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DEX 2026] 삼전닉스 차세대 경쟁에 감탄, 한미반도체 저력에 깜짝

이예서 기자 2026. 10.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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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메모리부터 첨단 패키징까지…AI 반도체 기술 한눈에
안현·송재혁부터 하정우·이준석까지…주요 인사들도 발걸음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6(제28회 반도체대전)' 삼성전자 부스 앞에 관람객들이 몰려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에서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차세대 패키징 장비를 앞세운 한미반도체까지 가세하면서, 메모리부터 장비까지 이어지는 K-반도체의 저력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AI 반도체 경쟁이 HBM 고성능화에 이어 칩 간 연결 기술의 고도화로 확대되면서, 이를 구현하는 첨단 패키징 장비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SEDEX 2026(제28회 반도체대전)'의 주제는 '실리콘 지능의 시대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300개 기업이 888개 부스를 꾸렸다. 지난해보다 참가 기업은 70여곳, 부스는 230여개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를 보여줬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6(제28회 반도체대전)'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HBM4. ⓒ투데이신문

◆ 삼성전자, 메모리에서 시스템까지…'AI 시스템 설계' 역량 과시

삼성전자는 'AI 시스템 설계(Architecting AI Systems)'를 핵심 메시지로 내걸었다. HBM을 비롯해 차세대 3차원(3D) 메모리, 모바일 이미지센서·프로세서,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솔루션까지 부스를 채웠다. 개별 메모리의 성능을 넘어 설계·생산·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역량을 앞세운 구성이다.

주목할 점은 7세대 HBM인 HBM4E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6세대 HBM인 HBM4를 양산 출하한 데 이어, 5월에는 1c D램과 4나노 로직 다이를 적용한 48GB 용량의 12단 HBM4E 샘플을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 핀당 최대 16Gbps의 속도와 스택당 최대 3.6TB/s의 대역폭을 지원하고, 전작인 HBM4보다 동작 속도는 20% 이상, 에너지 효율과 열 저항 특성은 각각 16%, 14% 이상 개선됐다. 부스에는 실물과 함께 구조 모형이 놓여 관람객들이 적층 구조를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었다. HBM4E 옆에는 4나노 공정으로 만든 베이스다이도 나란히 전시돼,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갖춘 강점을 보여줬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6(제28회 반도체대전)'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zNAND-O. ⓒ투데이신문

차세대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AI 가속기 '옆'에 놓던 HBM을 가속기 '위'에 수직으로 쌓는 3D 메모리 아키텍처 'zHBM' 목업을 공개했다. 연산 장치와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여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는 구조로, 메모리와 가속기 사이에 고객사의 커스텀 칩 설계자산(IP)까지 집적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엣지 AI에 맞춘 3D 낸드 솔루션 'zNAND-O'도 함께 선보였다. 낸드플래시를 4단 또는 8단으로 쌓고 실리콘관통전극(TSV)을 적용해, 대용량 저장 특성은 유지하면서 데이터 접근 속도와 대역폭을 높였다. 메모리 내부에서 일부 연산을 직접 처리해 데이터 이동 자체를 줄이는 'LPDDR-PIM'까지 더해, HBM 이후의 AI 메모리 로드맵을 한눈에 보여줬다.

첨단 패키징 기술도 전시됐다. 2.3D 큐브-E는 실리콘 인터포저 대신 재배선층(RDL) 인터포저를 쓰고 연결 부위에만 실리콘을 활용해 원가는 낮추면서 고밀도 배선 성능을 지켰다. 3D 큐브-H는 GPU와 HBM을 수직으로 쌓고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집적도와 연결성을 높인 기술이다. 각각 대만 TSMC의 CoWoS-L, SoIC에 대응하는 기술로 꼽힌다. 반도체 칩과 광통신 부품을 한 패키지에 가깝게 통합해 전기 신호를 광신호로 바꾸는 코패키지옵틱스(CPO) 광 인터커넥트 모형도 전시장에 나왔다. 구리 배선의 전력 소모와 신호 손실을 줄여 AI 데이터센터의 고속 통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6(제28회 반도체대전)'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고대역폭플래시(HBF). ⓒ투데이신문

