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동물원 5곳 유인원 46마리… "전시 끝내고 보호시설로 가야"

고은경 2026. 10. 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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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동물원을 본뜬 철창들이 놓였다.

동물해방물결과 국제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은 이날 세계 동물권 선언 48주년을 맞아 국내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유인원들의 현실을 알리고 전시 종식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열었다.

이 가운데 유인원은 고릴라 1마리, 침팬지 15마리, 오랑우탄 13마리, 긴팔원숭이 17마리 등 46마리로, 전국 5개 동물원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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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해방물결·LCA, 유인원 전시 종식 캠페인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들이 15일 서울역 광장에서 유인원의 전시 종식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15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동물원을 본뜬 철창들이 놓였다. 철창 안에서는 고릴라, 침팬지 등 유인원으로 분장한 활동가들이 웅크리거나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다.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은 지난 8월 열두 차례 진행한 현장 관찰에서 확인한 유인원들의 생활상을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동물해방물결과 국제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은 이날 세계 동물권 선언 48주년을 맞아 국내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유인원들의 현실을 알리고 전시 종식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열었다.

두 단체가 공개한 정부 집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내 동물원에서 전시·사육되는 영장류는 총 775마리다. 이 가운데 유인원은 고릴라 1마리, 침팬지 15마리, 오랑우탄 13마리, 긴팔원숭이 17마리 등 46마리로, 전국 5개 동물원에서 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동물원에서 영장류 45마리가 폐사하고 36마리가 다른 동물원으로 이송됐다.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들이 15일 서울역 광장 철창 안에서 유인원의 삶을 재현하며 유인원의 전시종식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단체는 야생에서 수 ㎢에서 수십 ㎢에 이르는 숲을 누비며 살아가는 유인원들과 달리, 국내 법령상 대형유인원 한 개체당 최소 사육 면적은 31.5㎡(약 9.5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동물해방물결은 현장 관찰에서 유인원들이 주로 누워 있거나 멍하니 앉아 있었으며, 움직이더라도 먹이를 먹거나 관람객을 바라보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일부 개체에서는 같은 경로를 반복해서 걷거나 공에 머리를 거듭 부딪치고 블록을 반복해서 씹는 행동도 관찰됐다. 단체는 이러한 모습이 제한적이고 단조로운 사육 환경에서 살아가는 유인원들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캠페인은 개별 유인원의 삶에도 주목했다. 단체에 따르면 침팬지 '알렉스'(39)는 홀로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고릴라 '고리나'(49)는 1984년 서울대공원 개원 당시 한국에 들어와 40년 넘게 동물원에서 살아왔다. 여러 차례 번식이 시도됐지만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함께 지내던 고릴라가 모두 죽으면서 현재는 같은 종의 동료 없이 노년을 보내고 있다. 오랑우탄 '오랑'(24)과 '주랑'(11)은 지난해 경기 고양시의 동물원에서 경남 사천시의 동물원으로 이송됐다.

멍하니 앉아 있는 보람(왼쪽부터 시계방향)과 오랑,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알렉스, 내실 안을 원을 그리듯 반복해서 맴도는 백석, 공에 머리를 반복적으로 부딪치는 건, 블록을 반복해서 씹는 폴리. 동물해방물결 제공

두 단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전시 목적의 유인원 신규 수입과 번식을 금지하고, 전시를 단계적으로 종식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 유인원들이 남은 생을 보낼 생크추어리(보호시설)를 마련하고, 특히 알렉스·고리나·오랑·주랑 등 4마리를 우선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오랜 세월 동물원에 갇혀 살아온 이들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전시가 아닌 안식"이라며 "철창 속에서 늙어가는 유인원들이 남은 생을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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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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