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 넘어 채용·로봇까지···에픽·크래프톤, AI 중심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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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의 인공지능(AI) 활용 범위가 게임 개발 과정의 일부 자동화를 넘어 조직과 채용, 개발 도구, 신규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개발자를 AI 활용에 맞춰 재배치하고 제작 과정 자체를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고, 크래프톤은 AI 활용 역량을 갖춘 신입을 역대 최대 규모로 채용하며 전 직군의 업무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X'를 통해 개발자들의 업무를 AI 활용에 맞게 재배치하고 개발 방식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픽게임즈가 디즈니와 공동으로 준비 중인 미공개 게임은 기존 개발 일정을 늦추고 AI 활용을 우선하는 제작 과정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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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AI 네이티브’ 신입 100명 채용···게임·사업·지원 전 직군 적용
게임 AI 연구 피지컬 AI로 확장···시뮬레이션·가상환경 경험 신사업 활용
[시사저널e=장민영 기자] 게임업계의 인공지능(AI) 활용 범위가 게임 개발 과정의 일부 자동화를 넘어 조직과 채용, 개발 도구, 신규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개발자를 AI 활용에 맞춰 재배치하고 제작 과정 자체를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고, 크래프톤은 AI 활용 역량을 갖춘 신입을 역대 최대 규모로 채용하며 전 직군의 업무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게임 속 캐릭터의 판단과 행동을 연구해온 기술을 현실의 로봇에 적용하는 피지컬 AI 연구도 시작됐다.
공통점은 AI를 별도의 연구 조직이 사용하는 기술로 두지 않는다는 데 있다. 코드 작성이나 그래픽 자산 제작 등 반복 업무를 줄여 게임 개발 속도를 높이는 한편, 기획·사업·지원 업무에서도 AI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방향이다. 게임·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AI 연구 경험은 로봇 등 게임 밖 신규 사업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에픽, 개발자 배치부터 다시···AI를 제작 과정에 내재화
에픽게임즈는 최근 AI를 중심으로 개발 조직과 제작 방식을 동시에 바꾸고 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X'를 통해 개발자들의 업무를 AI 활용에 맞게 재배치하고 개발 방식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니 대표는 "목표는 더 적은 인원으로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더 많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도입 목적을 단순 인력 감축보다 기존 개발자가 처리할 수 있는 작업량과 결과물의 수준을 높이는 데 두겠다는 의미다.
실제 제작 프로젝트에도 이러한 방향이 적용되고 있다. 에픽게임즈가 디즈니와 공동으로 준비 중인 미공개 게임은 기존 개발 일정을 늦추고 AI 활용을 우선하는 제작 과정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을 활용해 코드와 그래픽 자산을 만들고 개발자가 생성 결과물을 관리·수정하는 방식이다.
기존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가 처음부터 제작하던 반복 작업 가운데 일부를 AI가 맡고, 개발자는 방향 설정과 검수·수정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구조다.
게임 개발은 다른 소프트웨어보다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레벨 디자인, 프로그래밍, 테스트 등 여러 직군의 작업물이 복잡하게 연결된다. 대형 게임의 제작기간과 인력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AI를 이용해 반복적인 제작 과정을 줄이면 같은 인력이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거나 수정 주기를 단축할 수 있다. 에픽게임즈가 AI를 제작 체계에 넣으려는 이유다.
◇언리얼 엔진에도 AI 연결···자체 개발 넘어 외부 제작사까지
변화는 에픽게임즈 내부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는다. 게임 제작 엔진 '언리얼 엔진'에도 AI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차세대 '언리얼 엔진6'에는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활용해 클로드와 제미나이 등 외부 AI 모델을 개발 환경에 직접 연결하는 기능이 포함될 예정이다.
MCP는 AI가 다른 프로그램이나 데이터와 연결돼 필요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공통 연결 규격이다. 이를 게임 엔진에 적용하면 개발자가 자연어로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AI가 엔진 내부의 기능을 활용해 실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에픽게임즈는 이를 통해 레벨의 기초 설정과 캐릭터 뼈대 구성, 조명 조정 등 반복적인 수작업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6는 2027년 말 앞서 해보기 출시가 목표다.
언리얼 엔진은 여러 글로벌 게임사가 게임 개발을 위해 사용하는 제작 도구다. 엔진 자체에 AI 기능이 들어가면 에픽 내부의 생산성 개선 방식이 외부 게임 개발사의 제작 환경으로 확산될 수 있다.
개발 인력이 적은 중소 스튜디오도 일부 반복 업무를 AI에 맡기면 기존보다 큰 규모의 게임을 만들거나 개발기간을 줄일 여지가 생긴다.

◇크래프톤은 'AI 쓰는 사람'부터 늘린다···100명 이상 신입 채용
국내에서는 크래프톤이 조직 전반의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13일부터 '2027 채용연계형 인턴십' 지원자를 모집하면서 AI 활용 역량을 갖춘 신입 인재 100명 이상을 선발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진행한 신입 공개채용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특징은 AI 연구자만 늘리는 채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집 직군은 AI 연구를 비롯해 기술, 지원, 사업, 게임 개발 프로그래밍과 기획까지 6개 분야다. AI를 직접 만드는 연구조직뿐 아니라 실제 게임 제작과 사업 운영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전사적으로 늘리는 방식이다.
