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몬타나주 글래이셔 마운틴 국립공원 하이킹 ②[미국 하이킹]
두렵지만 만나고 싶은 야생 동물들
다섯째 날에는 이곳의 명물이라는 야생 베리 종류인 Huckleberry가 많이 있는다는 Huckleberry Mountain Lookout Trail로 하이킹을 갔다. 오락가락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음산한 날이었다. Going to the Sun Road와는 다르게 도로 앞뒤로 우리 차밖에 없었다.
음습한 기운이 가득한 산으로 트레일 양쪽으로는 허리까지 풀들이 자라있었고 삼나무도 많아 하늘이 보이지 않아 무서워진 나는 요란하게 스틱을 부딪치며 걸었다. 숲속에 그리즐리 베어가 앉아서 매복하고 있다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분위기였다.
진입로에서 얼마 가지 않아서 앞장서 가 던 우리 일행의 대장님(?)이 갑자기 "뒤로 빠꾸!'를 외쳤다. 음침한 분위기도 분위기였지만 얼굴과 목에 모기가 달려들어 사정없이 물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일행은 허클베리고 나발이고 뒤로 돌아 빠른 걸음으로 도망나왔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 지역은 7월 말에서 8월 말까지 허클베리 열매가 익는 시즌이 되면 블랙베어와 그리즐리 베어들이 식사를 위해 대거 몰려드는 미국 내에서도 곰 밀도가 아주 높은 위험 지역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 큰 덩치의 곰들이 번갈아 가며 와서 산딸기를 먹는 모습은 귀여울까? 무서울까?
모기에 놀란 우리는 McDonald Lake 주변 트레일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고 물멍을 했다. 수만 년 동안 바위에서 쪼개져서 물 살에 깎이고 깎여 둥그렇고 조그맣게 변한 빨갛고 푸르스름한 자갈은 맑고 투명한 물을 만나 아름다운 호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자갈의 빠알간 색이 너무 이뻐서 몇 개 가져오려고 주웠는데, 마지막 날 짐을 싸면서 가방에 넣었다, 매었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눈물을 머금고 에어비앤비 앞마당에 놓고 왔다.
"Take nothing but picture, leave nothing but footprints."
사진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고, 발자국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마세요. 국립공원 안에 있는 걸 갖고 나오다가 걸리면 벌금을 물 수도 있다. Blackfeet Indian Reservation도 들렀다. 미국 드라마 "옐로스톤"에 나오는 것처럼 황량한 땅 위에 있는 허름한 트레일러 집들, 학교, 그로서리 마켓, 기념품 가게들이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 이라는 표현은 인종차별적 표현)은 너무 억울할 거 같다. 이곳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고급 휴양도시 Whitefish와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떠나는 날 비행기가 오후 3시여서 Whitefish Trail 로 갔다. The Whitefish Trail 은 아름다운 고급 휴양도시인 Whitefish와 화이트피시 호수를 둘러싸고 자연 흙길로 이루어져 있어 도보 하이킹, 산악자전거, 트레일 러닝, 승마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호수 길가를 옆에 주렁주렁 열린 사과를 따 먹으며 하이킹을 했다. 호수 관리인은 이 사과나무 때문에 곰들이 몰려들어 등산객들이나 호숫가에서 수영을 즐기는 휴양객들에게 위험할 수 있어 사과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싶다고 투덜거렸다.
자연 속에서 목적을 달성하려 하지 않는 여유, 참 자유
평균연령 60세 중반 우리 일행 4명의 이번 6박 7일간의 일정은 무리하지 않는 여유로운 하이킹하기였다. 그래도 명색이 등산클럽 회원들이지만 최근에 다녀온 하이킹 중에 겪었던 고산병 후유증으로, 다리부상으로, 그리고 누구나 때가 되면 겪는 "나이는 못 속여"라는 노화 현상을 다들 서서히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 트레일 코스를 갈 것인지를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 그냥 그날그날 날씨와 기분에 따라 트레일을 골라서 하이킹을 했다. 트레킹 코스를 꼭 완주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어서 누군가 힘이 든다고 하면 그냥 '빠꾸'를 했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
인생의 후반전은 "질서 있는 후퇴'라고 한다. 산이 좋지만 이제 죽자 사자 하이킹은 하지 않는다, 아니, 못 한다. 그래도 즐겁다! 산에서는 목표라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진정한 자유가 된다.
그리즐리 베어는 이곳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인 동시에, 가장 보고 싶은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 등산객들은 곰 스프레이를 배낭에 매달고, 수시로 소리를 내며 곰에게 우리들의 존재를 알린다. 혹시라도 마주칠까 두려워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그리즐리 베어를 보고 싶어 한다. "제발 나타나지 마!" 하면서도, "그래도 한 번쯤은 보고 싶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묘하게 공존하는 곳.


글과 사진 Jay Jung(정승이) 미국 독자 │ Jay Jung(정승이) 산오네(산이오라하네)클럽회원. 곧 미국 이민 생활 30년이 된다. 등반경력 은 5년이며 지난해는 이탈리아 돌로미티를 등반했다. 요즘은 주말마다 쉐난도어 국립공원이나 West Virginia 산을 하이킹한다. 현재 미국 에서 Metro City Bank Virginia Fairfax County Annandale 에서 부지점장으로 근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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