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톡] 우리는 기술을 통제해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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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지난달 일본에서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한 심장병 수술이 의료보험 적용을 받아 이뤄졌다.
배아줄기세포는 얻는 과정에서 배아 파괴 논란이 컸을 뿐 아니라 유전자 편집 기술과 만나면 생명 발달 과정에 유전적 변화를 인위적으로 가해 '맞춤 아기'를 만들거나 특정 목적을 위한 '복제 인간'을 탄생시키는 시도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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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국제사회 안전망 들어와
AI에도 감시와 책임 기본 틀 필요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지난달 일본에서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한 심장병 수술이 의료보험 적용을 받아 이뤄졌다. 세상이 워낙 다사다난해선지 큰 관심을 받진 못했지만, 지난 20여 년간 줄기세포 연구가 남긴 논란들을 감안하면 꽤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역분화 줄기세포는 통제력을 잃고 폭주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은 배아줄기세포의 대체재 역할을 해왔다. 다 자란 체세포를 발달 초기로 되돌려 만드는 역분화 줄기세포는 수정란과 배아를 쓰지 않고도 배아줄기세포처럼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능력(전분화능)을 갖기 때문이다. 이번 성과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제하면서도 전분화능은 대체재를 이용해 의료에 적용하고 보편화할 수 있음을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얻는 과정에서 배아 파괴 논란이 컸을 뿐 아니라 유전자 편집 기술과 만나면 생명 발달 과정에 유전적 변화를 인위적으로 가해 ‘맞춤 아기’를 만들거나 특정 목적을 위한 ‘복제 인간’을 탄생시키는 시도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기술을 조합하면 아예 인공 인간 배아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상상까지 더해졌다. 정교하게 유전자를 편집하는 신기술이 등장하고, 2018년 한 중국 과학자가 배아 유전자를 편집해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면역력을 가진 아기를 출생시켰다고 발표하면서 우려는 증폭됐다.
학계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엔 7개국 과학자들이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의 임상 적용을 최소 5년간 전면 중단하고 이를 감독할 국제기구를 만들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이 실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줄기세포학회는 유전자 편집과 배아 연구 지침을 내놓았고,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잇따라 관련 규제를 만들었다. 기술 폭주를 막기 위해 겹겹의 안전망을 친 것이다.
한때 줄기세포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기대와 함께 맞춤 아기나 복제 인간에 대한 걱정이 세계적으로 확산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수정란이나 배아가 아닌 체세포 대상 유전자 편집 치료는 엄격한 규제 아래 상용화 절차를 밟고 있고,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기관별 승인 같은 통제 체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2024년 희소질환을 갖고 태어나 최신 유전자 편집 기술로 치료를 받은 미국 아기 KJ 멀둔의 사례는 첨단 생명과학 기술이 유용한 방향으로 안전하게 활용되도록 통제 체계가 작동한 결과였다. 유전자 편집 아기를 출생시켰다던 중국 과학자는 자신이 한 연구와 뭐가 다르냐며 반발했으나, 멀둔의 유전자 편집은 태어난 뒤 체세포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수정란이나 배아 단계 유전자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인류가 이번에는 인공지능(AI)을 통제할 수 있을지를 놓고 기로에 섰다. 재앙 수준의 결과가 초래될지 몰라 개발을 중단하자니 기술이 가져올 긍정적 미래를 포기하기 어렵다. 과학자들과 일부 기업인들이 AI의 혁신과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국제기구를 만들자고 잇따라 촉구하는 중이다. 줄기세포, 유전자 편집 논란 때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돈이 오간다. 먼저 치고 나가지 않으면 안보와 동일어가 된 기술 주도권을 다른 나라, 경쟁 기업에 내주게 될 거란 위기감도 크다. 게다가 기술 스스로 진화를 한다. 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가 안전 주도권마저 가져가려는 시도까지 나온다. 상황이 더 어렵고 복잡하지만, 폭주 우려가 컸던 기술을 과학기술계와 국제사회가 함께 통제해본 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멋대로 배아 유전자를 편집했던 중국 과학자는 징역을 살았다.
임소형 산업1부장 겸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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