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 더봄] 프랑스 마트에서 만난 뜻밖의 식문화 여행

전지영 푸드칼럼니스트 2026. 10.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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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마트서 장 보면 그 나라 물가가 보인다
끝없이 펼쳐지는 치즈와 와인, 디저트
토끼 고기까지···정육 코너의 다양성
마트 진열대에서 프랑스 식탁을 읽다

프랑스 여행에서 의외로 오래 머물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마트다.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에펠탑과 개선문을 지나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지만 현지 사람들이 무엇을 사고 무엇을 먹는지 궁금하다면 마트만큼 좋은 장소도 없다. 관광객을 위한 레스토랑에서는 '프랑스 음식'을 만날 수 있지만 마트에서는 프랑스 사람들이 매일 선택하는 식재료와 식탁의 풍경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마트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식재료의 다양함이었다. 한국의 대형 마트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진열 방식과 상품의 구성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과일과 채소, 치즈, 와인, 빵, 디저트, 육류까지 각각의 공간이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었고 같은 품목 안에서도 종류와 생산지, 품질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했다.

여행자의 눈에는 단순한 장보기 공간이지만 조금만 천천히 둘러보면 그 안에서 프랑스의 식문화가 보인다.

프랑스에서 장을 보면 물가가 보인다

프랑스에서 직접 장을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생각보다 우리나라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식재료도 많다'는 점이었다.

물론 프랑스와 한국의 물가를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매장의 규모와 위치, 브랜드, 원산지, 품질, 행사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관광지 주변의 작은 상점과 대형 마트의 가격에는 차이가 있고 같은 품목이라도 선택하는 제품에 따라 체감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그럼에도 실제 마트에서 과일을 하나씩 살펴보니 한국에서 접하는 과일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과와 오렌지, 포도, 바나나 등 비교적 익숙한 과일들이 다양한 형태와 포장으로 진열되어 있었고 계절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품목도 달랐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2026년 8월 프랑스의 식품 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1.1% 상승했고 특히 신선식품은 5.9% 올라 전체 식품보다 가격 변동이 컸다. 실제 마트의 가격표를 보고 있으면 식품 가격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생산지와 계절, 유통 방식, 품질 등에 따라 움직이는 생활의 지표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객에게는 유로화로 표시된 가격을 원화로 환산하는 일이 자연스럽지만 현지인의 입장에서는 결국 어떤 제품을 어떤 가격에 선택할 것인가가 장보기의 핵심일 것이다. 마트에서 가격표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한 나라의 식생활과 소비 문화를 조금씩 읽을 수 있다.
프랑스 마트에 진열된 큼직한 채소 /전지영

이번 장보기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채소의 크기였다. 한국에서 흔히 보던 오이나 양배추보다 훨씬 큼직한 채소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익숙한 식재료인데도 전혀 다른 음식처럼 느껴졌다.

물론 특정 크기의 오이나 채소가 프랑스 전체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마트와 지역, 계절에 따라 상품 구성은 달라진다. 하지만 같은 식재료를 바라보는 방식이 나라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오이는 김치나 무침, 냉국 등 반찬의 재료로 많이 활용되지만 프랑스에서는 샐러드나 샌드위치, 차가운 전채요리 등에 생으로 활용되는 모습도 익숙하다.

버섯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버섯을 찌개나 전골, 볶음, 구이 등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프랑스에서는 고기나 생선에 곁들이거나 크림과 버터를 활용한 소스의 재료로 사용하면서 요리의 풍미를 더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버섯 하나도 어느 나라에서는 찌개 속 재료가 되고, 다른 나라에서는 스테이크 소스의 주인공이 된다. 음식문화의 차이는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작은 식재료의 선택과 조리법에서 시작된다.

