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꺼진 영등포 홍등가…포주들도 늙어 힘을 못 썼다[더뎁스]

정동진 기자 2026. 10. 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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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금요일 오후 10시 반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뒷골목.

13일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영등포역 성매매 집결지 관계자들을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영등포역 일대에서 10년가량 장사를 해왔다는 한 67세 여성(67)은 "고령인 포주들이 경찰 수사로 뭉치지도 못해 세가 많이 약해졌다"며 "경찰이 '최근 10년 치 금융 자료를 내고 자금 출처를 소명하라'고 하고 휴대전화도 압수해 가니 포주들이 '더는 영업 못 하겠다'며 거의 다 떠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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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성매매와의 전쟁’…건물주 등 100여명 입건
계약서-통장 확보해 “성매매 몰랐다” 발뺌 차단
건물-땅 몰수까지 추진…영업재개 원천봉쇄 나서
포주들도 폰 압수에 자금출처 따지자 줄줄이 떠나
지난달 18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뒷골목의 유리방 문이 잠겨 있는 모습. 이날 150m 길가에 이어지는 유리방 등 건물들은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불이 다 꺼져 있는데 키스방은 어디 있어요?”

지난달 18일 금요일 오후 10시 반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뒷골목. 한 30대 외국인이 기자에게 다가와 이렇게 물었다. 그는 ‘서울 유흥업소는 현재 강북구 미아리텍사스와 영등포 두 곳에서 운영 중’이라는 인터넷 글을 보고 왔다고 했다. 불 꺼진 골목을 10여 분 서성이던 그는 “서울은 도쿄 유흥가와는 다르다”며 발길을 돌렸다.

이곳은 서울에 남은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인 영등포역 일대다. 경찰이 성매매 알선업자와 건물주를 대대적으로 수사하면서 업소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약 15년간 이어진 ‘영등포 성매매와의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포주·건물주·성매수자 100여 명 입건

서울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인 영등포 타임스퀘어 뒷골목의 한 유리방이 불이 꺼진 채 커튼이 쳐져 있는 모습. 문에는 성매매 집결지 업주들이 세운 단체인 ‘한터전국연합’ 스티커가 붙어 있다.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13일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영등포역 성매매 집결지 관계자들을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와 장소를 제공한 건물주뿐 아니라 성매수자까지 입건했다. 피의자는 100여 명으로, 당초 고발된 64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번 수사는 두 번째다. 2021년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가 집결지의 토지·건물 소유자 50명을 고발한 게 시작이었다. 당시 경찰은 3명만 검찰에 넘기고 나머지 47명은 불송치하거나 각하했다.

당시 건물주들은 ‘내 건물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지 몰랐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주를 처벌하려면 자기 건물이 성매매에 쓰인다는 걸 알았다는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고발된 50명 중 37명은 불러 조사조차 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 계약서·금융거래 확보… 法, 몰수보전 일부 인용

하지만 지난해 10월 2차 고발이 접수된 뒤 수사 방식은 달라졌다. 영등포서는 지난해 말 5명 규모의 집중수사팀을 꾸렸고, 피고발인 64명 가운데 외국인을 뺀 전원을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18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뒷골목에서 만난 30대 남성이 한국의 유흥업소를 소개하는 글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유흥·밤문화 중에는 키스방이 있으며, 여기서 유사 성행위와 성관계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일본어로 쓰여 있다.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건물주와 업주 사이의 임대차계약서, 이들의 금융거래 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제 어떤 조건으로 건물을 빌려줬는지, 돈이 어디서 나와 어디로 갔는지를 따져 1차 수사 때 막혔던 건물주의 ‘고의’를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성매매 업소가 자리잡았던 건물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몰수보전 일부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몰수보전은 몰수 판결이 나기 전 피의자가 재산을 팔거나 넘기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조치다. 성매매에 쓰인 건물과 땅을 국가로 귀속시켜 영업을 재개할 여지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 “포주들 뭉치지도 못해… 거의 다 떠났다”

수사가 본격화하자 집결지 영업은 사실상 멈췄다. 타임스퀘어 인근에서 50년 가까이 살았다는 한 80세 주민은 “(성매매) 장사를 안 한 지 7개월쯤 됐다. 침대 같은 짐까지 다 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과 이달 6일 찾은 집결지에선 약 150m 길을 따라 늘어선 건물의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업주들의 결속도 약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영등포역 일대에서 10년가량 장사를 해왔다는 한 67세 여성(67)은 “고령인 포주들이 경찰 수사로 뭉치지도 못해 세가 많이 약해졌다”며 “경찰이 ‘최근 10년 치 금융 자료를 내고 자금 출처를 소명하라’고 하고 휴대전화도 압수해 가니 포주들이 ‘더는 영업 못 하겠다’며 거의 다 떠났다”고 말했다.

집결지 일대가 재개발 예정지라는 점도 영업 중단의 배경으로 꼽힌다. 재개발 구역의 토지·건물 소유자는 조합원이 돼 분양권이나 현금청산으로 개발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부동산이 몰수되면 소유권과 함께 조합원 자격도 잃는다. 영업을 이어가다 적발되면 재개발 이익을 통째로 날릴 수 있는 셈이다.

● “땅까지 몰수해야 영업 재개 막는다”

결국 이번 수사의 성패는 법원이 토지까지 몰수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물만 몰수되고 땅이 남으면 재개발 이익도 지킬 수 있어, 업주들이 언제든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차 고발 때 유일하게 처벌받은 건물주 홍모 씨(68)의 사례가 그렇다. 1심은 홍 씨의 토지와 건물을 모두 몰수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재개발 예정지여서 토지의 경제적 가치가 커 토지 몰수는 지나치다”는 취지로 건물만 몰수했다. 이 판결은 2024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토지는 몰수를 피했고, 집결지 영업은 2차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9월경까지 이어졌다.

고발인 측 법률대리인 형장우 변호사는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면 토지까지 몰수될 수 있다는 신호를 건물주에게 준다면 범죄 확산과 재개를 막을 수 있다”며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와 함께 법원도 토지 몰수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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