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제주 경찰…이번엔 ‘아동 보호 요청’ 외면해 4살 죽음 못 막아

서보미 기자 2026. 10. 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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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의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태 이후 신뢰 회복을 약속했던 제주 경찰이 최근 교제 살인에 이어 자녀 살해 사건에서도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0대 여성 양아무개씨는 "스토킹·교제폭력 신고도, 아동 실종 신고도 이미 돼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제대로 일을 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며 "제주가 범죄 도시라고 욕을 먹을 때 경찰이 달라지겠다고 했는데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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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에 커지는 치안 불안
12일 새벽 제주시 연동의 거리에서 60대 남성이 40대 여성을 강제로 차량에 태우려고 하는 장면이 주변 건물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혔다. 이 여성은 남성의 흉기 공격으로 숨졌다. 연합뉴스

경찰관의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태 이후 신뢰 회복을 약속했던 제주 경찰이 최근 교제 살인에 이어 자녀 살해 사건에서도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치안 현장의 안일한 태도 탓에 피해자나 가족이 알린 위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해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14일 제주경찰청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 12일 서귀포시 표선면의 오름 주차장에 세워진 렌터카에서 숨진 채 발견된 4살 아동의 어머니 ㄱ씨는 사건 열흘 전에도 제주경찰청에 “전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잠적했는데 딸을 다치게 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신고했다. 딸과 함께 사망한 아버지 ㄴ씨는 지난해 10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혼과 양육권 재판을 하던 중 아내의 동의 없이 딸을 데리고 연고가 없는 제주로 이주했다. ㄱ씨는 올해 4월 서울 성동경찰서에 딸의 실종 신고를 한 뒤 제주 경찰에도 여러 차례 소재 파악과 안전 여부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달 2일 “딸이 위험하다”는 ㄱ씨의 연락을 받은 제주 경찰은 공식적으로 실종 신고를 접수하지 않고, 아동의 안전 확인을 위해 아버지와 대면·비대면으로 연락하지 않았다. 결국 열흘 뒤 ㄱ씨는 1년간 찾아 헤맨 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7월27일까지 경찰과 서귀포시 아동보호팀이 아동의 안전과 학대 여부를 면밀히 판단하기 위해 총 8차례 아버지·아동과 만났다”면서도 “(10월2일 신고) 당시에는 서귀포경찰서가 ‘아버지와 9월28일까지 연락이 됐고, 아무런 위험 요인이 없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새벽 발생한 교제 살인 사건에서도 경찰 대응의 허점이 드러났다. 헤어진 연인인 60대 남성에게 살해당한 40대 여성은 지난 1년간 스토킹·성폭력·교제폭력으로 4차례 이 남성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다’며 정식 사건 접수도, 접근금지 신청도 하지 않았다. 지난 8월 부아무개 경장의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태 이후 교체된 경찰 지휘부가 치안 체계 재정비와 신뢰 회복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안일한 대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지난 두달간 ‘범죄 도시 제주’라는 일부 여론의 눈총을 받아온 제주도민들은 경찰의 부실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40대 여성 양아무개씨는 “스토킹·교제폭력 신고도, 아동 실종 신고도 이미 돼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제대로 일을 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며 “제주가 범죄 도시라고 욕을 먹을 때 경찰이 달라지겠다고 했는데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제주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전직 경찰은 “내가 경찰서에 있을 때도 강력범죄는 관계성 범죄를 중심으로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생했는데, 부 경장 사건 이후 제주 사건이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과도하게 치안 불안이 커지면서 숙소를 운영하는 분들이 예약 취소로 피해를 보는 등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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