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지진 기록 품은 경주 봉길리 단층암,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
30일간 의견 수렴 후 국가유산위원회 심의 거쳐 지정 확정

지진 발생 시 단층의 급격한 마찰열로 암석이 녹아 굳어지며 고대 지진의 기록을 고스란히 품은 '경주 봉길리 슈도타킬라이트'가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경상북도 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 해안에 위치한 '경주 봉길리 슈도타킬라이트'를 국가지정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지정 예고 구역은 해안가 공유수면을 포함한 총 1만 936.86㎡에 달한다.
슈도타킬라이트는 지진성 단층운동이 일어날 때 단층면이 고속으로 미끄러지면서 발생하는 강력한 마찰열에 의해 주변 암석이 순간적으로 용융(녹음)되고, 액체 상태의 용융물이 단층 틈새로 주입된 뒤 급격히 식어 유리질로 굳어진 희귀 단층암이다.
지표면 아래 깊은 곳에서 일어난 과거 지진의 규모와 단층 거동을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지질학적 블랙박스' 역할을 한다.
'경주 봉길리 슈도타킬라이트'는 국내에서 산출 양상과 암석기재학적·지화학적 특성이 체계적으로 규명돼 학계에 정식 보고된 최초의 사례다.

특히 이곳 노두는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다양한 형태의 슈도타킬라이트를 한자리에서 모두 관찰할 수 있는 지구상 유일한 학술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용융물이 균열 틈새로 뿜어져 들어간 주입세맥형 등이 복합적으로 집약돼 있어 암석의 파쇄, 마찰용융, 이동·주입, 고결에 이르는 지진 전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무엇보다 봉길리 해안의 단일암맥형 슈도타킬라이트는 평균 두께 약 21cm, 최대 두께 40cm에 달해 세계 학계에서도 극히 보기 드문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슈도타킬라이트의 두께는 단층 미끄러짐 시 발생한 마찰열과 단층 변위량에 정비례한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두께가 과거 한반도 남동부 일대에서 수 미터 이상의 단층 변위를 수반한 모멘트 규모 7.0 이상의 초거대 고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했음을 증명하는 결정적 물리적 증거로 보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 지정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경주 봉길리 슈도타킬라이트는 과거 한반도의 단층 작용과 지진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국가적 자연유산"이라며 "앞으로도 지질학적 가치가 뛰어난 자연유산을 적극 발굴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보존과 관람이 조화를 이루는 체계적인 관리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