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배창석 영양축제·관광재단 추진위원장 “숲·별·음식 잇는 체류형 관광으로”
지역 고유의 자연·문화·사람 이야기로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 육성

영양은 서둘러 둘러보고 떠나는 여행지가 아니다. 일월산과 깊은 숲, 도시의 불빛이 닿지 않는 밤하늘, 하얀 자작나무숲, 17세기부터 이어져 온 음식디미방의 전통이 이곳의 중심에 있다. 화려한 관광시설이 들어설 자리에는 자연과 사람, 오래된 이야기가 자리한다. 배창석 영양축제·관광재단 추진위원장이 그리는 영양 관광의 미래도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배 위원장은 영양 관광의 경쟁력이 외부에서 가져온 새로움이 아니라 영양이 이미 가진 고유함에서 나온다고 본다. 인터뷰 내내 그는 차분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이 원칙을 되풀이했다.

△11년의 성과, 그리고 다음 단계
2015년 출범한 영양축제·관광재단은 올해 11년째를 맞았다. 재단은 영양산나물축제를 비롯한 지역 축제의 기획과 운영에서 출발해 관광자원 개발, 음식디미방과 영양 작은영화관 같은 문화·관광시설 운영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배 위원장은 지난 11년의 가장 큰 변화로 축제와 관광을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전문성과 연속성을 갖춘 사업'으로 추진할 기반을 마련한 점을 꼽았다. 영양산나물축제와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을 지역 대표 행사로 키웠고, 대도시 홍보와 농특산물 직거래를 통해 '청정 영양' 브랜드를 알렸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이미 축제의 규모 너머에 있다. 축제를 보러 온 관광객이 행사장만 둘러보고 떠나는 구조로는 지역에 남는 것이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영양에서 먹고, 자고, 체험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 그가 세운 다음 목표다. 배 위원장은 이를 '스쳐 가는 관광에서 머무르는 관광으로의 전환'이라고 규정했다.

△하루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다
전환의 출발점은 영양산나물축제다. 배 위원장은 이 축제를 단순한 농특산물 판매행사에서 자연과 건강한 먹거리, 전통 식문화가 결합한 '웰니스 생태·미식 축제'로 발전시킬 구상을 밝혔다. 축제의 몸집을 키우는 일보다 다른 지역이 흉내 낼 수 없는 '영양다움'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그리는 여행 동선은 이렇다. 낮에는 산림과 생태자원을 걸으며 체험하고, 지역에서 난 농산물과 전통음식을 맛본다. 저녁에는 숲과 마을에서 쉬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을 올려다본다. 자작나무숲, 음식디미방, 밤하늘처럼 따로 알려졌던 자원을 하나로 묶으면 '영양에서 보내는 하루' 자체가 관광상품이 된다는 논리다.
배 위원장은 "여러 관광자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쉬고, 별을 보고, 맛을 경험하는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이를 위해 축제와 숙박·음식·관광지·체험을 연계한 1박 2일 또는 2박 3일 체류형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축제가 없는 시기에도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도록 사계절 관광 기반도 구축할 계획이다. 관광객이 하루 더 머무는 일은 체류시간이 늘어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숙박업소와 음식점, 농특산물 판매점, 체험시설로 소비가 이어져 지역경제 곳곳에 파급된다.

△주민이 만드는 축제, 플랫폼이 된 재단
재단의 역할에 대한 구상도 달라졌다. 배 위원장은 재단이 축제를 대신 운영하는 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관광 프로그램과 음식디미방, 작은영화관, 체험·교육, 지역 상권과 주민을 서로 잇는 '지역관광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상의 핵심에는 주민 참여가 있다.
"좋은 축제는 주민이 구경하는 축제가 아니라 주민이 직접 만드는 축제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인은 직접 생산한 농특산물과 먹거리로, 상인은 지역의 음식과 상품으로, 문화예술인은 공연과 전시·체험으로 참여한다. 재단은 주민이 지역의 이야기를 직접 발굴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도록 교육과 지원을 확대해 축제의 주체를 지역사회로 넓힐 방침이다.
△사람의 표정까지 담긴 풍경
사진과 영상, SNS가 여행지 선택의 기준이 된 시대에 배 위원장이 꼽은 '영양의 한 장면'도 거대한 시설이 아니다. 봄이면 푸른 일월산과 산나물이 어우러지고, 축제장에서는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웃는다. 해가 지면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별이 밤하늘을 채운다. 하얀 자작나무가 이어지는 숲은 영양의 청정 자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그는 자연만 찍어서는 부족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표정까지 한 프레임에 담겨야 비로소 진짜 영양의 사진이 된다고 설명했다.

△2035년, 영양을 경험하러 오는 영양
재단 설립 20주년이 되는 2035년의 목표도 분명하다. '축제를 보러 오는 영양'을 '영양을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영양'으로 바꾸는 것이다. 봄에는 산나물과 생태, 여름과 가을에는 숲과 자연·미식, 겨울에는 전통문화와 음식으로 이어지는 사계절 관광을 만든다. 낮의 숲과 음식에서 밤의 별까지 이어지는 체류형 여행은 영양의 대표 콘텐츠로 키울 계획이다.
성공의 기준에 대한 그의 생각도 뚜렷하다. 배 위원장은 관광객 숫자나 축제 규모만으로 영양 관광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행객이 영양에서 무엇을 보고 먹었는지, 얼마나 머물렀는지, 다시 찾고 싶은 기억을 얻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영양다운 관광'은 새로운 것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관광과 거리가 멀다. 산과 숲, 별이 빛나는 밤하늘, 오래된 음식과 문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행자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일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배 위원장은 영양을 이렇게 소개했다.
"잠시 머물러야 비로소 보이는 아름다움이 있는 곳, 영양으로 오십시오."
숲길을 천천히 걷고, 영양의 맛을 음미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비로소 만나는 풍경이 있다. 영양축제·관광재단이 그리는 미래는 '한 번 보고 지나가는 영양'이 아니라 '머물고 기억하고 다시 찾는 영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