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사회복지사가 만든 울산 다문화 리틀 야구단 12년 [차형석의 별별인물 탐구생활]

울산·차형석 기자 2026. 10. 15.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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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 울산의 다문화 리틀 야구단 이름이다.

오주원 울산중부경찰서 외사팀장(경감)과 이상민 울산남구종합사회복지관 부장이 스윙스 창단의 주역이다. 경찰과 사회복지사가 다문화 리틀 야구단을 만들었다니, 조금은 뜻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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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다문화 리틀 야구단 ‘스윙스’가 창단 12주년을 맞았다. 경찰 외사팀장과 사회복지사가 의기투합해 만든 팀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 20명이 매주 일요일 운동장에 모인다.

스윙스. 울산의 다문화 리틀 야구단 이름이다. 중국·베트남·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키르기스스탄·파키스탄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 20명이 단원으로 활동한다. 2014년 9월 말에 창단했다. 올해가 창단 12주년이다. 최근 스윙스의 여정을 담은 〈스윙스엔 뭔가가 있다〉가 출간되었다.

오주원 울산중부경찰서 외사팀장(경감)과 이상민 울산남구종합사회복지관 부장이 스윙스 창단의 주역이다. 외사팀장으로서 국내 체류 외국인 관련 사건 등을 담당하는 오주원 경감은 스윙스 감독을 맡고 있다. 경찰과 사회복지사가 다문화 리틀 야구단을 만들었다니, 조금은 뜻밖이다. 두 사람을 만나 사연을 들어보았다(기사에서 직함·기관명 등은 현재를 기준으로 표기했다).

오주원 울산중부경찰서 외사팀장(왼쪽)과 이상민 울산남구종합사회복지관 부장(오른쪽). ⓒ시사IN 박미소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사 업무를 담당한 오주원 경감이 ‘외국인 한글교실’을 운영하는 복지관을 찾으면서부터다. 그때 그를 맞이한 사람이 이상민 부장이다.

오주원 경감의 경찰 입직 과정은 독특하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그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수출부에서 일했다. 2001년 무역회사를 창업하려다 무산되었을 무렵, 경찰로 일하던 대학 동기가 외사경찰 특채 공고가 나왔다고 알려주었다. 우연한 기회였다. 전국에서 아랍어 전공자 두 명을 선발했는데, 덜컥 합격했다. 제주에서 3년 일하고, 2004년 울산으로 발령 났다.

경찰 외사계는 국내 체류 외국인 범죄 수사, 불법체류자 단속, 다문화 지역 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다. 오 경감이 입직할 시기만 해도 외국인 범죄 수사와 불법체류자 단속 업무가 많았다. 그때는 “외국인을 만나면 ‘합법인가, 불법인가’밖에 안 보이던 시절이었다.” 업무상 외국인들이 어디에 많이 모이는지 알아야 했다. ‘복지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울산남구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했다.

복지관에서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한글교실을 주도한 이가 이상민 부장이었다. 그가 복지관으로 온 2005년은 전체 혼인 건수 중 13.6%에 이를 정도로 국제결혼이 급증한 시기였다. 이주 배경 가정을 위한 복지사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 끝에 국제결혼 이주여성 대상 사업을 맡게 되었다. 한글교실·요리교실을 열고, 은행에서 통장 만들거나 관공서를 이용하는 법 등을 가르치는 일상생활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주민들이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경찰이 복지관으로 찾아오니, 처음에는 묻는 말에만 소극적으로 답했다. 반가울 리 없었다.

자주 만나며 대화가 많아졌다. 오주원 경감은 대학 시절 아랍어를 배우기 위해 이집트에서 1년간 연수를 한 적이 있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현지에서 어려울 때 누군가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때마침 2010년경부터 외사 업무 정책의 기조가 바뀌었다. 단속보다는 정착을 지원하고 외국인 범죄를 예방하는 활동을 늘리는 쪽으로. 오주원 경감의 적성에도 그게 맞았다. 이상민 부장도 오 경감의 도움이 필요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사기·임금 체불 등 법적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오 경감에게 자문했고, 그러면서 관계가 친밀해졌다.”

