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생물학] 100년전 들은 '신경 한 가닥'과 2026 노벨상 '광유전학'

김우재 하얼빈공대 생명과학센터 교수 2026. 10. 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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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세포 하나가 말을 하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를 기억하는 생물학자는 많다.

그런데 신경이 이 똑같은 크기의 총알을 얼마나 자주 쏘느냐로 세상을 말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꼭 100년 전의 일이다.

신경세포는 초파리와 인간을 뛰어 넘어 같은 언어로 말하고 대화한다.

파리의 유전학 도구가 '어느 신경에'를 답하고, 빛이 '언제'를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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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극에서 올라온 신호를 스피커에 연결하면, 신경은 탁, 탁, 타닥 하는 짧은 소리를 낸다. 김우재 제공, AI 생성 이미지

신경세포 하나가 말을 하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를 기억하는 생물학자는 많다. 전극에서 올라온 신호를 스피커에 연결하면 신경은 탁, 탁, 타닥 하는 짧은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말소리처럼 높낮이가 있는 소리는 아니다. 같은 크기의 탁탁 소리가 드문드문, 혹은 빽빽하게 이어질 뿐이다. 

이 '탁' 하는 소리를 우리는 활동전위, 또는 스파이크라고 부른다. 신경과학 교과서의 맨 앞장에 나오는, 신경생물학자라면 모두가 아는 현상이다. 그런데 신경이 이 똑같은 크기의 총알을 얼마나 자주 쏘느냐로 세상을 말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꼭 100년 전의 일이다.

올해 10월 신경과학 매체 '더 트랜스미터(The Transmitter)는 이 발견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글을 실었다. (https://www.thetransmitter.org/history-of-neuroscience/the-neural-code-at-100/ ) 그리고 같은 달, 노벨 생리의학상은 빛으로 신경을 켜는 기술, 광유전학에 돌아갔다. 한 세기 전 우리는 신경의 말을 처음 엿들었고 이제는 그 말을 대신 쓸 수 있게 됐다. 이 글은 그 두 사건 사이의 100년에 관한 이야기다.

 

● 신경 한 가닥을 들은 날

1925년 영국 케임브리지. 생리학자 에드거 에이드리언의 실험실에는 당시 라디오에 쓰던 진공관 증폭기가 놓여 있었다. 신경의 전기 신호는 너무 약해서, 방송 기술이 만든 증폭기가 있어야 비로소 볼 수 있었다. 기록은 모세관 전위계라는 느린 장치로 했고, 그 흐릿한 결과를 기계적으로 보정해 실제 파형을 되살려야 했다.

결정적인 실험을 가능하게 한 손은 스물일곱 살의 스웨덴 연구자 잉베 조테르만의 것이었다. 영국에 온 지 두 달밖에 안 된 그는 해부에 능했다. 그는 근육을 조금씩 잘라 내, 근육의 길이를 감지하는 감각기관인 근방추 하나만 남겨두었다. 그러자 신경 섬유 하나가 내는 신호만을 따로 들을 수 있게 됐다.

기록에 나타난 것은 놀랄 만큼 단순했다. 크기가 같은 스파이크가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근육을 더 세게 잡아당기자 스파이크는 커지지 않고 더 자주 나왔다. 같은 힘으로 계속 당기면 발화는 서서히 느려졌다. 에이드리언은 1926년 두 편의 논문으로 이 결과를 발표했다.

(doi: 10.1113/jphysiol.1926.sp002308)

그는 신경의 메시지가 모스 부호의 점들이 이어지는 것보다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고 썼다. 나는 이 비유를 조금 다르게 표현하고 싶다. 신경은 같은 크기의 총알만 가진 사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방아쇠를 당기는 리듬을 바꾸는 것뿐이다. 그래서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은  '총알의 흐름'이 된다.

에이드리언은 신경의 메시지가 모스 부호의 점들이 이어지는 것보다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고 했다. 김우재 제공, AI 생성 이미지

● 크기가 아니라 리듬으로

에이드리언의 발견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신경의 신호는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둘째, 자극의 세기는 스파이크의 빈도로 바뀌어 전달된다. 셋째, 같은 자극이 이어지면 신경은 점점 덜 반응한다. 이른바 적응이다. 그가 그린 발화율 대 시간의 그래프는 이런 종류의 첫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p1926년 에드거 에이드리언과 잉베 소테르만이 촉각과 압력 자극에 따른 감각신경의 전기신호를 기록한 실험 자료. span style=

이 단순한 발견이 당연해 보이는 이유는, 그 발견 위에 이후의 모든 신경과학이 지어졌기 때문이다. 망막 세포가 빛의 어느 자리에 반응하는지, 시각피질 세포가 어느 기울기의 선에 반응하는지, 해마 세포가 방의 어느 자리에서 발화하는지. 모두 스파이크를 세어서 얻은 지식이다. 우리는 뇌의 말을 100년 동안 세기로 번역해 왔다.

물론 빈도가 신경 부호의 전부는 아니다. 스파이크가 정확히 언제 나오는지, 여러 신경이 함께 어떤 무늬를 만드는지 또한 서로 다른 정보를 담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논쟁의 출발점은 여전히 1926년의 그 한 가닥이다. 모든 논쟁은 ‘같은 크기의 총알’이라는 전제 위에서 일어난다.

