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수라갯벌과 도요새
매년 5월과 10월 둘째 주 토요일은 전 세계가 함께 기념하는 ‘세계 철새의 날’이다. 철새는 국경을 가리지 않고 이동한다. 그중에서도 도요새 무리는 가장 긴 여행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큰뒷부리도요는 알래스카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뉴질랜드와 호주 남단의 태즈메이니아까지 날아간다.
조류학자들이 조사한 결과 2000년 3월28일 뉴질랜드의 황아누이강을 출발한 큰뒷부리도요 한 마리가 일주일 동안 밤낮없이 먹지도 자지도 않고 날아와 4월4일 순천만에 도착했다. 그리고 4월12일 새만금 갯벌로 이동해 5월21일까지 머물며 번식지로 날아갈 에너지를 축적했다. 한국 출발 5일 뒤인 5월26일 알래스카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알을 낳아 새끼를 길러낸 뒤 9월18일 알래스카를 출발해 9월27일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도요새들이 뉴질랜드와 알래스카를 오가는 중간에 쉴 수 있는 우리나라 갯벌은 이들에게 목숨이 걸린 밥상이자 중간 기착지이다. 그러나 새만금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도요새들의 서식지가 크게 훼손됐다. 결국 세계자연보전연맹은 2015년 큰뒷부리도요를 멸종위기 준위협종으로 지정했고, 우리 정부는 202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했다.
새만금개발사업은 1991년 착공해 30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철새들의 소중한 안식처가 되고 있는 곳이 수라갯벌이다. 그러나 새만금의 마지막 숨통인 수라갯벌도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면서 풍전등화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등 시민단체들은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큰뒷부리도요의 약 1만3000㎞에 이르는 비행을 기리며 수라갯벌에서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까지 한 달간 걷고 1만3000번의 큰절을 올렸다. 지난해 9월11일 서울행정법원은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정부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큰뒷부리도요가 머무는 뉴질랜드의 황아누이강은 세계 최초로 법적 인격을 부여받은 자연이다. 그래서 황아누이강은 강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직접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갯벌을 지키는 시민들의 소송 자격조차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생태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1988년 야생생물 멸종의 끝은 인간으로 귀결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막기 위해 생명에 대한 애정을 갖고 생물다양성을 자켜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1992년 전 세계 정상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모여 생물다양성협약을 이끌어냈다. 우리나라 역시 이 조약에 가입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연환경 보전보다 개발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그 결과 새만금에 마지막으로 남은 도요새의 보금자리인 수라갯벌마저 지켜내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수라갯벌이 사라지면 큰뒷부리도요의 생존도 위협받게 된다. 윌슨의 경고를 되새겨야 할 때다. 아직 늦지 않았다. 수라갯벌 개발을 중단하고, 큰뒷부리도요가 뉴질랜드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알래스카까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서식지를 잘 보전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뉴질랜드, 알래스카의 주민들이 큰뒷부리도요와 오래도록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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