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꼬리표는 영원한가···‘스타 경제학자’로 살던 황치판, 느닷없는 반부패 조사[시스루피플]

박은하 기자 2026. 10.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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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기율위, 13일 반부패 수사 발표
충칭시장 퇴직 10년만…해석 분분
황치판 전 충칭시장이 싱크탱크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회장이던 2019년 11월 21일 베이징 신경제포럼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황치판 전 충칭시장(74)의 별명은 ‘부도옹(넘어지지 않는 어르신)’이다.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 서기의 최측근이었던 그는 상관들이 부패 혐의로 숙청당하는 동안 시장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 공직 은퇴 후에는 ‘스타 경제학자’로 활동했다. 하지만 반부패 수사의 칼날이 시장 퇴직 10년 만에 찾아와 ‘넘어지지 않았다’는 신화에 마침표를 찍었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13일 “충칭시 공산당 부서기 및 충칭시 시장을 역임했던 황치판이 중대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기율검사위는 관례대로 황 전 시장의 혐의에 대해서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황 전 시장의 충칭 시절 경력을 언급해 이 시절의 활동과 조사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 실각 이후 쑥대밭이 된 충칭 정계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상하이의 공장 노동자 출신인 황 전 시장은 2010~2016년 충칭시장을 지냈다. 그가 보시라이와 호흡을 맞추며 충칭을 이끌던 시절, 충칭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충칭시는 국유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금융 등에 투자하는 한편 토지가격을 통제해 농민공을 위한 저렴한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호구 제도를 개선해 성장과 양극화 해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충칭 모델’로 주목받았다.

상관인 보시라이와 후임 충칭시 당 서기 쑨정차이가 각각 2012년과 2017년 재임 중에 부패 혐의로 실각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황 전 시장과 함께 일했던 충칭 경찰청장 3명도 반부패 숙청에 연루됐다. 하지만 황 전 시장은 재선까지 하며 임기를 마쳤다. 이후 전국인민대표대회 재정경제위원회 부주임으로 임명돼 2018년 3월까지 활동했다. 뛰어난 경제 성과를 낸 지방정부 지도자 치고는 한직을 맡아서 ‘보시라이 최측근’이었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황 전 시장은 공직 은퇴 후 스타 경제학자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중국의 경제와 산업 발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강연과 저술, 온라인 논평과 언론 인터뷰도 활발히 했다. 연합조보에 따르면 훙야오난 대만 담강대 양안관계연구센터 소장은 “황치판은 중앙정부 정책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고, 체제 내에서 정책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황 전 시장은 이달 중순 닝보은행 항저우 지점에서 열리는 ‘신생산성으로 항저우 기업 고품질 발전 도모 포럼’에서도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었는데, 이 행사는 갑자기 취소됐다.

시장 퇴직 10년 만에 반부패 사정 대상이 된 이유를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내년 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경고 과정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우선 나온다. 훙 소장은 황 전 시장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와 관련한 조사를 받는 것이라고 추측했으며 “지나간 일도 언제든 다시 정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연합조보가 전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2022년 이후 황 전 시장을 포함해 총 8명의 충칭 출신 관료들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의 행동으로 당국의 눈 밖에 났다는 해석도 있다. 황 전 시장은 유력 싱크탱크인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의 전 부회장이기도 하다. 이 싱크탱크에는 다수의 은퇴한 중국 공산당 고위 관리들이 소속돼 있다. 올해 초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이 싱크탱크가 수년간 지방 정부의 의뢰를 받아 용역연구와 컨설팅을 수행하며 상당한 자금을 벌어들였고, 중앙정부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고위 관료들의 반부패 수사와 판결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우한시장이던 저우셴왕이 징역 14년형을 선고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국경절 연휴가 끝난 8일 이후 닷새 동안 중앙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 총 3명의 유죄 소식이 전해졌다. 이달 종엄치당(엄격한 당 관리)을 주제로 열리는 5중전회(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분위기가 마련되는 형국이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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