초파리 연구자에게도 이 언어는 익숙하다. 파리의 감각모에 전극을 꽂으면 냄새나 맛에 따라 스파이크의 빈도가 달라진다. 양귀비 씨앗만 한 뇌를 가진 파리도 사람의 뇌와 같은 문법으로 말한다. 신경세포는 초파리와 인간을 뛰어 넘어 같은 언어로 말하고 대화한다.

● 읽는 법에서 쓰는 법으로

신경세포는 초파리와 인간을 뛰어 넘어 같은 언어로 말하고 대화한다. 김우재 제공, AI 생성 이미지

한 세기 동안 신경과학자는 주로 듣는 사람이었다. 스파이크를 기록하고, 세고, 행동과 짝지었다. 그런데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어떤 신경이 행동할 때 빨리 발화한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발화가 행동을 일으킨다고 말할 수 없다. 들은 말을 똑같이 다시 말해 봐야 그 말의 뜻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도구는 뜻밖의 곳에서 왔다. 클라미도모나스라는 단세포 녹조류는 빛을 향해 헤엄친다. 페터 헤게만과 게오르크 나겔은 이 조류에서 빛을 받으면 열리는 이온 통로, 채널로돕신을 찾아냈다.

 

칼 다이서로스의 연구진은 2005년 이 단백질을 배양한 포유류 신경세포에 넣고, 푸른 빛으로 밀리초 단위의 스파이크를 일으켰다. 2007년에는 살아 있는 생쥐의 뇌에서도 같은 일을 해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이 세 사람에게 돌아갔다.

연못의 조류가 신경과학의 질문을 바꾼 셈이다. 조류를 연구한 사람들은 뇌를 열려고 그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 나는 낭만의 생물학이 바로 이런 우회로에 있다고 생각한다.

 

초파리도 이 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채널로돕신 이전에도 게로 미제본크의 연구진은 빛에 반응하는 유전자 장치를 초파리의 신경에 넣어, 빛으로 파리의 행동을 바꾸는 실험을 보고했다.

 

오늘날 초파리 연구실에서는 특정 신경세포에만 광유전학 도구를 넣고 빛을 비추어 행동이 바뀌는지 보는 것이 일상적인 실험이 됐다. 파리의 유전학 도구가 ‘어느 신경에’를 답하고, 빛이 ‘언제’를 답한다.

그런데 쓰는 법은 읽는 법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빛을 몇 헤르츠로 깜빡일지 정하는 일은 결국 그 신경이 평소 얼마나 자주 발화하는지를 아는 데서 시작한다. 광유전학의 펄스 하나하나는 에이드리언이 보았던 총알을 흉내 내는 일이다. 100년 전의 문법이 없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써야 할지도 몰랐을 것이다.

● 기념되지 않는 부호

이번 기념 글을 쓴 신경과학자 마테오 카란디니는 하나의 아쉬움을 남긴다. 생물학자들은 유전 부호를 기념하는데, 신경과학자들은 신경 부호를 원래 알던 것처럼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는 두 부호가 케임브리지에서 겨우 3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고 덧붙인다.

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생각한다. 유전 부호는 표로 정리된다. 세 글자가 하나의 아미노산이 되는 사전이 있다. 신경 부호는 그런 사전이 없다. 같은 총알의 리듬이 망막에서는 빛을, 해마에서는 장소를, 초파리의 감각모에서는 냄새를 말한다. 문법은 하나인데 뜻은 자리마다 다르다. 그래서 발견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기념일을 갖지 못했다. 아마 그래서 신경과학엔 왓슨과 크릭의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과 같은 기념비적 사건이 없는지도 모른다.

두 노벨상 사이에는 두 시대의 생물학이 있다. 하나는 진공관과 근육 한 조각으로 자연의 말을 엿들었고, 다른 하나는 연못의 조류에서 빌려온 단백질로 그 말을 대신 한다. 두 경우 모두, 발견은 뇌를 향한 직선 위가 아니라 방송 기술과 녹조류 같은 곳에서 왔다. 그 우회로를 걸을 시간과 돈을 허락하는 일, 그것이 기초연구의 낭만을 지키는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100년 뒤의 신경과학자는 어떤 총알을 들을까. 아마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무언가가 그때에야 기념될 것이다. 오늘은 그저, 같은 크기의 탁 소리를 처음 들었던 1925년의 두 사람을 떠올린다.

김우재 하얼빈 공대 생명과학센터 교수

※필자소개
김우재
. 초파리 유전학자. 하얼빈공업대학 생명과학센터(HCLS) 교수. 바이러스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나, 마음속 깊은 곳에 품어온 동물행동학의 꿈을 초파리 행동유전학 연구로 꽃피우고 있다. 초파리의 교미 시간을 통해 생명체의 시간 인지 메커니즘을 추적해왔으며, 이제 그 시선을 실험실 너머 생태계로 확장 중이다. 초파리 유전학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기후 위기 시대의 꽃가루 매개자인 꿀벌을 살리고, 나아가 곤충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작은 초파리들로 언젠가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낭만적이고도 야무진 꿈을 꾸며 산다. 저서로 《보통 과학자》, 《플라이룸》 등이 있다.

 

[김우재 하얼빈공대 생명과학센터 교수 heterosis.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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