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내실화 없이 학과명만 바꿔…‘직업계고 재구조화’ 신입생 유치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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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특성화고인 ㄱ고등학교는 기존의 컴퓨터미디어디자인과를 소프트웨어콘텐츠과(2017년)로 변경했다가 메타버스디자인과(2024년)로 바꿨다.
경쟁력이 부족한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과를 개편해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교육부가 시행해온 '직업계고 학과 재구조화' 사업이 취지와 달리 '땜질식 간판갈이'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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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명 수차례 바꾸다가 폐과도
상업교사가 영유아 놀이 지도 등
유행·인기에만 편승 교원수급 뒷전
“장기적 산업전망 따라 관리 필요”

서울의 특성화고인 ㄱ고등학교는 기존의 컴퓨터미디어디자인과를 소프트웨어콘텐츠과(2017년)로 변경했다가 메타버스디자인과(2024년)로 바꿨다. 2024년에 메타버스가 한창 유행하면서다. 서울 ㄴ고등학교는 로봇과를 기계설계과(2016년)로 바꿨다가 3D융합설계과(2021년), 메이커제품설계과(2026년)로 바꿨다. 올해는 ‘인공지능(AI)’ 문패를 단 학과가 79개 늘어났다.
경쟁력이 부족한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과를 개편해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교육부가 시행해온 ‘직업계고 학과 재구조화’ 사업이 취지와 달리 ‘땜질식 간판갈이’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2016년부터 전국 직업계고 2500여개 학과 가운데 1247개 학과의 재구조화를 지원했다. 직업계고 학과의 절반가량이 그 대상인 셈이다. 재구조화가 이뤄지면 학과명과 교육과정이 바뀐다. 각 학교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수립한 계획에 따른 신산업이나 지역전략사업 분야 등으로 개편을 신청해 선정되면 학급당 3억7500만원(2026년 기준)을 지원받는다.
현장에서는 학과 재구조화가 산업 변화에 따라 정교하게 이뤄지기보다는 정원 미달 학과에 학생을 유치하는 데 급급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교사 ㄷ씨는 “실제 산업 수요를 고려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좋아할 것 같은 방향으로 학과명을 바꾸는 식”이라며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으면, 일반 디자인과를 ‘푸드디자인과’ 같은 방식으로 바꾸고, 지원금으로는 기자재를 확충하는 정도”라고 했다.
학과 개편이 잦으니 그 과정에 전문성이 있는 교원을 수급하지 못해 교육과정이 더 부실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사들이 자격을 가진 교과와 다른 과목의 수업을 맡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정보컴퓨터 교사가 애완동물 미용을 가르치고, 상업 교사가 영유아 놀이지도를 가르치고 있었다. 직업계고 교사의 기간제 비율도 점점 올랐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서울교육청·경기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 직업계고의 전문교과 기간제 교사 비율은 2022년 34.3%에서 2026년 43.6%로 올랐다. 일반고는 같은 기간 24.2%에서 28.8%로 올랐다. 인천의 한 특성화고 교사 ㄹ씨는 “기간제 교사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학과 수업이나 취업처를 찾는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구조화 사업을 내실화해 교육의 질을 담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손충모 인천기계공고 교사는 “지금의 재구조화 사업은 5년짜리 학과를 만드는 구조”라며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인 산업 전망에 따라 필요한 전공별 학과 규모 등을 예측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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