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째 산불과 싸우는 인도네시아···연무 퍼진 인접국까지 대기오염은 ‘세계 최고’

11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산불과 그로 인한 유독성 연무로 인도네시아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인접국인 말레이시아·싱가포르까지 연무가 퍼지면서 피해는 커지고 있다.
AFP통신·BBC 등은 13일(현지시간) 수개월째 산불이 이어지는 인도네시아에서 산불이 수마트라섬 방카벨리퉁주의 한 마을로 번지면서 집 300채가 파괴되고 마을 주민 1000여명이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리자 헤르다비드 방카벨리퉁주 남방카군수는 주민들이 불을 처음 발견한 뒤 휴대용 펌프로 직접 진화에 나섰다며 “불이 꺼졌다고 생각한 순간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불길이 빠르게 마을 쪽으로 번졌다”고 말했다.
수개월째 이어진 산불과 이로 인한 연무로 인도네시아 현지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수마트라섬에서 오토바이 택시 기사로 일하는 이므라예디(63)는 CNN에 “숨이 가쁘고 두통까지 생긴다. 그래도 일은 해야 한다”며 “정부는 우리 같은 일반 시민들도 생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과 비정부기구(NGO)들은 정부가 산불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도 제기했다.
산불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도 파괴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번 산불로 보르네오섬 오랑우탄 개체군의 52%가 서식하는 지역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8월부터 구조된 멸종위기종 오랑우탄은 최소 46마리에 이른다.
피해는 인도네시아를 넘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연무로 인해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이 보이지 않게 됐고 말레이시아에서는 일부 학교가 휴교했다. 세 국가의 수도 모두 전날 오후 기준으로 스위스 공기 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가 꼽은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10대 주요 도시에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산불 피해 면적과 탄소 배출량이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2015년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는 강력한 엘니뇨 현상까지 겹치면서 산불 규모를 키웠다. 당국은 엘니뇨 현상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다음 달까지 산불이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매년 건기에 산불이 발생한다. 상업용 플랜테이션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이탄지(습지에 쌓인 식물체의 유기물인 이탄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퇴적된 땅)가 개간되고 배수돼 토양이 건조해지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또 토지 개간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이 불법으로 자행하는 화전 농업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12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산불을 진화하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올해 당국은 대규모 산불의 원인 중 하나인 화전 농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인 아세안은 다음 달 정상회의를 앞두고 연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1810042201005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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