◆ SK하이닉스 '멈추지 않는 AI 여정'…HBF로 '새로운 메모리 계층' 제시

SK하이닉스는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AI 여정(RUN)'을 주제로 부스를 꾸렸다. 세대별 HBM과 함께 12단 HBM4E를 선보였다. 지난 6월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한 이 제품은 핀당 최대 16Gbps의 속도를 내면서 전작보다 전력 효율을 20% 이상 높였다. 서버·PC·모바일용 D램과 낸드플래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주력 제품도 실물로 전시했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전시에서 힘주어 소개한 건 고대역폭플래시(HBF)다. HBM과 SSD 사이의 성능·용량 격차를 메우기 위해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메모리로, AI 추론 과정에서 폭증하는 데이터 처리 수요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래 구상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구체화됐다. 'AI 시대, 메모리 혁신의 방향을 묻다'를 주제로 연단에 오른 SK하이닉스 안현 개발총괄 사장은 AI 추론 시장이 커지면서 메모리 계층 간 데이터 이동이 새로운 병목으로 떠올랐다고 짚었다. 그는 SRAM과 HBM, HBM과 D램, D램과 SSD, SSD와 네트워크 스토리지 사이에 각각 새로운 계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BF는 대역폭이 HBM의 절반 수준으로 줄지만 용량은 10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지금까지 없던 계층'이라는 게 안 사장의 설명이다. 샌디스크, 구글 등과 협력해 내년 1월까지 최종 규격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6(제28회 반도체대전)'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HBM 조형물 최상단의 HBM4E 샘플 실물. 오른쪽 하단에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JENSEN ♡ SKH' 서명이 적혀있다. ⓒ투데이신문

부스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 2026'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남긴 친필 서명 전시물을 국내 현장에 그대로 옮겨왔다. 조형물 하단에는 'JENSEN ♡ SKH' 서명이, HBM 웨이퍼에는 "제발 더 만들어 달라(PLEASE MAKE MORE)"는 황 CEO의 자필 문구가 적혀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 한미반도체, HBM 본딩 장비 앞세워 '세계 1위' 존재감 과시

메모리 대기업의 성과가 두드러졌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장비·소재 기업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대표주자는 한미반도체다. HBM용 TC 본더 시장 세계 1위 기업으로, HBM4 생산 장비 'TC 본더 4'와 2027년 출시 예정인 '와이드 TC 본더'를 소개했다. 올해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이 HBM4 양산에 본격 돌입하면서 TC 본더 4 공급망이 중요해진데다 고사양 적층·본딩 공정 대응을 위한 차세대 장비로 와이드 TC 본더의 향후 수요 증가가 전망되면서 한미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6(제28회 반도체대전)' 한미반도체 부스에 전시된 micro SAW & VISION PLACEMENT(MSVP) 6.0 그리핀(GRIFFIN). ⓒ투데이신문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로 쏘&비전 플레이스먼트(MSVP)' 시장에서도 세계 1위다. 2021년 자체 기술로 국산화한 '마이크로 쏘(micro SAW)'가 핵심 경쟁력으로, D램·낸드플래시·HBM은 물론 시스템반도체·인쇄회로기판(PCB)·유리기판 등 다양한 공정에 쓰인다. AI 시스템반도체용 2.5D 패키징 분야에서도 글로벌 파운드리와 후공정(OSAT) 업체를 상대로 양산용 공급을 넓히고 있다. 이번에는 2.5D TC 본더 3종(40C2S, 40C2W, 120)과 FC 본더 2종(FCB 3.5, FCB 75) 등 총 5종을 내놨다. 2.5D 패키징은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GPU·CPU·HBM 등 여러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기술로, TSMC의 CoWoS와 인텔의 EMIB가 대표적이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AI 반도체의 고성능화로 HBM 적층과 이종 칩 연결에 필요한 정밀 본딩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고객사의 AI 반도체 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패키징 장비 공급이 늘어나며 한미반도체의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송재혁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CTO 사장,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SK하이닉스 안현 사장이 전시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투데이신문

현장에는 업계 고위 관계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기조연설을 마친 SK하이닉스 안현 사장은 삼성전자 송재혁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CTO 사장,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부스를 직접 둘러봤다. 이보다 앞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하정우 부위원장이 전시장을 찾았다. 

이번 전시에서 드러난 공통된 흐름은 HBM 한 제품의 성능을 높이는 단계를 넘어, 데이터 이동 병목을 줄이는 시스템 차원의 기술로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묶은 통합 기술로,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계층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같은 과제에 답을 내놨다. 여기에 장비와 소재 기업들이 힘을 보태며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 소재까지 이어지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두께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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