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승부수…4조원 베팅의 '명암'

손유지 2026. 10. 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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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주도 민간 컨소시엄 구성 검토…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인수 추진
대미투자펀드 1200억 달러 원전 투입…한미 협력 속 한국 기업 참여 모색
기업가치 최대 300억 달러 추산…지분 10% 확보에 최대 4조원 소요 전망
미국 원전시장 진출 기회에도 부담…투자 회수와 수주 연계성은 불확실

[지데일리] SK그룹이 미국 원전 설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를 검토하면서 한미 원전 협력이 민간 자본의 대규모 투자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SK그룹 서린빌딩. SK 제공

조 단위 자금이 투입될 수 있는 이번 구상은 국내 원전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할 기회로 평가되지만, 투자 부담과 사업 수익성, 미국 내 원전 건설의 불확실성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원전 관련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그룹이 컨소시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금을 출자하는 구조가 거론된다. 다만 지분 인수 규모와 가격, 참여 기업별 투자 비율 등 구체적인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한미 원전 협력을 토대로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사업 기회를 넓히는 데 있다. 한미 양국은 대미투자펀드 2000억 달러 가운데 최대 1200억 달러를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에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 측 컨소시엄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 구상도 이러한 협력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지분 투자가 성사되면 국내 기업들은 원전 설계와 기자재 공급, 건설 및 유지·보수 등 관련 사업에서 협력 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설계와 핵심 기술 분야에서 국제적 영향력을 갖춘 기업이다. 지분 확보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원전 사업에 참여할 때 사업 네트워크를 넓히고,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건설 역량을,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주기기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어 기업별 강점을 결합할 여지도 있다. SK그룹의 자본력과 사업 추진 능력이 더해지면 컨소시엄의 협상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 규모는 만만치 않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를 최대 30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이 평가를 기준으로 지분 10%를 매입하려면 약 30억 달러가 필요하며, 환율에 따라 3조7000억~4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상장할 때 공모가보다 10%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조건도 거론된다. 다만 상장 여부와 시점, 할인 조건의 적용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이를 확정적인 투자 혜택으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대규모 투자와 사업 성과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원전 건설은 인허가와 공사비 상승, 공기 지연, 공급망 확보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건설 계획이 지연되거나 사업비가 불어나면 투자 회수 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 

소수 지분 투자에 그칠 경우 경영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지분을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기업의 수주 물량이나 기술 협력 범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 위험을 누가 부담하고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도 관건이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이 자금 조달과 사업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 원전 건설 계약과 기자재 공급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가 어느 수준까지 보장될지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정부 간 협력의 성과가 특정 기업의 재무 부담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투자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는 한국 원전 산업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기회인 동시에 상당한 자본과 위험을 수반하는 투자다. 지분 확보 자체를 성과로 내세우기보다 장기 수익성, 수주 연계성, 기술 협력의 실효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원전 협력이 지속 가능한 산업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투자 규모뿐 아니라 위험 분담과 이익 배분, 국내 기업의 참여 보장까지 구체적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반응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