채용 평가에서도 AI 활용 역량을 별도로 본다. 크래프톤이 자체 개발한 AI 역량평가 솔루션 '코파 프로브'를 활용해 지원자가 AI를 이용해 문제를 학습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확인한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하반기 'AI 퍼스트'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당시 회사는 에이전틱 AI를 문제 해결의 우선 수단으로 활용하고 기존 업무와 새로운 업무의 자동화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AI 플랫폼과 데이터를 통합하고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활용한 자체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했다.
이번 채용은 이 같은 조직 전환을 기존 임직원의 도구 활용에 그치지 않고 신입 인재 구성까지 연결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한소영 크래프톤 인사본부장은 "AI 기반 신규 사업을 확대하면서 이를 함께 이끌어갈 사람의 필요성도 커졌다"며 "AI 네이티브 주니어의 역량과 기존 조직의 전문성을 결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개발도 AI 활용···'판단하는 캐릭터' 연구
게임사가 AI를 활용해 직접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개발 생산성과 게임 콘텐츠의 변화다. 개발 과정에서는 코드와 그래픽 자산, 테스트, 콘텐츠 제작 등 반복 작업을 자동화해 제작기간을 줄일 수 있다.
게임 안에서는 기존처럼 미리 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비플레이어 캐릭터(NPC) 대신 주변 상황과 이용자의 행동을 파악한 뒤 스스로 판단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앞서 엔비디아와 함께 이용자와 대화하고 상황을 판단해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함께 플레이하는 캐릭터(CPC)'를 개발했다. 지난해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게임을 수행하는 AI의 판단과 행동을 측정하는 평가체계 '오락(Orak)'도 공개했다.
게임사는 이러한 AI를 통해 콘텐츠 제작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같은 콘텐츠 안에서도 이용자마다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해진 대사를 반복하던 캐릭터가 이용자와 대화하고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거나,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에 AI가 반응하는 식으로 게임 경험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의 AI 활용은 '게임 안에서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기술'로도 진행되고 있다.
◇게임 AI에서 로봇으로···크래프톤, 피지컬 AI까지 확장
게임사의 AI 연구 범위는 게임 밖 피지컬 AI로도 확장되고 있다. 크래프톤 이강욱 최고AI책임자(CAIO)는 지난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피지컬 AI 테크위크' 강연에서 사람과 대화하면서 행동을 바꾸는 로봇 AI를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초 통합 모델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사람과 대화하는 거대언어모델과 주변 환경을 보고 움직임을 결정하는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을 연결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향후에는 대화와 행동을 하나의 모델에서 동시에 처리하고 촉각 정보까지 활용하는 방향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게임사가 로봇 AI까지 연구할 수 있는 배경에는 게임과 시뮬레이션 환경이 있다. 현실에서는 로봇이 여러 상황을 반복해서 경험할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게임은 가상공간 안에서 AI가 이동하고 상황을 인식하며 목표를 수행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
이 CAIO 역시 해당 강연에서 게임과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를 로봇 학습에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에는 현재 120명이 넘는 AI 연구인력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 축적했던 가상환경과 AI 에이전트 기술이 현실 공간에서 움직이는 로봇 연구의 기반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개발 효율·콘텐츠·업무·신사업···AI 적용 범위 확대
에픽게임즈와 크래프톤의 전략은 세부 방향은 다르지만, AI를 바라보는 범위를 넓히고 AI 활용 인력 비중으 높인단 구성이 공통적이다.
에픽게임즈는 우선 대규모 게임을 만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발자를 AI 기반 업무 방식에 맞춰 재배치하고 자체 프로젝트에서 검증한 제작 방식을 언리얼 엔진을 통해 외부 개발사까지 확대하려 한다.
크래프톤은 기존 게임 AI 연구에 더해 조직 전체의 업무 방식까지 AI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개발자뿐 아니라 기획과 사업·지원 직군까지 AI 활용 역량을 채용 기준에 포함하고 관련 인재 확보를 정례화한다.
여기에 게임과 시뮬레이션에서 축적한 AI 기술을 로봇으로 가져가면서 활용 범위도 게임산업 밖으로 넓히고 있다.
결국 게임사가 AI에서 기대하는 효과도 하나로 한정되지 않는다. 반복적인 제작 작업을 줄여 개발기간과 비용을 낮추고, AI 캐릭터를 통해 게임 콘텐츠를 확장하며, 사내 업무를 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게임 기술을 활용한 신규 사업까지 만드는 구조다.
과거 게임업계의 AI가 NPC 움직임이나 게임 밸런스를 보조하는 기술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개발자와 조직, 제작 도구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함께 바꾸는 기술로 역할이 넓어지고 있다. AI 활용 역량을 실제 게임 제작과 사업 성과로 연결될지가 향후 게임사의 인공지능 전환 경쟁을 가를 주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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