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에 '아닙니다'하기 어려워"… 장관들, '국무회의 생중계 축소'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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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 장관 10여 명이 "국무회의의 생중계 범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해 줄 것을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건의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명분으로 국무회의가 생중계되면서 대통령과 국무위원 간 치열한 토론이 어려워졌고, 최근 농지 전수조사 논란 등 정책 혼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정부 내 문제의식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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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중계 도중 대통령에 반박 어려워"
"설익은 정책 이어질 때도"
한 총리에 "이 대통령에 건의 전달해 달라"
"대통령 SNS 메시지 너무 많다" 목소리도

정부부처 장관 10여 명이 "국무회의의 생중계 범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해 줄 것을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건의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명분으로 국무회의가 생중계되면서 대통령과 국무위원 간 치열한 토론이 어려워졌고, 최근 농지 전수조사 논란 등 정책 혼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정부 내 문제의식을 밝힌 것이다. 심야와 새벽을 가리지 않는 이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도 절제되기 바란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10여명, 총리 공관서 국무회의 부작용 논의
이달 2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총리 주재 장관 초청 만찬에서 장관들 사이에서 이러한 의견이 개진됐다. 만찬에는 19명 장관 가운데 국방·통일·보건복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을 제외한 10여 명이 참석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생중계 국무회의 부작용 사례가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한 참석자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에 대한 공론화 조사결과(현행 14세→13세)와 관련, 이 대통령이 생중계 중 "너무 미약하지 않느냐"고 지적해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반박할 새도 없이 공론화 결과가 무력화된 것을 예로 들었다. 정부 안팎에선 이 대통령이 2월 국무회의에서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됐다"고 지적한 뒤 시작된 농지 전수조사 방침이 농민 반발로 후퇴한 사례, 7월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으로 쟁의행위 대상이 너무 넓어졌다며 시행령을 통한 기준 마련을 지시했으나 '법 위의 시행령' 논란으로 '시행지침' 개정에 그친 사례 등이 생중계 회의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이날 만찬에서도 이 중 일부가 거론됐다고 한다.

"생중계 중 대통령에 반박 어려워 설익은 정책 이어질 때도"
한 참석자는 "생중계 중 '그게 아닙니다'라고 반박하면 대통령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느냐. 이를 우려해 할 말이 있어도 생중계 중에는 참고 넘어가는 장관들이 많다"며 "그 결과 설익은 정책이 추진되는 경우가 있다는 우려에 다수 장관들이 공감했다"고 했다. 반론을 제기한 장관은 없었다고 한다. 국무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면 오히려 대통령과 장관들 사이에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국무회의 비공개 토론을 거쳐 완성도가 높아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총리에 "이 대통령에 건의 전달해 달라"
이 자리에선 대통령 모두발언과 필요한 토론 일부만 생중계로 진행한 뒤 비공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이 참석자는 "한 총리에게 '국무위원들이 이렇게 의견을 모았으니 이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해주면 좋겠다'고 했고 한 총리도 공감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한 총리는 '이 같은 건의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느냐'는 본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앞서 총리실 내부에서도 생중계 범위를 줄이자는 대안이 제시된 것으로 안다"며 "한 총리도 건의를 묵살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가장 최근에 열린 13일 국무회의의 경우 생중계 시간이 1시간 30분에 달해 이전과 큰 변화가 없었다.
한편 이 대통령의 SNS 활용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SNS 메시지가 많아질 수록 책 잡힐 거리도 많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무위원들이 카메라를 의식해 내실 있는 정책보다는 트집을 잡히지 않는 보고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안에 투명성을 높여야지, 모든 정책 토론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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