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땅으로 임대업... 인천항의 '봉이 김선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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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만의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들이 물류 사업을 위해 나라가 임대한 땅으로 다른 민간기업을 상대로 임대 사업, 이른바 '불법 전대'를 벌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인천항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과 실제 사용업체 간 계약서와 사업장 소재지 실사, 건물 등기부 등본, 업체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인천항에서 발생한 불법전대 사례 35건을 확인했다.
이 사례와 같이, 인천항만에 입주한 기업들은 불법 전대 업체와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화물계약서를 작성하는 형태로 부지를 전대하는 경우가 많다.
인천항 항만배후단지의 한 물류 업체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인천항만공사의 불법 전대 단속이 매우 형식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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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만의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들이 물류 사업을 위해 나라가 임대한 땅으로 다른 민간기업을 상대로 임대 사업, 이른바 ‘불법 전대’를 벌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장 뉴스타파가 확인한 사례만 입주기업 8곳, 35건에 달한다.
이들은 국가에서 싼 값에 임대받은 땅을 다른 업체에 비싼 값에 임대하면서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항만배후단지는 사업자 선정 과정을 통해 인천항만공사와 임대계약을 한 업체가 사업목적에 맞게 직접 물류사업장을 운영해야만 한다. 입주기업이 자신이 직접 사용 운영하지 않고 그 땅을 제3자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수익을 얻게 하면 불법전대에 해당한다.

인천항 항만배후단지에 ‘불법 전대’ 횡행
항만배후단지는 물동량(항만에서 처리하는 화물의 양)과 부가가치를 늘리기 위해 국가가 조성한 공공자산, 즉 ‘나라땅’이다. 인천항만배후단지 입주 기업은 항만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부 기조 아래 일반적인 국유재산법상 임대료보다 반값 가량 저렴한 약 56%의 비용으로 부지를 이용하고 있다. 안정적인 사업 기반 조성을 위해 최대 50년의 임대 기간을 보장받는다.
반값 임대료는 2009년 금융위기 때 적용된 항만배후단지 임대료다. 2018년도부터 인천시에서 세금을 감면 해주는 형태로 우회적 감면까지 더해져 18년간 약 56%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항만공사는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미 받고 있는 임대료 혜택에 더해 입주기업들에게 20~30%가량 추가 임대료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인천항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과 실제 사용업체 간 계약서와 사업장 소재지 실사, 건물 등기부 등본, 업체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인천항에서 발생한 불법전대 사례 35건을 확인했다. 특히 일부 입주기업의 경우 불법전대를 넘어 불법전대한 땅을 다시 임대하는 ‘불법 전전대’까지 벌이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특수목적 법인(SPC)인 한중물류 사례다. 한중물류는 2024년 불법전대로 적발돼 시정조치를 받고, 현재는 추가로 감사원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중물류는 영진공사와 대우로지스틱스가 각각 50%씩 출자해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한중물류는 인천항만공사로부터 아암물류단지 부지 약 8만 3000㎡를 임대 받았다. 한중물류의 주주사인 영진공사와 대우로지스틱스가 각각 4만 2000㎡ 가량씩 분할해 사용하고 있다.

한중물류가 임대한 부지 위에 건설된 창고 1만4669㎡는 2007년부터 2021년까지는 독일계 물류기업인 퀴네앤드나겔이, 22년도부터 현재까지는 폭스바겐코리아에 임차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부품창고 운영사로 삼성SDS를 선정해서 운영 중이다.
“여기 실행사하고 운영사하고 따로 있어요. 화주사가 폭스바겐이고, 운영사는 삼성SDS예요.”
- 한중물류 부지 내 근로자
인천항의 또 다른 입주기업 선광에서도 유사 사례가 확인된다. 선광은 중고자동차 판매·무역업체 등 다른 민간업체 2곳에 부지와 시설을 빌려줬고, 이 업체들은 다시 다른 업체에 자신들이 빌린 부지 등을 재임대했다.
이 밖에도 뉴스타파가 입주기업들이 임대한 항만배후단지 부지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입주기업 시설에 제3자가 전세권을 설정한 사례도 잇따라 확인됐다. 제3자가 전세권을 설정했다는 것은 입주기업이 부지와 시설을 그 제3자에게 임대해줬다는 뜻이다.
입주기업인 화인통상의 건축물에는 2018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쿠팡 명의 전세권이 설정돼 있었고, 화인통상·아이씨로지스틱스의 건물에는 2017년부터 2025년 6월까지 롯데하이마트가 전세권을 설정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인천항만공사가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실에 제출한 전대·사용수익 승인 자료를 확인한 결과, 전세권을 설정한 업체들이 인천항만공사의 승인을 받은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항만공사의 승인 없이 이뤄진 전대라는 뜻이다.
항만법 제18조는 정당하게 승인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만부지의 전대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입주기업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불법전대를 받은 기업은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질의하자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업체들이) 무단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전전대와 임대료 차익 따먹기
한중물류는 신대양물류라는 회사에도 불법으로 나라땅을 빌려줬는데, 신대양물류는 지난해 4월 ‘불법 전대’한 부지를 다른 업체들에게 다시 ‘불법 전전대’했다. 뉴스타파가 업체간 계약서를 확보해 확인한 결과, 불법 전전대를 받은 업체는 원래 임대료의 2.5배가 넘는 돈을 내고 있었다.
한중물류는 1m²당 1760원 가량을 인천항만공사에 임대료로 납부한다. 그러나 불법전전대를 통해 해당 부지를 임차한 한 업체의 경우 1m²당 4470원의 임대료를 냈다. 이 업체가 임대한 면적은 8264m², 따라서 한달에 총 3700만원을 냈다. 한중물류는 인천항만공사에 1453만 원을 내고 3,700만원을 받았으니 가만히 앉아 매달 2,247만원을 버는 셈이다.

