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DEX 2026] 삼전닉스 차세대 경쟁에 감탄, 한미반도체 저력에 깜짝
안현·송재혁부터 하정우·이준석까지…주요 인사들도 발걸음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에서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차세대 패키징 장비를 앞세운 한미반도체까지 가세하면서, 메모리부터 장비까지 이어지는 K-반도체의 저력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AI 반도체 경쟁이 HBM 고성능화에 이어 칩 간 연결 기술의 고도화로 확대되면서, 이를 구현하는 첨단 패키징 장비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 삼성전자, 메모리에서 시스템까지…'AI 시스템 설계' 역량 과시
삼성전자는 'AI 시스템 설계(Architecting AI Systems)'를 핵심 메시지로 내걸었다. HBM을 비롯해 차세대 3차원(3D) 메모리, 모바일 이미지센서·프로세서,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솔루션까지 부스를 채웠다. 개별 메모리의 성능을 넘어 설계·생산·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역량을 앞세운 구성이다.

차세대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AI 가속기 '옆'에 놓던 HBM을 가속기 '위'에 수직으로 쌓는 3D 메모리 아키텍처 'zHBM' 목업을 공개했다. 연산 장치와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여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는 구조로, 메모리와 가속기 사이에 고객사의 커스텀 칩 설계자산(IP)까지 집적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엣지 AI에 맞춘 3D 낸드 솔루션 'zNAND-O'도 함께 선보였다. 낸드플래시를 4단 또는 8단으로 쌓고 실리콘관통전극(TSV)을 적용해, 대용량 저장 특성은 유지하면서 데이터 접근 속도와 대역폭을 높였다. 메모리 내부에서 일부 연산을 직접 처리해 데이터 이동 자체를 줄이는 'LPDDR-PIM'까지 더해, HBM 이후의 AI 메모리 로드맵을 한눈에 보여줬다.

◆ SK하이닉스 '멈추지 않는 AI 여정'…HBF로 '새로운 메모리 계층' 제시
SK하이닉스는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AI 여정(RUN)'을 주제로 부스를 꾸렸다. 세대별 HBM과 함께 12단 HBM4E를 선보였다. 지난 6월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한 이 제품은 핀당 최대 16Gbps의 속도를 내면서 전작보다 전력 효율을 20% 이상 높였다. 서버·PC·모바일용 D램과 낸드플래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주력 제품도 실물로 전시했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전시에서 힘주어 소개한 건 고대역폭플래시(HBF)다. HBM과 SSD 사이의 성능·용량 격차를 메우기 위해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메모리로, AI 추론 과정에서 폭증하는 데이터 처리 수요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부스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 2026'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남긴 친필 서명 전시물을 국내 현장에 그대로 옮겨왔다. 조형물 하단에는 'JENSEN ♡ SKH' 서명이, HBM 웨이퍼에는 "제발 더 만들어 달라(PLEASE MAKE MORE)"는 황 CEO의 자필 문구가 적혀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 한미반도체, HBM 본딩 장비 앞세워 '세계 1위' 존재감 과시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로 쏘&비전 플레이스먼트(MSVP)' 시장에서도 세계 1위다. 2021년 자체 기술로 국산화한 '마이크로 쏘(micro SAW)'가 핵심 경쟁력으로, D램·낸드플래시·HBM은 물론 시스템반도체·인쇄회로기판(PCB)·유리기판 등 다양한 공정에 쓰인다. AI 시스템반도체용 2.5D 패키징 분야에서도 글로벌 파운드리와 후공정(OSAT) 업체를 상대로 양산용 공급을 넓히고 있다. 이번에는 2.5D TC 본더 3종(40C2S, 40C2W, 120)과 FC 본더 2종(FCB 3.5, FCB 75) 등 총 5종을 내놨다. 2.5D 패키징은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GPU·CPU·HBM 등 여러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기술로, TSMC의 CoWoS와 인텔의 EMIB가 대표적이다.

현장에는 업계 고위 관계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기조연설을 마친 SK하이닉스 안현 사장은 삼성전자 송재혁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CTO 사장,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부스를 직접 둘러봤다. 이보다 앞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하정우 부위원장이 전시장을 찾았다.
이번 전시에서 드러난 공통된 흐름은 HBM 한 제품의 성능을 높이는 단계를 넘어, 데이터 이동 병목을 줄이는 시스템 차원의 기술로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묶은 통합 기술로,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계층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같은 과제에 답을 내놨다. 여기에 장비와 소재 기업들이 힘을 보태며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 소재까지 이어지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두께를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