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계 기후재난 피해 눈덩이인데…“‘선진국’ 한국, 기후재원 공여는 여전히 ‘개도국’ 논리”

오경민 기자 2026. 10.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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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남수마트라주의 숭가이 람부탄 마을에서 지역 재난관리국 소속 소방관이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네팔과 중국 국경 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최소 1455명이 숨지고 5285명이 실종됐다. 재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27억달러(약 3조6206억원), 재건·복구에 필요한 비용은 47억7500만달러(약 6조4039억원)로 평가됐다. 재건 비용만 네팔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분의 1을 넘는 규모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피해가 커지면서 개발도상국이 기후재난에 대비하고 피해를 복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제 기후재원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적응기금’(AF),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FRLD) 등 주요 국제 기금에 대한 한국의 출연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에도 기후재원 공여에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재정경제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주요 6대 기후기금 가운데 4곳에 출연한 적이 있다.

가장 많은 금액을 출연한 곳은 ‘녹색기후기금’(GCF)이다. 한국은 2014년 1억달러, 2019년 2억달러, 2023년 3억달러 등 총 6억달러(약 8040억원)를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이 가운데 2024~2027년 2차 재원보충에 해당하는 3억달러는 납입을 진행하고 있다. ‘지구환경기금’(GEF)에는 1995년부터 올해까지 총 5132만달러(약 688억원)를 출연했다.

반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적응기금에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총 36억원을 출연하는 데 그쳤다. 약속한 금액은 지난해 모두 납입했으며, 추가 출연은 아직 없다. 적응기금은 개발도상국이 홍수와 가뭄, 폭염 등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비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금이다. 홍수에 대비한 방재시설 구축이나 가뭄에 대응하는 농업 시스템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에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총 700만달러(약 94억원)를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지난 9월 기준 실제 납입액은 215만달러다. 정부는 올해 안에 242만5000달러, 내년에 나머지 242만5000달러를 납입할 예정이다. 2023년 설립된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은 기후변화로 이미 발생한 피해의 복구와 재건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이다. 네팔 정부도 대홍수 이후 이 기금에 지원을 요청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최빈개도국기금’(LDCF)과 ‘특별기후변화기금’(SCCF)에는 지금까지 한국이 출연한 이력이 없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2024년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녹색기후기금과 지구환경기금, 적응기금 등 주요 기후기금의 연간 자금 지출 규모를 2022년 대비 2030년까지 최소 3배로 늘리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COP30에서도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최소 3배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향후 한국이 기후기금에 출연을 확대할지는 미지수다. 재경부는 녹색기후기금의 차기 재원보충 출연 규모와 적응기금,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의 추가 출연 여부를 2027년에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후부는 “지구환경기금에 대한 출연 확대 계획은 없다”고 했다.

최창민 플랜1.5 활동가는 “정부는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 채택된 분류체계상 유럽 등 선진국과 같은 공여국이 아니라는 인식 아래 기후 관련 기금 공여를 진행 중”이라며 “한국은 실질적인 배출량과 경제 역량으로 봤을 때 명실상부한 선진국이지만 그에 걸맞은 기여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책임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정작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위기 대응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6대 기후기금에 대한 실질적인 공여 확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팔 누와코트 지구 트리슐리강에서 갑작스러운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후, 지난달 22일 진흙더미에 뒤덮여 무너진 주택들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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