운전면허 학원에서 나온 리틀 야구단 구상

오 경감이 나서서 복지관이 울산의 ‘제1호 외국인 도움센터’로 선정되는 데 힘썼다. 2011년에는 경찰서와 복지관이 ‘외국인을 위한 운전면허 교실’을 함께 운영했다. 두 사람은 운전면허 학원에서 수업마다 만나 출석 체크를 하고, 모니터링했다. 어느 날, 운전면허 학원 1층에서 커피를 마셨다. ‘아무 연고도 없는 도시 울산에서,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려면 얼마나 힘들겠냐. 아이들이 따돌림당하고 중도 탈락해 학교 밖 청소년이 되면 사회적 문제가 될 텐데 걱정이다.’ 그때 오주원 경감이 제안했다. 이주 배경 가정 아이들이 모여서 스포츠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리틀 야구단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복지관에서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을 위한 유소년 축구단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상민 부장도 흔쾌히 동의했다.

오주원 경감이 야구단을 제안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울산의 경찰 야구 동호회 ‘남부캅스’에서 감독 겸 선수로 활동 중이다. 사회인 야구를 하면서 울산의 야구 정보·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사촌 동생(오창식씨)이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함께할 수 있을 듯했다.

‘운전면허장 결의’ 이후 이상민 부장이 밑작업에 나섰다. 먼저 울산 지역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숫자를 파악했다. 당시만 해도 ‘미취학 아동’이 훨씬 많았다. 야구단을 만들려면 장비 마련 등 돈이 들어가 후원처가 필요했는데, 그때만 해도 마땅하지 않았다. 준비는 하되 2~3년 기다려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인기 종목이지만 야구는 동남아 등 이주 배경 부모들에게는 생소한 스포츠였다. 부모들이 야구를 알아야,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보낼 것 아닌가. 이상민 부장은 다른 프로그램을 위해 복지관을 찾은 부모들에게 ‘야구 동영상’을 보여주며 야구 홍보를 했다. 또 어느 집에 어느 연령대의 아이가 있는지도 파악해두었다.

오주원 감독이 스윙스 선수들에게 야구 동작을 가르치고 있다. ⓒ울산 SWINGS 야구단 제공.

2014년 7월, 드디어 후원사가 생겼다. 이상민 부장의 다문화 리틀 야구단 창단 후원 제안을 롯데정밀화학이 수락했다. 야구단을 창단하는 데 든 비용은 대략 870만원. 두 사람이 동문회 등 이곳저곳을 발로 뛰어다니며 홍보했고, 모자란 돈을 채웠다. 오주원 경감의 사촌 동생이 자원봉사로 초대 감독을 맡았다. 투수 없이 공을 치는 ‘티볼’부터 시작해 일요일마다 2시간씩 훈련을 했다(초대 감독이 이직하면서 감독직을 맡기 어려워 2016년부터 오주원 경감이 2대 감독을 맡았다).

오주원 경감이 야구 지도를, 이상민 부장이 구단 사무국 역할을 맡았다. 가장 어려웠던 게 운동장 확보다. 울산 시내 학교 등에 연락해 운동장을 잡았다. 11곳에서 ‘메뚜기 훈련’을 했다. 학교 사정으로 운동장을 쓰기 어려우면 경찰서 강당에서 연습하기도 했다. “그때는 금요일 오후에 학교 번호가 뜨면 가슴이 철렁했다. 급히 다른 학교에 전화하고 바빴다. 애들이 기다리는데, 경기장이 없으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다.”(이상민 부장). 2019년부터 대현초등학교 운동장을 고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상민 부장은 일요일마다 운동장으로 출근했다. 야구 장비를 다 모으면 80㎏에 이른다. 복지관에 있는 장비를 운동장에 가져다주고, 훈련이 끝나면 다시 복지관으로 가져와 뒷정리를 했다. 부장으로 승진하고 더 이상 사업 담당을 맡기 어려워져 올해 복지관 후배에게 스윙스 업무를 넘기기 전까지 11년 동안 그렇게 일요일을 보냈다.