한중물류의 사례는 일부일 뿐이다. 뉴스타파는 인천항만에 입주한 물류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업체별로 얻은 부당이득을 추산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35건의 사례에서 불법 전대된 항만부지는 약 44만 제곱미터, 아암물류1단지 전체 면적의 약 69%에 달한다.
여기에 입주 기업들이 받은 임대료 할인과 뉴스타파가 확보한 회계 자료 등으로 추산한 면적당 임대 차익을 곱해 업체별로 부당이득을 계산했다.
한중물류는 전체 8만 3740m²를 임대해 223억의 부당이득을 벌었고 대우에스엘에스 178억, 아이엘씨 59억, 화인통상 57억 등으로 8개 업체가 지난 10년간 불법전대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820억 가량으로 추산됐다.

불법 전대 피하려 계약서 형태 ‘눈속임’
일부 입주기업이 ‘불법 전대’ 혐의를 피하기 위해 계약서 형태를 임대차 계약이 아닌 다른 형태로 눈속임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중물류의 부지를 임대한 신대양물류로부터 부지를 전전대 받아 사용하던 A사는 지난 2024년 8월 불법 전대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이를 자진신고했다. 창고를 지으려다보니 해당 부지의 토지주 허가가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인천항만공사가 토지주인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A사의 자진 신고에도 불구하고 신대양물류측은 A사와의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 다만 계약서를 새로 작성했을 뿐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수정된 계약서는 계약서의 제목이 ‘임대차 계약’에서 ‘화물장치계약’으로 바뀌고 ‘임대료’라는 단어만 ‘보관료’로 수정됐을 뿐 이전과 내용이 동일했다. 계약서의 문구는 바뀌었지만 불법 전대라는 계약의 본질은 바뀌지 않은 셈이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이 사건을 인지수사한 끝에 지난 12일 인천공소청(전 인천검찰청)에 항만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이 사례와 같이, 인천항만에 입주한 기업들은 불법 전대 업체와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화물계약서를 작성하는 형태로 부지를 전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이 위장된 계약서에는 화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아닌 화물을 맡기는 사람이 모든 책임을 다 진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데, 이는 단순히 화물을 보관하는 내용이 아닌 이 부지를 임대하는 내용이라는 것이 항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뉴스타파가 확보한 선광종합물류와 전국중고자동차 수출단지 협의회 간 창고 이용 계약서 제5조에는 ‘배상책임’에 관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해당 부지는 선광종합물류가 인천항만공사와 계약한 곳인데, 보관 중인 물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임차인인 전국중고자동차 수출단지 협의회가 지도록 짜여져 있다.
법무법인 중심의 류재율 변호사는 “월세를 창고 요율로 위장하고, 보증금을 계약에 대한 의무를 담보하기 위한 보증금으로 위장한, 계약서 명칭을 창고 계약서라고 위장한 실질적인 임대차 계약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천항만공사, 불법전대 부실 관리 의혹…“그냥 보고간 느낌”
항만배후단지의 불법 전대 근절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정상화 프로젝트 TF’ 과제 중 하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7월 23일 항만배후단지의 전대 관리와 처벌 규정을 명문화하겠다는 내용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뉴스타파가 문대림 의원실을 통해 당시 해수부 보고 문건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최근 5년간 불법전대 의심 건수는 해수부가 관리하는 전체 항만에서 19건이라고 적혀 있다. 이 가운데 인천항의 불법전대 적발 건수는 3건에 불과하다.
해수부는 이 자료에서 “매년 항만배후단지 관리기관이 입주업체를 대상으로 전대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인천항 사례만 살펴봐도, 해수부 자료에 나오는 인천항 불법전대 건수는 뉴스타파가 자체 취재한 불법 전대 건수의 1/12 수준에 불과하다.
인천항 항만배후단지의 한 물류 업체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인천항만공사의 불법 전대 단속이 매우 형식적이라고 말했다.
“단속이 나온다고 그랬을 때 (당시 왔던 인천항만공사 직원들이) 단속을 해야되겠다라는 의무가 아니라 빨리 단속 안하고 후딱 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보고간 느낌…”
- 항만 업계 관계자
인천항만공사 “불법전대 명확한 판단 기준 없어”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불법전대의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고 해명했다.
“어떤 건은 전대에 해당이 되고 어떤 건은 아니고 이런 명확한 기준이 없다. 문제되는 업체들의 임대차 계약서, 아니 화물 유치 계약서 이런 것들을 전대로 보는게 맞냐 틀리냐 그걸 감사원에서도 검토를 하고 있다. 아마 (감사원에서도) 결론을 내리셨을 것 같다, 그러면 이제 저희한테 처분 통보가 올 거고 그러면 저희는 그것에 맞춰서 처분을 할 예정이고, 그게 되면 이제 기준이 명확히 수립이 된다.”
- 인천항만공사 관계자
현실에서는 불법 전대로 볼 수 밖에 없는 사례가 쏟아지는데 불법 전대의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2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온 셈이다.
뉴스타파는 인천항만부지에 만연해 있는 불법 전대와 이를 통해 부당이득을 누리고 있는 일부 사업자들의 행태를 계속 추적할 예정이다.
뉴스타파 김태현 taehyun13@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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