘러싼 한-미 간의 갈등이 표출되면서 2028년 환수를 목표로 한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14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미국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가 주최한 제2회 인도·태평양 정상회의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 안보 환경이 달라진 만큼, 바뀐 조건·기준에 부합하는 군사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은 △연합 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 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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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군사령관, 북 위협 들며
“조건이 확실히 변해…계획 바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14일(현지시각) 워싱턴디시에서 미국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둘러싼 한-미 간의 갈등이 표출되면서 2028년 환수를 목표로 한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14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미국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가 주최한 제2회 인도·태평양 정상회의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 안보 환경이 달라진 만큼, 바뀐 조건·기준에 부합하는 군사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중 누구도 조건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신문을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조건이 확실히 변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주에 북한에서 또 한차례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며 “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우리의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위협을 거론했다.

기존 합의한 조건 충족뿐 아니라 바뀐 안보 환경에 대응할 능력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각)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도 “역량을 갖추지 못한 전환은 방어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국방부는 우려와 반발을 나타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브런슨 사령관이) 군사적 수준에서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이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해서 저희도 우려를 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항의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추가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개인적 자격으로 답변하겠다”고 전제한 뒤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한·미가 상호 합의한 조건들이 있다.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서 우리 군이 지난 20년간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에 근거해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게 국방부 공식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잣대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직 안보당국자는 “애초 한·미가 2015년 합의한 조건대로라면 조건 충족이 끝났다. 미국이 계속 조건을 추가하고 있어 이를 두고 ‘골대를 옮긴다’는 불만이 예전부터 국방부 내부에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군 감시 정찰과 타격 능력 등에 대한 세부 조건을 추가하거나, 전년도에 ‘충족’으로 평가한 일부 항목까지 이듬해는 환경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미충족’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공식 브리핑에서 정 대변인 ‘개인 자격’이란 이례적 형식으로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을 강하게 반박한 것은 연말에 양국 국방장관 회담인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앞두고 ‘브런슨의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는 한국군이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군을 지휘할 역량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의 3단계 검증 절차 가운데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올해 완전운용능력 검증을 마치고 이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에 올려 양국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를 양국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으로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용근 전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전작권을 환수하려면 이번 에스시엠에서 전환 목표 연도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인 2028년으로 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첫 단추가 완전운용능력 평가 검증 통과인데 평가단장이 브런슨 사령관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제동을 걸면 다음 단계로 진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이날 리영희재단·평화네트워크·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한겨레신문사에서 연 전작권 토론회에서 “브런슨 사령관이 골대를 옮기는 게 아니라 아예 골대를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부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오고 있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은 △연합 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 세가지다.

양국 군사당국 수준에서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양국 국방장관, 대통령 차원의 정치적 결단 같은 ‘톱다운 방식’의 해법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말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 강신철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간 협의, 다음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한-미 정상 간 협의가 있을 수 있다.

권혁철 기자,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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