스윙스는 엘리트 선수 육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심한 부상이라도 당하면 현실적으로 야구단을 운영하기 어렵다. 그래서 안전공을 사용한다. 투수도 직구만 던지도록 한다. 변화구를 던지려다가 팔·어깨 부상을 당할까 봐서다.

자유로운 분위기이지만 훈련장에서 국적 또는 외모로 놀리거나 조롱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했다. 운동장에서 단 한 명의 아이도 차별받거나 소외되어선 안 된다. 20명 정원을 두었는데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단원이 너무 많아지면 아이들을 지도하기 어렵다. 또 A팀, B팀으로 나눠 자체 경기를 할 때, 벤치만 지키는 아이가 생길 수 있다(오주원 감독).” 여학생도 참여 가능하다. 현재 선발투수로 주로 나서는 다은이도 여학생이다.

오주원 경감(왼쪽)과 이상민 부장(오른쪽)은 10년 넘게 ‘스윙스의 일요일’을 함께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학생 코치’ 제도 만든 이유

스윙스 단원은 중학교 1학년(만 12세)까지 선수로 활동한다. 중2로 올라가는 아이들이 야구단을 떠나는 걸 아쉬워했다. 그래서 만든 게 ‘학생 코치’ 제도다. ‘스윙스 졸업생’ 중에 희망자를 학생 코치로 선발했다. 올해는 학생 코치를 하겠다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 중2까지 선수로 활동할 수 있게 했다.

창단하고 2015년까지는 추석, 설날, 크리스마스와 겹치지 않으면 일요일마다 야구 훈련을 했다. 방학 때 결혼이주여성들이 아이들과 친정(본국)에 가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고 여름·겨울 방학 기간을 두기 시작했다. 오주원 감독은 일요일 훈련을 제일 앞에 두고서 근무·당직일을 조정했다. 이상민 부장은 “감독님이 나오니까, 저도(웃음)”라고 말했다.

왜 이렇게까지 열심이었을까. 오주원 감독은 “아이들과 같이 운동장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다문화 리틀 야구단을 한다고 여기저기 소문내고 이렇게 만들어놓은 우리가 그만두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이상민 부장은 “정말 애정이 많이 들어간, 자식 같은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오주원 감독은 아이들에게 스윙스가 ‘어릴 적 골목길 같은 추억’이 되길 바란다. “어릴 때는 빗자루나 몽둥이 들고 동네 골목에서 야구를 했다. 때 되면 밥 먹으러 가고, 또 모여서 같이 놀고. 그렇게 골목길에서 놀던 아이들과 돈독하잖나. 스윙스가 평생 안 잊히는 그런 추억을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싶다.” 그가 앞으로 하고 싶은 건 울산 지역 취미반 리틀 야구리그를 만드는 것이다. “스윙스와 그 아이들이 리그를 하면 더 행복할 것 같다. 야구를 통해 교류하며 다문화에 대한 인식도 개선됐으면 좋겠다.”

서진영 작가가 쓴 <스윙스엔 뭔가가 있다>. ⓒ시사IN 박미소

스윙스 단원과 학생 코치, 학부모 등 40여 명을 인터뷰하고 〈스윙스엔 뭔가가 있다〉를 쓴 서진영 작가는 책에 이렇게 썼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누군가가 스윙스의 10년을 따라가다 자기 주변을 한 번쯤 돌아보게 되기를 바란다. 내 곁에는 어떤 이들이 있는지, 내가 가진 작은 경험이나 좋아하는 마음이 누군가에게 어떤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지. 야구의 자리에 음악이, 책이 또는 밥 한 끼가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울산·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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