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K테크] ⑥탄소중립으론 '역부족'…"빗물에 탄소 녹여 광물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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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휴머노이드 로봇, 수소경제, 우주 기술 등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2022년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탄소중립에 더해 CDR 기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빗물에 탄소를 녹여 광물화해 고정시키는 '지중 탄소 저장' 기술 개발이다.
김진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후·환경연구소장은 "국내에선 산업체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는 아직 미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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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휴머노이드 로봇, 수소경제, 우주 기술 등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첨단 과학기술은 산업 경쟁력과 미래 성장동력의 토대로 여겨졌지만 이제 국가의 미래와 안보까지 좌지우지하는 핵심 요소다. 동아사이언스는 종합 출연연으로 올해 설립 60년을 맞아 국가 과학기술 난제 연구에 도전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임무중심연구소 연구 현장을 찾아 기술패권 경쟁 속 한국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전략을 모색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배출한 만큼 포집, 흡수하는 양을 늘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게 '탄소중립'이다. 기후변화를 막는 핵심 실천과제로 수년간 탄소중립이 거론됐다. 문제는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전략만으로는 기후변화를 더이상 억제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거나 자연적·생물학적 과정을 활용해 제거하고 장기간 저장하는 기술 및 활동을 뜻하는 '이산화탄소 제거(CDR·Carbon Dioxide Removal)' 기술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2022년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탄소중립에 더해 CDR 기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IST 기후·환경연구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CDR 기술 확보에 나섰다. 물과 땅, 대기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 유일 '원팀'을 이룬 임무중심연구소다. 특히 전세계 어떤 연구진도 시도하지 않은 연구에 도전한다. 빗물에 탄소를 녹여 광물화해 고정시키는 '지중 탄소 저장' 기술 개발이다.
김진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후·환경연구소장은 "국내에선 산업체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는 아직 미흡하다"고 말했다.

● 대기 중 탄소 빗물에 녹여 땅속에 저장한다
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녹여 흡수하는 용매 역할을 한다. 바다는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약 25~30%를 흡수할 정도다.
KIST 기후·환경연구소 물자원순환연구단은 물에 탄소를 녹여 땅속에 저장하는 '탄소흡수-인공함양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승학 물자원순환연구단장은 "빗물을 탄소를 저장하는 자원으로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녹여 땅속으로 가져가는 매개체로 본다"고 말했다.
현무암이나 감람석, 폐콘크리트 등 소재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착하는 특성이 있다. 이 소재를 땅 위에 깔아 놓으면 에너지를 별도로 공급하지 않아도 이산화탄소를 흡착한다.
이산화탄소를 흡착한 소재 위에 비가 내리면 빗물 속에 이산화탄소가 탄산 형태로 녹는다. 물자원순환연구단은 고인 빗물을 지하수층으로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물속 탄산은 지하수 속 미네랄과 만나 탄산염이라는 고체 형태로 저장된다. 이를 '지중 탄소 저장'이라고 한다.
이 단장은 "빗물을 저장하고, 탄소를 고정하고, 탄소를 광물로 바꾸는 세 단계가 동시에 일어나는 공정은 그간 세계 어떤 연구팀도 시도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소재도 자체 개발중이다. 최재우 물자원순환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섬유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한 섬유로 만든 카페트를 옥상이나 공원 등에 깔아 두기만 해도 탄소를 흡착한다. 최 책임연구원은 "현재 목표 이산화탄소 흡수 효율을 달성한 상태"라면서 "대면적으로도 제작해 2027년에는 양산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기후위기 대응 목표로 물·땅·대기 전문가 모였다
기후변화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며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상태다. 온실가스는 대기와 식생, 토양, 해양 등 지구 시스템을 따라 순환한다. 탄소의 순환을 이해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의 첫 단추다. KIST 기후·환경연구소 기후탄소순환연구단은 현재 기후변화가 탄소 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기후·환경연구소는 과거 대기 환경과 물 환경 위주로 연구하던 조직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역할을 재편하면서 2021년 7월 출범했다. 2024년 9월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지구 시스템 내에서 탄소가 원활히 순환하도록 만들겠다는 임무를 설정하며 '임무중심연구소'로 다시 개편했다.
대기환경 분야는 전통적으로 미세먼지와 다이옥신 등 대기 중 오염물질을 다룬다. 물환경 분야의 주요 연구 대상은 수질 오염이다. 임무중심 연구소로 재편되면서 두 연구 분야의 전문가가 기후 시뮬레이션 전문가와 만나 협업을 시작했다. 김병찬 기후탄소순환연구단장은 "여러 분야가 만나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기후 시뮬레이션이다. 기후 시뮬레이션은 탄소 순환 이론을 토대로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예측한다.
시뮬레이션을 위해선 탄소가 토양과 물에 흡수되고 배출되는 실제 현상에서 도출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대기 환경과 물 환경 연구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대목이다.
연구팀은 현재 지구 시스템을 구성하는 해양, 대기, 토양에서 탄소가 어떻게 순환하는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후 시뮬레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기후 시뮬레이션보다 해상도를 100배 이상 높이는 것이 목표다.
가뭄이나 홍수 등 극한기후 상황에서는 탄소 순환 패턴에 변동성이 생긴다. 김 단장은 "기후 시뮬레이션 모델에 극한기후 변수를 포함해 극한기후 상황에서의 탄소 흡수와 배출 양상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환경연구소는 현재 해수담수화, 하수재이용, 다기능 구름챔버 개발 등 기후·환경 전 분야에 걸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기능 구름챔버는 구름을 실제로 만들어 인공강수와 구름의 형성 원리를 연구하는 시설로 연말까지 완공하는 게 목표다. 염성수 기후·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다기능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챔버는 KIST가 세계 유일"이라고 말했다.
다기능 구름챔버는 구름을 만드는 장비와 구름 내부의 성질을 측정하는 장비 두 가지로 구성된다.
구름은 수증기를 품은 공기의 온도가 낮아지면서 수증기가 물방울로 응결해 형성된다. 물방울은 '씨앗' 역할을 하는 미세먼지를 구심점으로 모여 뭉친다. 다기능 구름 챔버를 이용하면 어떤 성질의 미세먼지가 어떤 성질의 구름을 만드는지 밝힐 수 있다.
인공강우는 대기에 미세 입자를 뿌려 구름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때 어떤 미세 입자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도 다기능 구름 챔버로 밝힐 수 있다.
기후·환경연구소는 KIST의 10개 임무중심연구소 중 유일하게 정책연구 부서를 갖췄다. 이영혜 기후대기정책팀장은 "에너지 기술과 환경 기술의 발전 동력은 일반적인 다른 기술과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술의 수요자가 동력이라기보다는 정책이 동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은 기후·환경 연구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기후·환경연구소 내 정책팀은 연구소를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퍼즐"이라고 말했다.
정책, 시뮬레이션, 토양과 대기, 물 환경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 연구소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김 소장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공통의 임무 아래 다학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국내 기후·환경 연구를 주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leci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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