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듯 쏟아진 ‘3톤의 악취’…은행나무 150그루 턴 ‘지옥의 5시간’

광주일보 2026. 10. 1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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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9시 30분 찾은 전남광주시 남구 노대동 은행나무 주변엔 악취가 진동했다. 이날 수거 작업에 함께한 10명의 남구청 은행나무수거팀은 '악취와의 전쟁' 을 치러야 했다.

광주일보는 이날 5시간여 동안 은행나무 열매 제거·수거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수거팀은 이날 안전모와 형광조끼, 장갑을 착용하고, 빗자루와 삽을 들고 전남광주시 남구 노대동부터 진월동, 효천동을 거쳐 백운동 백운광장까지 은행나무 150여그루의 은행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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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은행열매 수거 동행 취재
진동수확기·빗자루·삽 들고 사투
하루 2~3만 보 걷고 통증 참아가며
도심 쾌적함 지키는 ‘값진 땀방울’
정승우(왼쪽) 기자가 14일 전남광주시 남구 노대동 한 도로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를 쓸고 있다. <남구청 제공>
14일 오전 9시 30분 찾은 전남광주시 남구 노대동 은행나무 주변엔 악취가 진동했다. 이날 수거 작업에 함께한 10명의 남구청 은행나무수거팀은 ‘악취와의 전쟁’ 을 치러야 했다.

광주일보는 이날 5시간여 동안 은행나무 열매 제거·수거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남구에 심어진 은행나무는 모두 5541개로, 이 중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는 1783그루다.

광주지역에 식재된 은행나무는 모두 4만4314그루로, 암나무는 ▲동구 858그루 ▲서구 2183그루 ▲남구 1783그루 ▲북구 3432그루 ▲광산구 2471그루 등 1만 727그루에 이른다. 매년 어림잡아 214t의 은행열매가 열리면서 서구는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수거팀은 이날 안전모와 형광조끼, 장갑을 착용하고, 빗자루와 삽을 들고 전남광주시 남구 노대동부터 진월동, 효천동을 거쳐 백운동 백운광장까지 은행나무 150여그루의 은행을 털어냈다. 남구는 지난 6일부터 암나무 열매 제거 작업을 시작, 이날이 마지막 ‘열매 털이’였다.

작업을 시작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고, 등은 금세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끝도 없이 열려 있는 은행 열매들과 지독한 악취였다.

굴삭기 작업자가 ‘진동수확기’를 이용해 은행나무에 10여초간 진동을 주자, 한 나무에서만 어림잡아 수백~수천개의 은행열매가 차도와 보행로로 비 오듯 쏟아졌다. 작업자 허동환(57)씨는 “하루에 5000~6000번씩 삽질하고 2~3만보는 우습게 걷는다”고 말했다.

진동 작업 이후에는 곧장 너저분한게 흩날려진 열매에 달려들어 빗자루로 은행열매를 한 곳으로 쓸어담았다. 말라비틀어지거나 짓이겨진 열매에서는 지독하고 고약한 악취가 진동했고, 바지와 신발 밑창은 어느새 과육이 덕지덕지 붙어 불쾌한 냄새가 풍겼다. 한 나무의 열매를 쓸어담는 데는 5~10분이 걸렸지만, 빗자루질을 한 번 할 때마다 풍기는 악취를 견디려다 보니 한 나무당 수십분씩 지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무 인근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대져 있는 경우 작업은 훨씬 힘들어졌다. 차주에게 연락해도 전화를 받지 않거나 차량을 이동시키지 않는 경우, 차량에 보호용 천을 덮어 가며 작업을 해야 했다.

초록색 삽을 든 다른 작업자들은 노란 마대자루에 열매를 담아 화물차에 실었다. 텅 비어있던 1t 트럭 화물칸은 열매가 담긴 마대자루로 가득 쌓이기 시작했다. 150개 나무에서 은행열매를 털고 보니, 쌓인 마대자루만 100개가 넘었다. 3t 분량이다. 한 나무당 20㎏ 안팎의 열매가 쏟아진 셈이다.

작업자들은 수거한 열매를 화물차에 실어 효천지구 매립장으로 옮긴 뒤에야 한숨을 돌렸다. 수거량이 많은 날에는 하루 최대 3차례 매립장을 오가기도 한다고 했다. 수거한 열매는 당일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보니 한 번 작업할 때마다 진땀을 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통증이 심해 주사까지 맞는 작업자도 있다고 한다.

작업반장 하금안(여·70)씨는 “하루 종일 허리를 굽힌 채 일하다 보면 온몸이 쑤시지만, 악취를 풍기고 미끄럽던 길이 말끔해진 모습을 보면 피로가 풀린다”고 말했다.

/정승우 기자 jsw@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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