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일자리 20만개 늘 때, 20대는 5만개 줄었다

3년 전 서울의 한 명문대를 졸업한 A(27)씨는 그동안 두 차례 기업 인턴을 거치고 프리랜서로도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채용 사이트를 보면 나 같은 ‘신입’ 자리는 거의 없고 경력직 공고가 대부분”이라며 “이제는 인턴 자리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국내 고용 상황이 좋아지고 있지만, 정작 20대 청년 일자리는 줄어드는 연령별 ‘고용 격차’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정보통신업처럼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경력을 쌓기 좋은 업종 내 청년 일자리가 줄면서 “청년 일자리의 양과 질이 함께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159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만8000명(1.8%) 증가했다. 고용보험이 사업장에 채용된 근로자가 가입하는 제도인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취업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특히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는 올해 들어 9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20만명 넘게 늘고 있다.
하지만 증가분은 대부분 고령층에 집중됐다. 지난달 전체 증가분의 약 72%(20만7000명)가 60세 이상 가입자였다. 또 다른 연령대인 30대(8만8000명 증가), 40대(6000명 증가), 50대(4만1000명 증가)도 늘었지만, 유일하게 29세 이하만 5만5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9월 이후 49개월 연속 감소였다.

20대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는 청년 인구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청년 채용이 위축된 영향이 더 크다는 게 노동부의 분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월별 변동은 있지만, 인구 감소 영향이 40%, 고용 상황 악화에 따른 영향이 60% 정도”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청년층 일자리 감소가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정보통신업 같은 업종에서 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는 제조업에서 2만1000명, 정보통신업에서 1만5000명 줄었다. 두 업종의 감소 폭만 청년층 전체 순감 규모의 약 66%다. 여기에 전문과학기술업(8000명 감소)까지 합하면 약 80%에 달한다.
장기 추세도 비슷하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3개 업종의 20대 고용보험 신규 가입자는 2021년 204만4000명에서 지난해 167만9000명으로 17.9% 줄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임금 일자리 비율이 높은 숙박·음식점업은 63만3000명에서 77만7000명으로 22.7% 늘었다. 올해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청년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첫 직장의 월급이 200만원 미만이었던 청년이 절반에 가까운 49.1%였다.
노동부는 신입 공개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최근 기업들의 움직임이 청년 고용 한파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신입·저연차 직원이 맡던 업무 등이 줄어들었다. 고용에 들어가는 비용과 기업 부담이 커진 것도 기업들의 청년 채용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인 이상 기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노동 비용(임금·퇴직급여·사회보험료 등)은 668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5% 늘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웃돌았다.
또 올해 ‘정년 연장’ 입법이 추진되는 데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사 교섭 비용과 불확실성까지 커져 채용을 늘리기 어렵다는 게 경영계 분위기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업훈련 지원뿐 아니라 인력이 필요한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 실제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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