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만들듯 드론도 찍어낸다…물량 급한 美 방산업체들, 대만 러시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6. 10. 1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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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산 스타트업들이 중국산 부품을 배제한 드론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대만으로 몰려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미국과 대만 기업이 맺은 드론 협력 계약은 최소 13건에 달한다.

미국 기업이 대만에 생산 거점과 공급망을 깔수록 미국 정부도 대만 안보에서 발을 빼기 어려워진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엔비디아가 칩을 디자인하면 TSMC가 만들어주듯이 미국 기업이 드론을 설계하고 대만 기업이 생산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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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는 美서, 생산은 대만서
1년새 드론 협력계약만 13건
대만 자체 제조 능력 키우고
美, 중국산 배제 공급망 확보
서로 요구 맞아떨어져 ‘윈윈’
미국의 방산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방산 스타트업들이 중국산 부품을 배제한 드론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대만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의 무인기 소프트웨어(SW) 기술과 대만의 제조 역량을 결합해 미군과 대만군 양쪽에 납품할 수 있는 이른바 ‘비(非)적색’ 공급망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미국과 대만 기업이 맺은 드론 협력 계약은 최소 13건에 달한다. 참여 기업은 소규모 방산 스타트업부터 안두릴인더스트리까지 다양하다.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와 대만군에 모두 무기를 공급하는 안두릴의 경우 대만 정부와 맺은 드론 계약 규모만 10억달러를 넘어섰다.

먼저 불을 지핀 것은 대만 정부였다. 대만은 지난 8월 향후 6년간 드론 구매에 70억달러(약 10조원) 이상을 쓰기로 했다. 대만 당국은 자체 드론 산업을 키우는 것이 중국의 무력 침공을 억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 변수가 겹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0억달러 규모 대만 무기 판매 승인을 미루면서 미국산 무기를 사오는 것만으로는 안보를 지킬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미국 기업과 함께 대만에서 직접 만드는 방식이다. 대만은 자체 생산능력을 키우고 미국은 중국 밖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구조다. 정부 간 무기 판매가 멈춘 자리를 기업 간 협력이 메우는 셈이다. 미국 기업이 대만에 생산 거점과 공급망을 깔수록 미국 정부도 대만 안보에서 발을 빼기 어려워진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최대 조선사 CSBC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목표물에 도달하면 자폭하는 무인 공격정 1320척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후 대만 해군은 6년간 9억3000만달러 예산을 요청했다. 이 무렵부터 CSBC에는 드론 기술은 있지만 조선 노하우가 부족한 해외 스타트업들의 협력 제안이 쏟아졌다. 천정훙 CSBC 회장은 WSJ에 “미국 기업들이 전부 우리에게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천 회장은 대만이 조선 등 제조 기반은 탄탄하지만 육해공 무인체계를 대규모로 원격 통제하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CSBC 경영진은 반년 넘게 미국과 유럽 기업 10여 곳을 검증했다. 직접 미국을 돌며 해상 시연을 확인하고 경영진을 만난 끝에 해군 무인정 사업 수주전에 함께 나설 파트너로 ‘해벅AI’를 택했다. 미국 해군 비행장교 출신 폴 르윈이 2024년 창업한 해벅AI는 자율운항 선박 함대를 운용하는 SW를 만든다. 르윈 대표는 “대만이 이런 자율 보트를 수천 척 만들도록 도울 수 있다면 대만을 지키고 전쟁 발발 자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협업은 대만 경제 성장의 엔진인 TSMC의 ‘설계는 고객이, 생산은 우리가’ 모델을 본뜬 것이다. 애플·엔비디아가 칩을 디자인하면 TSMC가 만들어주듯이 미국 기업이 드론을 설계하고 대만 기업이 생산하는 구조다. WSJ에 따르면 파머 러키 안두릴 공동창업자는 “내 사업적 관심은 미국에서 설계하고 대만에서 생산하거나 함께 설계하고 대만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군 연구개발 기관인 국가중산과학연구원은 지난해 안두릴과 바라쿠다-500 순항미사일과 수중 드론을 대만에서 공동 생산하는 계약을 맺었다. 다만 러키 창업자는 “대만이 중국 위협에 맞서려면 자체 무기 체계를 설계하고 대규모로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으로서도 대만은 피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미국 정부의 원칙은 ‘미국산’이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지난해 11억달러 규모 소형 공격 드론 구매 프로그램 ‘드론 도미넌스’를 발표하며 “우리는 미국산 구매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실이다. 미국 전쟁부의 드론·부품 보안 인증 사업 ‘블루 UAS’를 이끌었던 트렌트 에머네커는 WSJ에 “모든 것을 당장 미국에서 만들 수 없다”며 “중국 생태계 밖에서 공급망을 키울 수 있다면 무엇이든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전부 생산할 수 없다면 중국만 아니면 된다는 것이다. 그 조건에 가장 잘 맞는 곳이 대만이다. 미국 의회도 이미 지난해 말 전쟁부에 대만과 공동 드론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지시한 바 있다.

현지 생산 자체를 무기로 내세우는 업체도 있다. 기업인 필 호와 미국 해군 퇴역 장교 빌랄 아와드가 공동 창업한 ‘스트레이트인더스트리즈(Str8)’는 미국 버지니아에 본사를 두고 대만 북부에 연구개발 거점을 운영하며 남부 가오슝 조선소와 협력하고 있다. 호 대표는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면 의지할 수 있는 건 섬 안에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나면 바다 건너에서 무기를 받기 어려우니 처음부터 대만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협력 결과물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9월 말 대만 남동부 해안에서는 미국 에이벡스와 대만 CIRC가 함께 만든 소형 고정익 드론이 공개 시연에서 이륙 직후 지상 표적에 내리꽂혔다. 에이벡스가 기체 설계를 맡았고 기체는 대만에서 3차원(3D) 프린팅으로 제작했다. 비행제어장치와 컴퓨팅 보드, 탑재체는 CIRC가 설계했고 모터와 배터리도 현지에서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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