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GPU 돌리느라 '전기 먹는 하마'된 서울대 … 온실가스 배출권 사느라 20억 쓸 판

이근아 2026. 10. 1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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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해마다 늘면서 2030년에는 모자라는 탄소배출권을 사는 데만 한 해 약 20억 원이 들 수 있다는 내부 전망이 나왔다. 서울대는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수십억 원을 들였고, 지난해 탄소중립 로드맵도 세웠다.

2월 서울대 온실가스·에너지 감축위원회에선 "배출할당량이 줄어들어 배출권 가격 상승 시 2030년에는 배출권 구입 비용이 약 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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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새 온실가스 배출량 12.5% 증가
2030년 배출권 구매비용 20억 전망
감축사업 90억 투입에도 배출 증가세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남병진 기자

서울대학교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해마다 늘면서 2030년에는 모자라는 탄소배출권을 사는 데만 한 해 약 20억 원이 들 수 있다는 내부 전망이 나왔다. 서울대는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수십억 원을 들였고, 지난해 탄소중립 로드맵도 세웠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연구 시설 확충 등으로 전력 사용이 늘어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연구중심대학인 서울대가 탄소 중립(온실가스 순배출량 '0'을 추구하는 목표)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14만1,334톤에서 지난해 15만9,014톤으로 4년 새 12.5% 늘었다. 기후환경에너지부의 자동차 온실가스 환산 기준(2024년)을 적용하면 지난해 배출량은 승용차 약 11만 대가 1년간 내뿜은 양과 맞먹는다. 정부가 서울대에 배출을 허용한 양(할당량·13만6,505톤)보다는 2만2,509톤 많다.


탄소배출권 구매비용, 2030년 20억 원 전망도

그래픽=박종범 기자

배출권 구매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현행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기업·기관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고 이를 넘기면 다른 곳에서 남는 배출권을 사서 메우도록 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까지 3년간 배출권 구매에 총 6억2,300만 원을 썼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맞춰 할당량을 점점 줄이는데 서울대의 배출량은 계속 늘 것으로 보여서다. 서울대는 2030년 배출량을 17만7,324톤으로 예상했는데 같은 해 할당량(12만96톤)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2월 서울대 온실가스·에너지 감축위원회에선 "배출할당량이 줄어들어 배출권 가격 상승 시 2030년에는 배출권 구입 비용이 약 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배출량이 늘어난 데는 전력 사용 증가의 영향이 크다. 서울대의 전력사용량은 2021년 17만4,667MWh(메가와트시)에서 2025년 19만8,758MWh로 13.8% 늘었다. 2023년 4인 가구 월평균 전력사용량(332kWh)을 적용하면 약 5만 가구가 1년간 쓰는 양이다. 서울대는 AI·그래픽처리장치(GPU) 활용 확대, 이상기온 등을 전력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았다. 온실가스가 학교 내에서 직접 발생하지 않더라도, 쓰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면 '간접배출량'으로 산정된다.

반면 학교가 직접 만드는 친환경 전력은 미미하다. 지난해 관악캠퍼스에서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전체 전력사용량의 약 1.6%에 그쳤다. 교육부가 집계한 다른 국립대 37곳의 에너지 자립률(7.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감축사업 90억 원 투입... 학내 제도 개선도 과제

2022년 10월 3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공과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컴퓨터공학부 알고리즘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음. 왕태석 선임기자

서울대도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는 있지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학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노후 조명과 냉난방기 교체 등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약 90억 원을 썼다. 서울대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 및 배출권 구매 등을 통해 감축 목표량을 지속적으로 준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제도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2월 감축위원회 회의록엔 학교의 고민이 담겼다. 대학 측은 공공요금 과금체계 개편을 검토했지만 "AI·GPU 사용량이 많은 단과대학의 반발 가능성을 고려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과대학마다 에너지 소비구조가 달라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2023년 기준 공과대학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만889톤으로 인문대학(1,529톤)의 약 20배에 달했다. 연구시설을 상시 가동하는 이공계 단과대학에 에너지 소비가 집중돼 있는 만큼 비용 부담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 정책이 AI 연구와 교육을 제약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하는 학내 문화가 중요하다"면서 "서울대가 대학 캠퍼스의 탄소중립 전환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해 다른 대학의 성공 사례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민정 의원은 "AI 연구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럴수록 대학본부는 탄소 배출량을 함께 줄일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서울대는 더 적극적이고 책임지는 자세로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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