끝없이 펼쳐지는 치즈와 와인, 그리고  디저트
프랑스 마트에 진열된 다양한 치즈 /전지영

프랑스 마트에서 가장 오랫동안 발길을 멈추게 한 곳 가운데 하나는 단연 치즈 코너였다. 한국에서도 이제는 다양한 치즈를 쉽게 만날 수 있지만 프랑스의 치즈 진열대 앞에 서면 선택의 폭이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둥근 치즈, 네모난 치즈, 길쭉한 치즈, 껍질이 있는 치즈, 하얀 곰팡이가 피어난 치즈, 단단하게 숙성된 치즈, 부드럽게 떠먹을 수 있는 치즈까지 종류가 끝없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가격이었다. 물론 고급 숙성 치즈나 특별한 생산자의 제품은 가격대가 높지만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치즈는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종류의 치즈를 구입할 때보다 훨씬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고 가격 역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게 느껴졌다. 치즈 하나를 사는 일이 단순한 식재료 구입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선택처럼 느껴질 정도다.

프랑스에서는 치즈가 특별한 날에만 먹는 고급 식품이라기보다 일상적인 식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게트 한 조각에 치즈를 올리고, 햄이나 과일을 곁들이고, 여기에 와인 한 잔을 더하면 근사한 한 끼가 완성된다.

우리에게 김치와 밥, 국이 익숙한 것처럼 프랑스인에게는 빵과 치즈, 와인이 자연스럽게 식탁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와인 코너 역시 인상적이었다. 지역과 품종, 생산자에 따라 다양한 와인이 진열되어 있어 마치 작은 와인 박물관을 보는 듯했다.

흥미로운 것은 치즈와 와인이 각각 독립된 식품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게트와 치즈, 와인을 함께 놓고 여기에 햄과 과일, 견과류 등을 더하면 복잡한 조리 과정 없이도 하나의 식탁이 만들어진다. 프랑스의 식탁에서는 '무엇을 요리할까'만큼이나 '무엇과 무엇을 함께 먹을까'가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프랑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디저트다. 프랑스 하면 크루아상이나 마카롱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마트의 냉장·냉동 디저트 코너를 살펴보면 프랑스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기는 달콤한 음식의 폭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푸딩처럼 부드러운 디저트부터 초콜릿 무스, 크렘 브륄레, 타르트, 과일을 활용한 디저트, 요구르트와 크림을 활용한 제품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특히 작은 용기에 담긴 디저트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나누어져 있어 식사 후 가볍게 즐기기 좋게 구성되어 있었다.

프랑스의 디저트 문화에서 재미있는 점은 '달콤함' 자체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식감과 향, 재료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바삭한 타르트 위에 부드러운 크림이 올라가고, 그 위에 과일이나 초콜릿이 더해진다. 단맛과 산미가 함께 느껴지고, 부드러움과 바삭함이 한입 안에서 대비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는 디저트가 단순히 식사의 마지막에 먹는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마트에서 만난 디저트를 보면 디저트가 오랜 시간 일상적인 식생활 안에서 발전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행 중 유명한 디저트 전문점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현지 사람들이 장을 보는 마트에서 판매되는 디저트를 살펴보는 것 역시 프랑스의 '일상적인 단맛'을 이해하는 재미있는 방법이다.

