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베를린서 ‘민간 주택 몰수’ 극좌정당 승리… 주택 민심이 유럽 정치도 흔들어

박강현 기자 2026. 10. 1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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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선 세입자 보호 법안이
야권 반대로 부결되자 조기총선
지난 10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푸에르타 델 솔 광장이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농성 천막으로 가득 차 있다. 스페인에서는 강제 퇴거를 당한 87세 여성 마리카르멘 아바스칼이 이달 초 숨진 것을 계기로 주택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치솟는 월세는 유럽에서 선거 승패와 정권의 운명까지 좌우하는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독일 수도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는 극좌 성향 좌파당이 약 26%를 득표해 집권 기민당을 제치고 사상 처음 제1당에 올랐다. 좌파당은 부동산 대기업이 보유한 주택 약 22만 채를 보상을 거쳐 공공 소유로 전환하고, 공공주택 임대료를 1년간 동결한 뒤 인상률을 연 1%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2021년 주민투표에서 유권자 58%의 찬성을 얻고도 흐지부지됐던 ‘주택 사회화’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베를린은 전체 가구의 80%가량이 임차 가구일 정도로 세입자 비율이 높다. 베를린투자은행에 따르면 임대료는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9년간 75% 넘게 뛰었다. 기업 소유 주택을 사실상 몰수하는 공약으로 승리를 이끈 좌파당 베를린 시장 후보 엘리프 에랄프는 ‘베를린의 맘다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 시장처럼 급진적인 주거 공약을 내세운다는 의미다.

스페인에서는 급등한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87세 여성이 평생 거주하던 집에서 퇴거당한 뒤 이달 초 사망했다. 이후 수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에서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주택을 소유한 부동산 회사는 인상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월세 계약을 새로 맺기로 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좌파 연립정부도 급히 세입자 보호 법안을 마련했지만 야권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자 산체스는 내년 여름으로 예정됐던 총선을 앞당겨 다음 달 실시하기로 했다.

법안 무산에 따른 분노가 중도 및 좌파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는 우파가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돼 산체스 행정부의 재집권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역내 주택 가격은 60% 이상, 임대료는 20% 넘게 상승했다. 이에 EU는 지난해 12월 주택 건설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 등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주택 대책을 사상 처음으로 발표했다. 연간 약 200만 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주택 정책은 회원국 고유 권한이라는 점에서 EU의 개입은 월권이라는 논란도 제기된다. 반면 주거난이 장기적으로 청년층의 자립과 결혼, 출산까지 가로막으며 유럽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만큼 EU 차원의 대응이 불가피해졌다는 반론도 나온다. 단 예르겐센 EU 주택 담당 집행위원은 “주택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기본적 권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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