토끼 고기까지 만나는 프랑스 마트 정육코너

또 하나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은 정육 코너였다. 우리나라 마트의 정육 코너에서는 일반적으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중심이 된다. 물론 오리고기나 양고기 등 다양한 육류를 판매하는 곳도 있지만 일상적인 장보기에서 접하는 육류의 종류는 비교적 익숙한 편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정육 코너에서는 조금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뿐 아니라 양고기, 오리 등 다양한 육류가 진열되어 있었고, 토끼 고기도 판매되고 있었다. 토끼 고기를 실제 마트의 정육 코너에서 만나는 순간 '고기를 먹는 문화도 나라마다 상당히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끼 고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적인 식재료라고 하기 어렵지만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식재료로 활용되어 왔다. 프랑스에서도 토끼 고기는 전통적인 요리 재료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어떤 나라에서는 흔한 식재료가 다른 나라에서는 낯선 식재료가 된다. 한국에서는 삼겹살과 갈비, 불고기용 소고기처럼 부위와 용도에 따라 고기를 세분화하는 문화가 발달했다. 반면 프랑스의 정육 코너에서는 육류의 종류뿐 아니라 다양한 부위와 조리 목적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정육점과 마트의 육류 코너는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 동물을 식재료로 사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요리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생활 문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정육 코너를 지나 다시 진열대를 둘러보면 프랑스의 식생활이 '다양한 식재료를 선택해 조합하는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의 다양한 육류 /전지영

빵과 치즈, 햄과 과일, 고기와 채소, 와인과 디저트가 서로 다른 코너에 있지만 결국 하나의 식탁에서 만난다. 마트는 각각의 식재료가 따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그 재료들이 어떤 식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인 셈이다.

마트의 진열대에서 프랑스의 식탁을 읽다

프랑스에서 장을 보면서 새삼 알게 된 것은 마트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 문화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과일을 고르고, 채소를 살펴보고, 바게트를 집어 들고, 수많은 치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와인 코너에서 지역과 품종을 살펴보고, 냉장 진열대에서 디저트를 고른다. 정육 코너에서는 오늘 어떤 고기를 요리할 것인지 생각한다. 그렇게 장바구니에 담긴 식재료가 집으로 돌아가 한 끼의 식탁이 된다.

결국 음식문 화란 거창한 전통 요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매일 무엇을 사고, 어떤 가격에 선택하고, 어떤 식재료를 함께 먹는지가 바로 음식 문화다.

그래서 여행에서 한 나라의 음식 문화를 알고 싶다면 유명 레스토랑의 메뉴판만 볼 필요가 없다. 오히려 현지 사람들이 무엇을 장바구니에 담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 나라의 식생활을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 마트에서 만난 비교적 익숙한 가격의 과일, 종류와 가격에서 놀라움을 안겨준 치즈, 다양한 와인과 디저트, 큼직한 채소와 버섯, 그리고 토끼 고기까지. 그 하나하나가 프랑스 식탁의 한 조각이었다.

특히 치즈 코너 앞에서 느낀 다양함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치즈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치즈가 오랜 시간 일상의 식문화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는 것을 마트의 진열대만으로도 실감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의 장보기는 그래서 단순한 쇼핑이 아니었다. 관광지에서는 프랑스의 역사와 예술을 만났다면, 마트에서는 프랑스 사람들의 오늘을 만난 셈이다.

음식은 레스토랑의 접시 위에서만 문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마트의 진열대와 정육 코너, 치즈 냉장고, 디저트 선반, 그리고 평범한 장바구니 속에서 한 나라의 식문화가 훨씬 선명하게 드러난다.

프랑스 여행에서 우연히 오래 머문 마트 한 곳. 그곳에서 만난 과일과 치즈, 빵과 와인, 디저트와 고기는 여행의 기념품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식탁을 알고 싶다면 프랑스의 유명 레스토랑에 앉아 보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은 현지인의 장바구니를 따라가 보는 것도 좋겠다. 어쩌면 한 나라의 진짜 음식 문화는 가장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장보기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여성경제신문 전지영 푸드칼럼니스트(foodnetworks@hanmail.net)

전지영 세계식문화 칼럼니스트 

식품영양학 전공 후 청와대 비서실 영양사를 거쳐 외식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대학 겸임교수 및 농식품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음식을 단순히 먹는 대상이 아닌 한 사회의 시간과 기억을 이어주는 언어로 바라보며 유엔식량기구(FAO)와 주요 언론에 칼럼을 연재해 왔다. 식탁 위 한 그릇의 음식에서 세계의 문화와 삶을 읽어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남고자 한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또는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